[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저는 닐의 율리아누스 에세이가 너무 재미 없어서 얼른 끝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는데 재밌었다고 하시니 겸허한 마음이 들어요. 역시 사람들은 같은 걸 봐도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네요 말씀처럼 이 책은 화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보다도 EF나 줄리언 반스의 의도와 관점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술술 읽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대신 3부가 정말 좋았거든요. 1,2,3부의 성격이 다 조금씩 다르다보니 읽으면서 다양한 읽기 경험을 하게 되는 느낌도 있네요 ㅎㅎ
헬레니즘에 속한 사람들 대부분이 믿은 것, 즉 인생에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은 뒤의 어떤 터무니없는 디즈니회된 천국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라는 지상의 짧은 이 시간 동안 누리는 것이라는 믿음이 지적으로 승리했다고 상상해 보라.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161,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닐은 EF를 '로맨틱한 스토아주의자'라고 하지만, 저 대목에서만큼은 에피쿠로스주의가 뚜렷해서 스토아건 에피쿠로스건 삶은 다양한 것들의 변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같은 책을 함께 읽는 우리야말로 디오니소스의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함께 디오니소스의 춤을 추다니, 갑자기 제가 엄청 멋진 사람이 된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
더디게 읽고 있느라 그믐 모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지만.. 좋은 소설이라는건 읽으며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손으로 적어보았어요. 지금 저에게 너무 필요한 이야기라 여러번 읽고 싶어서요.
저도 그 부분을 읽으며 지금 제게 딱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챡하면서 삶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읽으며 들었습니다.
아 이 부분, 저도요… 평정심을 잃어갈 때 되새기고 싶은 말이에요.
와 다시 봐도 좋네요.
셋까지 다 읽긴 했는데 다 읽으니 오히려 혼란스러운 소설이에요. 반스 님이 숨겨둔 의미들을 제가 잘 찾아내지 못한 기분. (아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이야!)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정독해야겠습니다-
벌써 셋까지 다 읽으시다니👏🏻👏🏻👏🏻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이후 수백 년 동안 지지자들에게 율리아누스는 유혹적인 인물이었다. '패배한 지도자.' 만일 그가 30년 더 통치하여 기독교를 매년 주변으로 부드럽게 몰아내다가 강력하게 그리스와 로마의 다신교를 다시 강화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뒤 수백 년 동안 그의 후계자들이 같은 정책을 추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160,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몇 번 언급한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에 반스의 이러한 질문이 왜 중요한가 말해주는 부분이 있어 여기 옮깁니다. "과거가 변할 수 없더라도 대안적인 경로를 검토하는 것은 왜 특정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을 짐작하는 일은 정말로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데 통찰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믿는 서사가 우리의 행동을 형성하며, 역사에서는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벌어진 사건이 아닌, 우리가 벌어졌다고 동의한 사건이다." 데이비드 번은 이렇게 말했다." (전자책) 어때요, 흥미로운 병렬 읽기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주목받는 사회과학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와, 정말 이 소설과 너무 맞아떨어지는 책인데요! 역사에는 만일이 필요 없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우리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일과 마찬가지로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EF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주는 듯한 내용이네요. '역사는 벌어진 사건이 아닌, 우리가 벌어졌다고 동의한 사건이다'라는 문장의 통찰이 느껴집니다. 이 소설뿐 아니라 줄리언 반스의 여러 소설들이 어쩌면 끊임없이 제기한 질문이 이 질문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과거에 대한 되새김,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을 짐작함으로써 일어난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아무래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책도... (이렇게 읽을 책은 쌓여만 가고..)
정말 그렇네요!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 반스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제기해왔던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서는 전작들을 다시 읽으며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만.....................
왜 원제가 엘리자베스 핀치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제목을 사람 이름으로 지었다면 꽤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을 것 같은데 서양 이름에 대해 잘 몰라서 더 궁금해지네요. 핀치라는 성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독일계 유대인 성과도 관련있다는 설명이 있네요. 소설에서 엘리자베스 핀치가 유대인이냐 하는 논란이 나오죠. 그리고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은 정말 흔한 서양 여자 이름으로 특히 20세기초에 많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고리타분해서 잘 안쓴다고 하는데 오래된 스토아 철학을 신봉하는 엘리자베스 핀치에게는 잘 어울리는 이름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라고 하면 존 쿳시의 소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떠오르는데요, 공교롭게도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노작가가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는 내용이네요. 강연 내용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소설과 강연, 에세이의 경계를 흐리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핀치'에서는 <핀치의 부리>라는 책을 떠올렸는데, 갈라파고스 섬에서 핀치들의 부리가 오래 이어진 가뭄을 통해 어떻게 진화했는지 실제로 관찰한 진화생물학자인 피터와 로즈마리 그랜트 부부의 이야기를 비롯한 진화생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에요. 사실 EF와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연결해보자면 '핀치' 그리고 '핀치의 부리'는 뉴턴의 '사과'처럼 진화생물학에서 하나의 상징물이죠. 다윈은 진화가 너무 느린 과정이라 한 사람의 생애에서는 관찰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는데, 핀치의 부리가 진화하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그 말이 틀렸음을(그리고 당연히 진화론이 옳음을) 실증할 수 있었으니까요.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mono'에 반대되는)이고, 또한 다윈의 진화론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카운터를 날렸으니 '배교자' 율리아누스와 연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엘리자베스 핀치는 엘리자베스(쿳시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형식)과 핀치(다윈의 진화론에서 중요시하는 '다양성'과 율리아누스가 믿었던 '다신교'에서 공통되는 'mono'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목이라고 우겨봅니다......
@금정연 님. 책 많이 읽은 분 아니면 할 수 없는 의견을 정성스럽게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자가 엘리자베스 핀치를 실제 소설가 두 분을 모델로 해서 구상했다고 하니 이름인 엘리자베스도 금정연 님 말씀처럼 소설에서 취했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핀치의 경우는 아이디어의 확장이 대단한데요. 갈라파고스의 핀치를 떠올리신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다양성의 진화와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시다니.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어쨌든 저자에게 제목을 어떻게 붙였냐고 물은 독자나 기자들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중요한건 아니지만 정답이 궁금하긴 하네요.
쓰신 글을 보고 곰곰 생각해보니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엘리자베스와 EF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읽으면서 피터 싱어를 떠올렸었더랬는데, 다윈의 진화론이나 다양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피터 싱어가 강하게 주장하는 동물권도 떠오르고...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쓰며 분명 피터 싱어의 논의를 참고했을 것 같아요. EF가 동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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