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D-29
마광수는 의외로 인정 많고 구수한 풍경을 좋아한다. 아마도 가난하게 살아 그런 것 같다.
마광수가 자성을 안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마광수는 글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한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선 남에게 해코지를 안 한 것 같다.
마광수도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낭만을 찾고 술을 찾고 여자를 찾는 것 같다.
연쇄 살인마 은닉 장소나 여자를 데리고 데이트 하는 장소로는 자기에게 익숙한 장소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마광수는 흰 피부의 여자도 좋아한다.
마광수는 반자연적 미를 숭상한다.
글에 이런 자세를 유지 글을 이런 방향을 유지하며 쓰고 싶다. 글을 가볍게 썼으면 한다. 현학적으로 글을 쓰면 뭔가 숨기려는 것 같고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말도 그렇지만 글도 뭔가 느끼한 기름칠을 하면 상대를 속여 진실을 가려 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진짜 작가는 입이 대갠 걸고 옷을 아무렇게나 입으며 술을 좋아한다. 자기는 글에선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취중진담(醉中眞談)을 하려는 것이다. 기존 틀과 주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글은 독창성과 개인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주류나 기존 틀은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는 것에 너무 맞춰져 있다. 단순히 그냥 다수의 보통 사람이 원하는 거, 바로 그거다. 가장 바람직한 생각이나 행동을 제시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거, 교과서적 훈계. 다분히 획일적이고 각각의 개성을 소홀히 할 개연성이 내포되어 있다. 극단적인 경우가 군대인데, 독재자는 모든 국민을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려 한다. 개성이 강하고 가장 독특한 사람들이 예술가들인데 이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래 이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야 예술가들이 자기 기질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강하게 주장하는 게 ‘자유’와 ‘다원’인데 기존 틀이나 주류는 이것과 반대인 획일이므로 여기서 벗어나는 글을 써야 진정 작가의 개성이 살고 인간의 강점도 점점 강화되리라 본다. 너무 희망만 얘기하면 오히려 불행하고 현실 모습 그대로 절망을 직시하는 글을 견지했으면 한다. 더럽고 보기 싫은 것으로부터 얼굴을 돌리는 게 아니라 바로 이게 현실이다, 하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게 전쟁이나 살인 현장에서 나타날 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럴 수는 없다고. 계엄도 21세기에 한국 사회에서 감히 일어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그러나 그런 징후는 있었다. 인정하기 싫은 그런 징후들을 외면했지만 그대로 그 징후를 직시했다면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을 정확히 가리지 않고 봐야 그 대안도 정확히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정확히 모르는데 어떻게 올바른 대안이 나오겠나. 인간 사회엔 안 일어날 일이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뭐든 일어날 수 있다. 625 때 김일성이 밀고 내려가면 노동자들이 열렬히 환영할 거라고 했고, 이번 계엄도 알고 보면 시민과 양심 있는 군인들의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이처럼 현실의 정확한 통찰 없이 오판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실패다. 생각이 80년대 전두환 시절에 고정되어 있어 시민의식이 급상승하고 군인들도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생각 없음’에서 벗어난 걸 혼자만 몰랐던 것이다. 견지할 글의 방향 ○ 가볍게 쓰겠다. ○ 주류에 반골 기질을 갖겠다.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
예술가들은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데 자기가 관심 갖는 분야가 아니면 모조리 다 무시하거나 경멸한다.
여자는 자기 만족과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을 즐기기 위해 자기를 꾸미는 것 같다.
마광수는 찰나적 육체적 사랑만을 외치는데 하루키는 단 한 순간의 강렬한 느낌만을 갖고 평생을 그리워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마광수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삽입섹스가 아닌 페티시적 사랑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글도 자기가 관심 두는 분야에 대해 많이 쓰게 마련이다.
현실에선 그냥 만인이 나를 이해못하니까 그들의 반감에 일일이 토를 달 수 없어 적당히 타협하고(내 소중한 창작 에너지가 낭비되니까) 글에만 내 정신을 오로지 쏟는 것이다.
나도 모델쇼를 좋아하는데 마광수도 그렇다. 같은 점이 참 많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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