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D-29
제가 요즘 책을 그렇게 읽어요. 판타지와 Sci-Fi 소설만 읽는거 같아요. 극도로 현실도피성 독서중입니다. 현생이 골치아프니 책으로 도망을 가게 되네요. ㅠㅠ
유튜브로 도피하면 늘 피곤하고 더 심란해지는데, 책으로 도피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꿈을 꾸고 난 듯 기분이 좋아요. 저는 우울할 때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하루에 몇 권씩 읽기도 해요. ^^
저도 지금 스웨덴 작가의 추리소설을 미친듯이 읽고 있어요.
어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어울리는 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제목은 <악마와의 토크쇼> 원제는 <late night with the devil> ㅎㅎㅎ 공포 영화라는데 엄청 무섭지는 않습니다. 옛날 미국 토크쇼가 이런 거구나 하면서 재밌게 봤는데 뭔가 한방이 부족한 느낌이었네요. 아무래도 올해 본 마지막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악마와의 토크쇼1977년 핼러윈 전날 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일단 틀고 보는 방송국 놈들 때문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송사고 발생! 그리고 마침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던 그날 밤의 생방송 악마와의 토크쇼 녹화영상이 최근에 발견됐는데… 47년간 숨겨진, 절대 생중계돼서는 안 될 최악의 토크쇼가 마침내 공개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영상과 함께!
그런데 쓰다 보니 '영화'라는 개념이 좀 알쏭달쏭해요. 예전에는 극장 상영관에 걸리면 영화 (설령 그걸 제가 집에서 '주말의 명화'시간에 봤더라도 영화 본 셈이지요.) 안 걸리면 그냥 2시간 짜리 드라마 (mbc 베스트셀러극장 같은 단막극도 참 좋았어요.) 전 이렇게 구분했는데요, 요즘은 극장 안 거치고 바로 OTT 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이런 건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영화인 거겠죠?
요즘에는 더욱 경계가 모호해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영화라고 하면 한 편의 완결된 독립적인 서사가 있는 게 드라마 시리즈와는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영화도 연속된 시리즈물이 있으니 꼭 그런건 아닐수도...ㅎㅎ)
네, 공감하는 부분이네요. 요즘에는 영화도 시리즈화되서 이전 편들을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것들도 있고.
올해 마지막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멋쩍게도 <서브스턴스> 라는 영화를 이어 봤네요. 2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 없이 빨려들 듯 관람했습니다. 다만 실제 상영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2시간 내로 편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화려한 영상미와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멋집니다. 특히, 젊음과 아름다움, 추함에 대한 탐미적인 묘사가 '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외모지상주의,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이 조금 노골적으로 드러나, 오히려 영화의 세련된 분위기를 깎아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듯한 인상이 들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봤네요.
서브스턴스더 나은 버전의 당신을 꿈꿔본 적 있나요?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신제품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는 또 다른 당신을 만들어냅니다. 새롭고, 젊고, 더 아름답고, 더 완벽한 당신을. 단 한가지 규칙, 당신의 시간을 공유하면 됩니다. 당신을 위한 일주일, 새로운 당신을 위한 일주일,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 쉽죠? 균형을 존중한다면…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요?
마침 페북에 썼던 글인데 여기 옮겨봅니다. Best 3: The Apprentice. 훌륭한 드라마이자 다큐멘터리. Furiosa: A Mad Max Saga. 명불허전. The Substance. 하나의 주제로 달려나가는 연출의 정석. But it's a bit too much. Worst 3: 아네모네. 정이랑은 노력했다만... 그게 전부였음. 행복의 나라. 변호인도 아닌, 서울의 봄도 아닌. 1승. 감독은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Honorable mention: 정욕 사랑의 탐구 (Simple comme Sylvain) The Room Next Door
저는 새해 첫날 기념으로 모아나2를 봤는데 재밌었어요. 일단 바다가 예쁘더라구요.
모아나 2바다를 누볐던 선조들에게서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은 모아나가 마우이와 다시 만나 새로운 선원들과 함께 오랫동안 잊혀진 멀고 위험한 바다 너머로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담은 이야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범한듯 무탈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문 닫히기 전에 2024년에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가 기억나 급히 적습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적었어요. <탈주> 예상을 뛰어넘는 세 번의 놀라움 포인트가 있었다. 1. 북한군과 남한군의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었네? (포스터만 보고 내 맘대로 짐작했다. 보다가 이래서 영화 제목이 '탈주'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2.'탈주'면 영화 내내 도망다녀야 되는데 허허벌판 북한 땅을 배경으로 재미가 있을까? 제이슨 본이 고풍스런 유럽 도시에서 뛰고 구르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긴박한 추격전은 대부분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는 엄폐물이 많고 다양한 볼거리가 많으니. '탈주'는 얼마나 오래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영화는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택해 그 안에서 충분히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펼친다.) 3. 액션이 끝날 무렵 불현듯 '자유'라는 가치가 등장한다. 좌파는 보통 '평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청년들의 가슴을 끓게 만든다.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는 류의 이야기도 그렇고. 사람들을 뜨겁게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좌파가 능숙하게 잘 하고 우파는 이런 측면에선 조금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이 놀랐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감격스러운 것이었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탈주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년에는 더욱 다채로운 책과 영화로 즐거움을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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