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인원이 어느 정도 모였기에 모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각자 최근에 읽었거나, 읽는 중인 책에 대해 간단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꼭 독서가 아니어도 영화나 연극 등 작품 감상이나 참여 활동의 자유로운 얘기도 가능합니다.
저부터 시작하면 최근에 <전문직의 미래, 리처드 서스킨드>와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이 두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적입니다. 전자는 미래에 전문가 직군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지 작가 본인이 찾은 근거를 나열하며 설명하는 사회분석/미래예측 저서인 반면 후자는 신학과 역사학을 공부한 사제가 전문가들이 어떻게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지를 비판하는 주장을 내세웁니다.
이반 일리치의 책은 작가 개인의 주장을 설파하는 내용이다보니 읽으면서 과격하다고 느끼거나,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종종 있지만 그의 이론이 전혀 근거 없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작가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사고가 그 자체로 개인의 판단이나 학습 능력이라는 주체성을 떨어뜨리며, '전문가가 권하니까 좋은 거겠지.'라는 생각이 개인에게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 수요를 은밀히 강요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식, 이타심, 봉사정신, 전문성, 위험예방과 같은 겉보기에 중립적이거나 바람직한 가치를 내세우기에 일반 개인이나 소비자가 도덕적으로/권위적으로 전문가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불공정성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전문직의 미래>는 사회 전반에서 빅데이터, AI, 로봇, 사물인터넷 기술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전문직 업무들이 세부적인 작업단위로 분석되어 자동화 되고 신기술로 대체되는 과도기 상황을 말하고 있어요. 마치 매트릭스에서 물리세계 법칙과 인간의 심리까지 데이터화 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듯, 전문직에게 전문성을 부여한다고 생각되는 업무들이 어느 수준까지 자동화와 기술구현이 이루어지면 전문가의 역할이 대체될 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두 책은 전문가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전문가 사회가 갖고 있는 독립성, 전문성, 인맥, 그로 인한 사회적 권위가 약화될 때 비로소 소비자/개인과 전문가 사이의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저자들은 10여 개 전문직종의 변화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각계의 대표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혁신으로 인한 전문직 혁명의 흐름과 그에 맞는 대응책을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 전집 시리즈. 일리치와 공저자들은 현대의 전문가 신화를 남김없이 벗겨낸다. 전문가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지배한다. 전문가 사회의 허구를 꿰뚫어 봄으로써 가능성의 존재인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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