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바보야!"
더글러스가 말했다.
"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 넌 정말 영리하구나! 그건 사실이야. 노인들은 아이였던 적이 없어!"
"그건 좀 슬픈 일이야."
톰이 조용히 앉아서 말했다.
"우리가 노인들을 도와줄 길이 없어." ”
『민들레 와인』 16장 p.13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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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어디서도 누구도 이긴 사람은 없어. 전쟁에서 승리란 없단다, 찰리야. 항상 패배만 있을 뿐이야. 마지막으로 패배한 사람이 협상을 요구할 뿐이지.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수많은 패배와 슬픔뿐이야. 전쟁이 끝난 것만 좋은 일이야. 전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거란다. 찰리야. 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단다." ”
『민들레 와인』 17장 p.14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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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그래, 그런데 인생도 행복한 결말이야?"
"밤마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든다는 것뿐이야, 형. 그게 하루에 한 번 있는 행복한 결말이야. 그 다음 날 아침이면 어쩜 모든 게 엉망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 다음 날도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 거고 한동안 누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
『민들레 와인』 29장 p.24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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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11장에서 20장까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 현재는 28장을 읽는 중이에요. 13장의 행복 기계 이야기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행복하고 좋은 것들은 그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 있다.'는 레나 부인의 말을 떠올리니 이 책은 여름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여름을 겪으며 지나가는 것/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모음집이더군요. 벤틀리 부인의 젊음, 프리라이 대령의 기억, 마을의 전동차들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장의 벤틀리 부인 이야기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어요. 벤틀리 부인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친절하게 대하긴 해도 격식과 나이로 인해 그녀와 아이들 사이에 거리감이 계속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골동품들로 자신의 젊음을 보여주려다가 부정 당하고 이후 자신을 돌아보며 죽은 남편과 머릿속으로 대화하는 장면은 '나'의 존재와 연속성을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이후 그녀가 깨달음을 얻어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오히려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는 모습.. 작가는 사람이 죽음을 의식해 두려워하고 겁낼수록 죽음이 삶을 지배하게 되듯, 자신의 나이와 늙음을 의식하고 현재를 거부할 때가 진정으로 늙어가는 순간임을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행복기계의 일화처럼 젊음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 시기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인데,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만 목 메느라 지금 주어진 현실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톰과 더그처럼 속속들이 여름을 즐기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들의 수준으로 대화하고,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나이를 불문하고 진정으로 젊게 사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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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을맛
달콤한유자씨님의 문장 수집: "삶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그는 휘청였다. 어머니도 혼자다. 어머니는 결혼의 신성함에도, 가족에게도, 사랑의 보호 에도 의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 헌법이나 시 경찰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바로 이 순간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 말고는 아무 데도 의지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속에도 통제할 수 없는 혐오감과 두려움만이 있다. 이 순간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며 개인이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는 혼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출발해야 했다."
저도 이 글에 밑줄을 쳤어요.
지금처럼 위험한 상황이 아니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서 더 아프게 눌러 담는,
깊고 깊은 마음 아래에 꾹꾹 눌러담아 꺼낼 수 없는 감정들의 심연이 있음을,
그 심연을 꺼내 놓을 수 없는 엄마의 고독을 느낍니다.
은화
“ "아무리 과거의 당신으로 남아 있고 싶어도, 당신은 현재, 여기에 있는 당신일 뿐이야. 시간은 최면을 거는 거야. 당신이 아홉 살 때 늘 아홉 살일 줄 알았지. 서른 살 때는 그 빛나는 중년의 끝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줄 알았지. 그러고 나서 일흔이 되면 영원히 일흔인 거야. 당신은 현재에 있어. 가끔 젊어 보이다가 다시 늙어 보이지만, 이제 다른 당신은 없는 거야." ”
『민들레 와인』 p.1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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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들은 마을을 등지고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 주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 밑은 동굴 속처럼 시원했다. 저 멀리 마을은 햇빛을 받아 후끈 달아 있고, 창문들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더글러스는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을에만 가면 그 무게, 그 집들, 그 덩치로 존을 에워싸고 도망가지 못하게 해 줄 것 같았다. ”
『민들레 와인』 p.170,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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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형은 울고 싶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야. 그냥 한참 울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그러면 행복한 결말이 와. 그리고 밖으로 나가 다시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면 돼. 그게 이해의 시작이야. 포레스터 씨는 한참 울고 주위를 둘러본 다음 이제는 모든 게 끝낫고 다시 아침이 왔다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오후 5시에라도 말이야." ”
『민들레 와인』 29장 p.24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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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은화님의 문장 수집: "그들은 마을을 등지고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 주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 밑은 동굴 속처럼 시원했다. 저 멀리 마을은 햇빛을 받아 후끈 달아 있고, 창문들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더글러스는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을에만 가면 그 무게, 그 집들, 그 덩치로 존을 에워싸고 도망가지 못하게 해 줄 것 같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마음을 잘 담아낸 문장이라고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사실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세상 누군가가 나서서 어떻게든 막아줬으면 하는 마음, 자신과의 추억이 친구에게 약점이 되어 그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21장 전체에 걸쳐서 느껴졌어요.
떠날 때가 되어서야 마을의 창문 모양이 눈에 밟히고 친구의 눈동자 색이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하게 되는 모습. 서로를 잊지도, 잊히고 싶지도 않아 어떻게든 기억하기 위해 마지막 기차를 타기 직전까지 놀다가 헤어지는 모습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생 때 맞은편 집에 이웃으로 나이도 같고, 취향도 똑같았던 남자애가 이사를 와 방과 후면 서로의 집에 놀러 가거나 같이 동네를 놀러 다녔어요. 정말 친했고 가까웠는데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괜히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요즘이라면 서로 핸드폰 번호라도 남겨서 연락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때는 핸드폰이 없던 때라 이후에 연락은 못했네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 당시에도 이미 속으로는 마지막 날 헤어지는 순간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자, 다시 연락하자'라고 서로 헤어지며 말 하지만 결국 다시 보지 못할 것을 아는 직감이랄까요.
더글러스가 존이 떠나기 직전까지 마지막 놀이를 할 때 서로의 멈춘 모습을 조각상 보듯 찬찬히 훑어 본 것은 그런 감정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감각과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장난을 치기 때문에 '자신이 알던 더글러스, 자신이 알던 존'에서 조금씩 멀어져 '이 모습, 저 모습이 짜깁기 된 친했던 누군가'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친했지만 저도 지금은 그 친구에 대한 기억 중 남은 건 거의 없어요. 얼굴도, 이름도, 체형도, 옷도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그저 정말 친했던 친구라는 앙상한 최소한의 뼈대만 남았더군요. 그걸 더글러스도 존도 알았기에 그동안 대충 보고, 대충 기억해 온 친구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기억에 담아두고자 했던 것 같네요.
달콤한유자씨
“ "중요한 건 새로운 부분이야. 난 오늘 죽어 가고 있는 게 아니야. 가족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아. 난 오랫동안 너희 곁에 있을 거야. 지금부터 천 년이 흐르면 이 마을 전체에 퍼진 내 자손들이 유칼리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큼한 사과를 먹을 거야. 그게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야." ”
『민들레 와인』 32장 p.289,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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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저는 20장까지 읽은 상태인데...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의 소설은 아닌 것 같아요. (화씨를 생각한 건지 모르겠지만ㅎㅎ) 예상했던 분위기와도 너무 다르고요. 딱히 손에 잘 잡히지 않네요. ㅠㅠ 그래서 일단은 중단하고, 여름이 되면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신아
은화님의 대화: 11장에서 20장까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 현재는 28장을 읽는 중이에요. 13장의 행복 기계 이야기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행복하고 좋은 것들은 그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 있다.'는 레나 부인의 말을 떠올리니 이 책은 여름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여름을 겪으며 지나가는 것/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모음집이더군요. 벤틀리 부인의 젊음, 프리라이 대령의 기억, 마을의 전동차들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장의 벤틀리 부인 이야기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어요. 벤틀리 부인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친절하게 대하긴 해도 격식과 나이로 인해 그녀와 아이들 사이에 거리감이 계속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골동품들로 자신의 젊음을 보여주려다가 부정 당하고 이후 자신을 돌아보며 죽은 남편과 머릿속으로 대화하는 장면은 '나'의 존재와 연속성을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이후 그녀가 깨달음을 얻어 물건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오히려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는 모습.. 작가는 사람이 죽음을 의식해 두려워하고 겁낼수록 죽음이 삶을 지배하게 되듯, 자신의 나이와 늙음을 의식하고 현재를 거부할 때가 진정으로 늙어가는 순간임을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행복기계의 일화처럼 젊음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 시기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인데,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만 목 메느라 지금 주어진 현실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톰과 더그처럼 속속들이 여름을 즐기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들의 수준으로 대화하고,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나이를 불문하고 진정으로 젊게 사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행복기계 에피소드는 저도 정말 좋았어요. 여기서도 역시나 영상처럼 입체적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려지는 마무리가 특히 너무 좋았어요. 또 그런 행복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을 가진 가족들을 보며 더 흐뭇했습니다.
달콤한유자씨
“ "아주 어려서부터 슬픔에 잠기는 사람도 있단다. 별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야. 그저 운명적으로 그렇게 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더 쉽게 멍들고, 더 빨리 피곤해지고, 더 빨리 울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어려서부터 슬픔에 잠겨. 난 알아. 나도 그런 사람이거든." ”
『민들레 와인』 37장 p.341,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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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마지막 지침"
그는 간이침대 옆에서 몸을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이걸 마실 때 기억해. 친구가 병에 넣었다는 사실을. S. J. 조너스 병 회사, 일리노이 주 그린타운. 1928년 8월. 와인을 만들던 해야. 얘야 ・・・・・・ 와인을 만들던 해야."
잠시 후에 달빛 속에서 말 채찍 소리가 들렸다. 마차가 덜거덕거리며 아래로 내려가더니 멀리 사라져 버렸다. ”
『민들레 와인』 37장 p.34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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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톰, 만약에 올해가 이렇게 간다면 내년은 어떨까? 더 나쁠까 아니면 더 좋을까?"
"내게 묻지 마."
톰이 민들레 줄기로 피리 소리를 냈다.
"내가 세상을 만드는 건 아니니까."
그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떤 때는 내가 세상을 만든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
『민들레 와인』 40장 p.36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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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쓰지도 않을 물건을 다락에 두는 것보다야 낫지. 이런 식으로 겨울까지 여름을 1,2분씩이라도 되살려 보는 거란다. 그리고 이 병들이 비워지면, 여름도 영원히 사라지는 거지. 앞으로 40년간은 후회할 일도 감상에 빠질 일도 없을 거야. 깨끗하고 연기가 나지 않고, 효과적인 것, 그게 민들레 와인이야." ”
『민들레 와인』 40장 p.366-36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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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그는 눈을 감았다.
6월의 새벽, 7월의 정오, 8월의 저녁이 끝나가고 끝났으며 영원히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에 느낌만 남긴 채. 이제 가을 전체가, 하얀 겨울이, 시원한 초록빛 봄이 지난여름을 결산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가 잊더라도 민들레 와인은 창고에 있을 것이다. 큰 글씨로 번호 매겨진 나날을 간직한 채. ”
『민들레 와인』 40장 p.370-371,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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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유자씨
“ 그는 종종 창고에 가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까지 태양을 들어댜보고, 눈을 감은 후 타 버린 부분을 생각할 것이다. 그의 따뜻해진 눈덩이 위로 스쳐 가는 상처는 춤추며 남아 있을 것이다. 불꽃과 무늬가 늘어섰다가 다시 늘어서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그림자가 분명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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