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님의 대화: 저는 이제 10장까지 다 읽었습니다.
솔직히 어떤 맥락에서 SF소설로 분류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직 이야기 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니 좀더 두고 봐야 겠습니다.
여름에 읽었다면 너무 좋았을 것 같아요. 여름의 공기, 온도, 대기, 바람, 태양, 소리 등등의 여름 묘사가 너무너무 탁월한데… 이 책을 읽고 있는 저의 현실은 너무 춥네요. ㅠㅠ 푹푹 찌는 여름이 오면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을 때도 똑같이 느꼈던 부분인데, 극작가로서의 특징이 여기서도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소설의 문장이라기 보다는 대본의 지문을 읽는 듯한 서술방식이 종종 등장합니다. 연출이 더해지면 완성도나 독자의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앞서 말한 여름을 묘사한 문장들은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장면이 그려짐으로서 독자 스스로 연출이 가능한데, 2장에 나오는 ‘그것’은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작가 본인은 분명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게 어려울 때도 있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는 각자의 상상으로 그려가야 하는 영역을 많이 남겨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다 읽지는 않았지만 20장까지 읽고 보니 SF는 아니고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에 약간의 환상과 상상력을 가미한 것 같네요. 레 이 브래드버리 본인의 문체와 묘사력 덕인지 아니면 1930년대라는 거리감 있는 시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편으로는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숲을 보는 것처럼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걷는 느낌이 계속 느껴지더군요.
여름에 겪게 되는 사건과 거기서 느끼는 감상과 기억을 매 장마다 중복된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으로 풀어 쓰는 걸 보며 확실히 작가들은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게 느껴졌어요. 살면서 기록이나 사진을 찍더라도 자신 스스로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잊혀지거나 왜곡되기 마련이고, 그 당시에 느낀 감정들도 희미해지죠. 작가가 24살부터 36살까지 쉬지 않고 매일 할아버지의 집에 찾아가 기억을 되새겼다는 서문의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더 깊이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