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시기에 '신경안정제'가 되어준 눈부신 청춘들의 기억을 함께하며...
<서촌의 기억> 혼자 읽기
D-29
ermitage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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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은 역사를 나와 이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딛는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많은 것을 이룬 것처럼 황홀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서촌의 기억』 p. 202,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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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리자, 진한 바다 내음이 기다렸다는 듯 태인을 격하게 파고들었다. 어딘지 환영받는 것 같은 이 생경한 느낌이 그를 또 한 번 들뜨게 한다.
『서촌의 기억』 p. 204,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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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내가 한참을 마주하고 있던 바다가 너였구나. 이렇게 깊고 푸르렀구나.
『서촌의 기억』 p. 212,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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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업을 잘 마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너. 마지막 죽마고우를 떠나보내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울지도 못하고 그저, 너의 영정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든 슬픔을 대신한다. ”
『서촌의 기억』 p. 212,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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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대로 살아가는 거야. 너는 그 누구와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어. 너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그래.
『서촌의 기억』 p. 248,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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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천재적이지 못해서 괴로워했던 자윤과는 달리 애초에 천재적이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선우는 그렇게 조용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천재 문인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서촌의 기억』 p. 250,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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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사이야. 시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시작을 하지 않았으니 끝날 일도 없겠지. 아직까지는... 끝나지 않을 사이... 그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희망이라네. ”
『서촌의 기억』 p. 256,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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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윤의 편지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정갈하고 따뜻했다. 방공호 안에서의 삶은 잔혹했으나, 자윤은 그것을 시처럼 풀어놓고 있었다. 그 옛날, 스스로의 재능에 의구심을 펼쳤던 어린 시인의 필력에 선우는 몇 번이고 습기 찬 안경알을 마른 천으로 문질러야만 했다. 이 늙은 가슴에 간헐적으로 솟아나는 그리움은 단지 편지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
『서촌의 기억』 p. 270,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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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은 선우에게서 자신을 보았다. 빚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안고 무겁게만 살아왔 던 두 사람의 인생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서촌의 기억』 p. 293,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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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이 무너지고 사라지고 변해가는 동안 서촌의 한 귀퉁이에서 굳건하게 버텨냈던 기억은 그렇게 영원이 된다.
『서촌의 기억』 p. 301, 안채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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