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D-29
"새농민이 원제 김을 매라고 하먼 풀이 암만, 허고 그때꺼정 잘도 지둘레 주겄소. 새농민이 뭐라거나 말거나 풀이 나면 난 대로 뽑아야제, 워디 농사가 문자로 지어진답디까?" ...검색하지 않아도 새농민이 뭔지 아시는 분도 계시고 검색엔진에 검색해보신 분도 계시죠? ^^ https://www.much.go.kr/L/wWFJtZ5Gqu.do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P42 까지 읽고 나니, 오프라인 책모임었다면 어렵지 않게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딸이 아무튼 미스코리아에 나가보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에, 신문을 보던 아버지의 어린애한테 사기를 치고 그러나? 라는 답변, 이 답변에 딸내미의 "그럼 내 외모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아버지의 솔직함이 웃음을 주었습니다. “쯧! 하의 상은 되겄다.” 이리 솔직해도 되는 걸까요? 😂 아버지의 평가에 상처받지는 않았음에도 사람 살이에 아주 중요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놓친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건 네 사정이제, 나가 머라고 했간디의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떼는 영정 속의 아버지. 네 사정이제….가 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사정으로 넘어가니 그 사정이 가볍지않게 다가옵니다. [아버지의 사정은 아버지의 사정이고 작은아버지의 사정은 작은 아버지의 사정이지, 그러나 사람이란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버지는 그렇게 모르쇠로 딴 데만 보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작은아버지가 미국의 유명 아나운서 처벅이 죽은 그날처럼 취해서 차라리 대자로 널브러지기를, 그래서 올 수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p.184 에서 김대출신 이라는 말이 나와요. 알고보니 김일성 대학 출신이란 말이더라구요. 지역색이 강한 문장들이라 한눈에 읽기가 어렵지만, 최대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중이예요. 그나저나 화자는 참 좋은 딸이네요...
p.181에서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책방지기님.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네요!!! 안그래도 아버지의 해방일지 읽고 있어요. 그래서 관련 모임이 그믐에 없나 찾아보러 들어왔다가 똭! 발견!!
전 전자책이라, 페이지가 달라요. 그래서 그냥 쓸께요. "워찌나 청산유순가 쎗바닥에 신이 내렸는 줄 알았당게. 말문 터질라먼 예수 믿어야 쓰겄대." "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먼 난세에도 목심은 부지허는 것이여."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부르주아 빨치산이 또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정말 노동이 싫어.....노동이 무서워..."" " 네살 때의 아버지는 나에게 나와 같은 존재였다. 일심동체. 아버지와 다름을 깨닫고 아버지를 닮고자 서서 오줌을 눌 만큼 아버지는 나의 전부였다. 그 아버지를 이데올로기가, 국가가 빼앗아간 것이다. 차가운 철제 침대에 누워 수의에 싸이고 있는 저 시신과 내가 적어도 한때는 한 몸이나 같았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우주였다. 그런 존재를, 저 육신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책에 나오는 사투리가 참 생생하고 정겨워요. 저는 십대 때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인데 인물들이 쓰는 사투리가 좀 낯설긴 했지만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읽으면 처음에는 꽤 버벅될 것 같아요. 긴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떨지도 궁금해졌고요. 미국 작가인 리사 시가 제주 해녀들에 대해 쓴 <해녀들의 섬>을 읽다가 근엄하게 서울 표준어를 쓰는 제주 해녀들의 말투가 너무 와닿지 않아서 책을 덮은 적이 있었어요. 번역가 분이 영어로 쓰인 모든 원문을 1900년대 제주 사투리와 해녀들 말투로 바꾸는 것은 번역과 의역을 넘어 아예 리메이크가 되버릴테니까 어쩔 수 없지만요.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굉장히 재밌게 읽고 있는데 만약 다른 언어로 번역이 된다면 아무리 세계 최고 번역가가 작업한다고 해도 이 책의 굉장한 매력 포인트가 사라질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감해요. 저도 경상도가 고향이라 무리없이 읽었지만 서울분들만 해도 못 알아들을만한 사투리가 많다고 느꼈어요. 하물며 외국어로 번역하려면 너무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이 책의 매력을 살리면서 번역하기가....
이틀 전에 완독했습니다. "아부지라는 거이 이런 건갑다, 산에 있을 적보담 더 무섭드래. 겡찰보담 군인보담 미군보담 더 무섭드래." "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뿐이었다. 고작 사년이 아버지의 평생을 옭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 "나는 아버지를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 "아버지가 이 작은 세상에 만들어놓은 촘촘한 그물망이 실재하는 양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미국과 싸워 지고 반역자가 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미국과 싸워 이긴 베트남 여인이 찾아왔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빨치산이 어떤 시대에, 어떤 분위기에서 부르던 말인지 소설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전 80년대생이라 사실 빨치산이 뭔지 잘 몰랐어요. 그리고 화자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전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라 가끔 이런 좋은 소설을 읽고나면 "아, 이래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소설책 있다면 또 읽고 싶습니다.
특히 밤에는 읽지 말자..고 다짐해서 낮에 틈틈히 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읽고 덮고 읽고 덮다가 어제 밤 늦게 홀린듯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아 다 읽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다행히, 엉엉 울고 훌쩍대도 남편과 아이들은 깨지 않았어요. 홀가분해졌고 행복했습니다. 사투리가 아빠 고향 말씨와 같아서 아빠 목소리로 생생히 들리는 듯하고, 아빠 돌아가신 그 날 장례식장 구석 그 자리에 앉아, 내 몸을 통과하는 것들을 우두커니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던 그 기분으로 다 읽었어요. 책방지기님 덕분에 사놓고 차마 펼치지못하던 책이 될 뻔 했던 것을 인생책으로 꼽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읽는 동안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울렸다 웃겼다 울리는지 2/3쯤 읽으니 진이 다 빠졌어요. 밖에서 세 시간쯤 짬이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잠깐 볼까 하던게 멈출 수가 없었고 냅킨으로 눈물을 닦다가 작은 아버지 부분부터 오열각이 나와서 덮어야 했습니다. 모든걸 떠나서 일단 정말 재미있습니다. 정지아 작가님 책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10% 정도 읽은 거 같아요 ㅎㅎ 따라가볼게요 :)
저도 30퍼센트 정도 읽었는데 따라가보겠습니다 :)
전자책으로 30쪽 정도밖에 안남았네요. 글은 못 남겼지만 오고간 대회들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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