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일기

D-29
이제 마광수의 장편소설을 뒤져보자. 그가 안 죽고 나와 같이 지금 살아 있으면 좋겠다. 나와 생각이 너무 같다.
일단 마광수는 여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것이다. 그걸 글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신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마광수는 여자의 자연미보다는 인공미를 훨씬 더 선호한다.
마광수는 겉과 속이 다 같이 야한 여자를 좋아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엄이나 한 번 선포하고 내려가자고 결심한 것 같다.
마광수는 성에 대해 솔직했을 뿐이다 솔직히 남자는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아마 이건 본능적으로 자손을 남겨야 해서 그런 것 같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섹스에 대해 하루에도 아주 많이 생각한다. 마광수는 이걸 솔직히 글에 담은 것뿐이다.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마치 어린애처럼.
생각이 뚜렷해야 글이 산으로 안 간다 자기 생각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글을 쓰면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른다.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남도 당연히 그런 것이다. 자기의 주장이 항상 뚜렷하고 일관될 때 맘대로 쓰는 것 같지만 자기 생각이 항상 그리로 향해 있어서 -항상 같은 방향이 되어-글에 뭔가 생기가 돌고 통일된 어떤 기운이 느껴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남이 자기 글을 이해하겠나. 그리고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니라, 그저 생각이 없는 인간이 써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다고 안 만들어지는 자기 생각을 억지로 만들기보단 자기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망상(Fantasy)이라도-생각하면서 쓰면 글이 산으로 가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하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뭔가 글에 활력이 돌면서 읽는 사람도 얻을 게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뚜렷한 자기 생각과 철학도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마광수는 고양이와 뱀을 좋아한다.
야성적인 여자와 남자를 마광수는 선호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들.
마광수는 남녀간의 환상적 행위를 글로 많이 표현하는데, 이건 지금 일본 AV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이다. 일본은 이 분야의 상상력에 이미 도다 텄다.
제목 달기 글을 쓰기 시작할 땐, “이런 방향으로 써야지.” 하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글을 한밤중에 쓴 것이면 뭔가 센티한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낮에 다시 보면 그냥 도저히 보기 오글거려 글을 다시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 글에 덧붙이거나 삽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뭔가 정성이 들어간 글이라면 제목과는 다르게 그 내용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확률이 70% 이상이 될 수 있다. 아직은 글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기 때문에 글을 자꾸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어린애 기르는 것처럼 이 작업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니 글의 방향을 생각하고 글을 쓰고 그것에 따라 제목을 정하기보단 나중에 다 쓴 다음, 나중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이미 또 다른 글을 쓰기 시작할 때-그 글에 대한 애정이 식어, 아니 그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생겨 더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 때, 제목을 정하면 그 제목과 내용이 어느 정도 궁합이 맞게 된다. 그러니까 글에 더는 덧붙일 의지가 사라질 때 제목을 달아야 한다. 그때는 글에 정나미가 떨어질 때다. 끼고 있던 글을 구석으로 던져버릴 때다. 글을, 이제 성인이 된 아이처럼 독립시키는 거다. 제목을, 주제를 함축해 정하기도 하고, 글의 내용 중에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구절만 똑 떼어내 정하기도 하고 뭔가 그 글과 좀 떨어진 것이지만 작가가 생각하기에 “실은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어.”를, -양주동이『勉學의 書』에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책을 백 번 읽으면 문장의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이라고 한 것처럼 독자는 한 번에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글 문맥으로 봐서 분명 읽히는 것-그 글 내용과는 다른 엉뚱한 것으로 달기도 한다. 그러니까 글 중에 직접 언급한 게 아니라 행간에만 존재하는 것을 제목으로 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보기엔, 실은 그 제목이 글 내용과 엉뚱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제목을, 그 글 내용과는 관계없는 다음에 쓸 글을 암시하는 것으로 달기도 한다. 물론, 다음 글이 지금 글과 그렇게 전혀 동떨어진 내용은 아닌 경우다. 이런 제목을 다는 이유는 다음 글에 대한 구상이 작가의 머리를 이미 지배하고 있어 그럴 것이다. 지금 글은 이제 슬슬 정나미가 떨어지는 중이다. 이처럼 제목 달기는 작가 맘이다. 제목 달기 ○ 주제를 함축해서 ○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은 어느 한 구절 ○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어떤 이유로 해서 직접적으로 안 밝히고 은근슬쩍 행간으로만 밝힌 내용 ○ 글을 쓰면서도 작가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다음 글 내용 하여간, 제목으로 그 글의 내용을 말하고 주제를 말하고자 한다면 글을 더이상 쓰고 싶지 않을 때 그 글에 대한 애정이 거의 식는 순간에 적는 게 좋다. 그래야만 글 전체를, 독자는 제목만 보고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은 못해도 남에게 글로 섹스 판타지를 실현하게 한 다음 자기는 대리배설하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에 죽는 게 가장 좋다 K씨는 아름다운 이상형의 신부와 마지막 환락의 밤을 보내며 그녀 위에서 행복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죽는 게 가장 행복한 죽음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에 그만 죽어버리는 것이다. “아, 지금 죽어도 좋다!” 하며.
눈매가 고양이처럼 찢어진 색기 넘치는 여자를 마광수는 좋아한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사는 게 아니다. 그의 사랑한다는 말과 칭찬, 자식의 소유로 사는 것이다.
여자가 더 현실에 충실 여자는 앞이나 뒤를 안 생각하고 현재만을 생각해 지금 상황에 걸맞게 울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한다. 지금 여기를 엄청나게 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옛날엔, 그것도 없어 못 먹었다.” 하고 남자가 말하면 “지금은 옛날이 아니잖아.” 해버린다. “지금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니 그걸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평화를 누리는 것만 해도 엄청 다행이야.” 하면 “여긴 한국이잖아.” 하면 게임 오버다. 여자는 현재와 아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자는 과거와 미래보단 일단 현재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현재를 같이 사는 곁의 사람들이나 자식들이 더 그 여자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그들과 현재에서 애증의 관계로 더 얽혀있기 때문이다. 죽으면 아버지보단 엄마를 더 오래 잘 기억하게 된다.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남자는 현재에 안 충실해 잘 웃거나 울지 않는다. 지금 그럴 새가 없는 것이다. 현재와 함께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현재에 빠져 거기에만 마냥 놓여 있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니 여기서만 이러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남자는 현재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온 것이고, 여자는 여전히 현재를, 손에 꼭 움켜쥐고 있다. 하여간 현재를 더 중하게 생각하는 쪽은 여자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여자는 현재와 관계에 충실하고 남자는 전체 흐름을 보는 눈이 왜 생겼나. 왜 이 차이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남자가 더 이성적이고 여자가 더 감성적이라 그런 것 같기는 하다.
마광수는 안 어울리게 오래된 정든 골목길 거니는 걸 좋아한다.
같이 갈 수 없다 이전 사례를 보면, 이글은 곧 삭제될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의 느낌과 불안을 적는 것뿐이다. 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지금을 아주 시퍼런 리얼로만 보자.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그게 성공할 거라고 판단한 것부터가 심대한 오판이었다. 그때와 지금이 거의 같다고 본 것이고, 우리가 그걸 저지할 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일단 내지르고 본 것 자체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능력과 시계(視界)가 부족함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그 수준으로 계속 함께 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하니 우린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다른 것도 그 수준으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 그 정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응하면 다 같이 망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니 절대 같이 갈 수 없다. 그 수준에선 충분히 가능한, 어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또다시 맞이할 수 있기에 다시 그 상황을 접하길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로 보면, 같이 안 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위 문화가 바뀌었다. 전에 우리에게 농악(農樂)이 있었는데 일을 놀이처럼 하는 것이다. 그럼, 일이 노동이 아니라 유희가 되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일이 놀이이고, 놀이가 일인 것이다. 서로 구분이 안 되고, 여기에 유리 특유의 흥과 신명이 깃들면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뭐든 즐기면서 하면 이걸 당해낼 재간이 없다. 상대는 고통이지만, 우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같은 힘든 시간도, 상대는 1시간이 5시간이지만, 우린 채 5분도 안 된다. 결국 상대를 힘들이지 않고 무너지게 할 수 있다. 이러니 곧 같이 안 가도 될 것 같다.
지금 계엄이 젊은 사람에게 뭔가 할 것을 제공한 것은 좋은 점이다. 뭐든 뒤지면 나쁜 것에 반드시 좋은 게 있다.
마광수의 성에 대한 솔직함은 마광수가 성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린 건 세 가지 정도 이유 때문이다. 그는 기질이 솔직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기질을 아주 강하게 갖고 있었다. 위선과 주류가 떠는 가식이 싫었다. 인간이든 뭐든 본질에 다가가려고 했다. 인간은 결국 본질에 다가가면 성이 보인다. 식욕을 해결하면 성욕을 풀려고 한다. 그래 마광수는 이걸 사회에 그대로 까발린 것이지만, 다른 학자들도 결국 여기에 닿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은 사회적 비난과 체면이 두려워-마광수처럼 용기가 없어- 그러질 못한 것이다. 식욕 다음에 해결할 게 인간에게 성욕인데 마광수만 그대로 사회에 까발릴 용기가 있던 것이다. 사회 주류의 가식과 위선을 고발한 것이다. 그도 또한 한 인간이다. 원래 인간은 가진 게 없어야 홀가분해 솔직해질 수 있다. 그는 결혼했지만 바로 이혼했고 자식도 없어, 가지고 있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해 가벼운 몸으로 사회에 그대로 자기의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솔직함과 본질을 추구하고 주류에 대한 반골 기질과 몸과 마음의 홀가분함이 성에 더 솔직할 수 있었다. 마광수 성에 대한 솔직함 ◀ 솔직함과 본질에 대한 추구 ◀ 주류에 대한 강한 반골 기질 ◀ 사회적 몸과 마음이 홀가분함
사람마다 나름 자기 환경이라는 게 있다 환자 가족은 절박한데 의사는 그런 걸 하도 겪어 그냥 무덤덤한 것이다. 이걸 보고 환자 가족은 그 의사가 이해가 안 가고 싫은 것이다. 이런 건 자기 입장에서만 사물을 대해 그런 것이다. 지금 공무원의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 자기 보신에만 힘쓰는 것은 그들의 환경이 그래 그런 것이다. 한마디로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조직이다. 그런 걸 갖고 일하면 또 일하지 못한다. 아마 국민의힘도 이런 걸 고려하며 생각하면 이해가 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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