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져도,오직 자기 의지로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정해진 선택은 아닐까,운명과 선택,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미실, 무삭제 개정판 472쪽 》 김별아지음 천주교 신자인 저는 " 운명"을 하느님의 계획이야 라고 이 계획을 어떻게 알아차리지, 미리 알수는 없을까? 알아보려는 것조차도 의지가 개입된 거네요. 한 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이 싯점에서 2025년 나의 운명은? 하느님의 계획은 뭘까 기대되면서도 두렵기도 합니다.
저도 같은 문장을 옮겼습니다. 운명의 선택과 선택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어떤 생각들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네요.
종교인들이라면 절대자의 명령이나 계획으로 운명을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이마만큼 살다 보니 무언가 정해진 것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까지 정해진, 그것을 운명이라고 불러 봅니다.
순우리말은 아니지만 이 단어도 좋네요. 많이 배워서 감사한 기분입니다. 여원여모(如怨如慕) :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472쪽, 김별아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어제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환란과 혼돈의 시기, 그래도 책을 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20년 전의 저는 <미실>을 통해 도덕과 제도 이전의 욕망과 인간성, 성녀와 악녀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여성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봐요. 독자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은지, 아직 남은 사흘과 이후 오프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바쁜 연말의 공직 일정이심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안내해 주시고 답글까지 주셔서 감동 스럽게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패친의 인연이지만, 이 책을 읽고 독자층으로 승격된 것에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특별히, 독서 동반자 선생님들의 풍부한 독후감들을 읽으며, 인문학적 통찰과 다양한 시선을 읽은 것은 보너스이며 감동이 꽤 오래 갈 것입니다. 책을 완독 하고 나면, 눈을 감고 저만의 느낌을 감각 하곤 합니다. 첫 장을 시작하면서, '역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의 한 종류라는 개념으로 시작 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 가는가?" 톨스토이의 질문이 생각 났습니다. 성골과 진골 남성중심의 대원신통 복잡계 세계에 뛰어 든 약자이자 여성으로서, 초의지로 부귀의 정점에 도달한 얘기로 마무리 되었다면 제 예상대로, 역사판타지 소설로 끝이 났겠지요. 마지막 두 개의 장에서 미실은 여성을 넘어 하나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홀연히 이승의 희노애락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내면과 해탈의 세계로 건너간 발심과 용기는 보편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한 톨스토이의 인생 질문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소설 [미실]은 근친간의 성애로 가득찬 군주시대 미실의 얘기로 시작 하여, 여성의 이야기도 전개 되다가, 종국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내 삶을 되돌아 보고 깨닫는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임을 말입니다. 1,500년전 한 여인의 이야기는 지금, 도덕과 제도가 완전히 다른 민주주의 2024년의 관점으로, 고대시대 그녀의 생을 설렘과 흥분으로 바라 본 한 독자의 스스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 남은 생의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라구요. 김별아 작가님, 그리고 동행 선생님 여러분, 2025년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IJ 올림
부족한 글을 살뜰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통해 삶과 죽음, 욕망과 상실을 이야기하려 했던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경험적 진실로 읽어내신 데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가능하다면 오프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뒤숭숭한 세밑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마침, 미실이 살던 1,000년 신라의 [월성을 걷는 시간]을 찾아서 읽고 뵈면 더욱 좋겠다 싶습니다. 답글 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제가 정체성을 '신라인'으로 주장하는 만큼ㅎ, 졸작 <월성을 걷는 시간>은 즐겁게 쓴 책입니다^^
신라 마지막왕 경순왕의 후손으로 살아온 날들을 뒤 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록도 희미한 1500년전의 일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김별아 작가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미실을 통해 신라의 역사를 조금더 알게 되었고 한 여인의 삶이 이 처럼 영욕의 나날이 지나고 나니 한 줌의 재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 만고 불변의 정의가 아닐까 합니다. 작가님의 현란한 글 솜씨는 불과 10여 센티에 지나지 않는 여심을 마치 깊은 동굴처럼 묘사하는 대목도 보았고 혹 이해 되셨는지 모르지만 만추에 "갈비를 모아 불을 지피고..." 라는 대목의 "갈비" 라는 단어를 이해 하셨을까요. 갈비는 "말라 떨어진 소나무 잎" 을 말하는 강원도와 경상도의 방언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형편을 견주어 본다면 모든 이들이 일독 하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더불어 작가님의 명작 "내마음의 포르노 그라피" 도 함께 읽어 보면 더 이해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조계골 뚝저구 올림
'갈비'는 제가 어렸을 때도 많이 쓰던 말입니다(저 강릉 출신ㅎ). 욕망으로 충천했던 생애도 결국엔 무로 돌아간다... 요즘 더욱 사무치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미실로 대표되는 '신국의 도'가 후발주자인 신라가 삼한통합의 대업을 달성하는 사상적 에너지가 되었다는 것이 또 하나 전달하고픈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존재자는 참되다.”는 st.토마스 아퀴나스의 명제를 떠올립니다. 미실은 어쩌면 성욕과 권력욕의 화신, 끝간 데 없이 자기 욕망을 추구하다 간 인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은 캐릭터입니다. 평면적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미실 같은 여성을 규정하는 유일한 해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성과 속, 성녀와 악녀의 이분법은 속 편하게 악을 타자화하고 '그런 것은 나와는 관련 없는 것'으로 두는 시선이지요. 급박하게 닥쳐오는 현실 사안들에 힘겹게 대응하며 때로는 욕망에 휘둘리고, 때로는 계산적으로 간사하게 자기 앞가림을 하는 미실의 모습,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눈물겨운 아픔 속에서 생에 대한 순수한 의지를 간직하는 미실의 모습은 참된 한 인간의 모습이고 또 내 자신의 모습입니다. 미실의 행적을 들여다보면서 나 자신을 보듯이 그 사건들을 헤쳐간 마음을 짐작해보고, 내 안에 있는 욕망과 사랑을 헤아려 볼 수 있었어요. 화사하고 아름다운 고대 신라의 삶과 풍경 묘사 속에서 끝까지 자기 삶을 붙든 채로 살아 낸 명철한 여인의 생애를 감상하는 것이 그야말로 영웅 판타지를 보듯 즐겁기도 했어요. (저는 판타지를 정말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소설은 겨우 두 편 째이지만 읽고 나면 응어리진 듯이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셔서 작가님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매일 풍성하게 감상을 남겨 주신 다른 독자님들께도 감사드려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졸작을 훌륭하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작품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지요. 진지한 독자님들 만나뵐 수 있어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미실... 처음 읽을 때는 "아유, 야해~~~"인데 종종 중간에 스토리라인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내용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냥 야한기만 한 게 아니라 미실의 머릿속은 굉장히 넓었구나... 그걸 여자의 몸으로 정치의 한 페이지를 쓴다는 것이 남자의 권모술수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도 다시 읽으니 생각보다 야해서 깜놀ㅋㅋ 30대의 김별아가 이를 악물고 썼구나, 싶어서 좀 안쓰럽기도 했답니다(응?)
완독했습니다. 초반부터 미실이 정말 인상적인 캐릭터이고 고대 신라라는 시공간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미실처럼 요즘 보기 흔치 않은 기이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이 미실한테 열린 건 미실이 마지막으로 왕궁을 나올 때더라고요. 거침없이 선을 넘고 번민 없이 힘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신을 온전히 긍정하는 인물이 아니었던 거지요, 제가. 그렇게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미실의 마지막 모습에서는 스르륵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저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가 예술가를 떠나 모든 인간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작가도 마지막 부분에서야 주인공과 화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ㅎㅎ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에서 미실 역을 맡았던 고현정 배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상상을 하며 읽다 보니, 더 드라마틱하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미실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역사적 기록에서 끌어내어,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적 갈등, 욕망, 그리고 시대와의 대립을 통해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하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미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적인 도전을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하며 읽었습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모습에서 종합적으로 미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읽고 나니 미실의 선택과 행동이 단순한 개인적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당시대의 사회와 상황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님의 시각과 접근 방식에 깊이 공감하며, 이 책을 쓰기위해 사전에 많은 것을 준비하시고 공부하신 작가님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읽을 기회를 마련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독후감을 나누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소설을 읽으며 고현정 배우를 한두 번 떠올려봤어요. ^^ 사실 장편소설 <미실>을 읽으며 제가 상상한 캐릭터와 고현정의 이미지는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고현정은 청순하면서도 여장부 같다는 느낌,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지만 미실이라는 캐릭터는 그 이상이라고 느꼈거든요. 제가 생각한 미실은 비교적 담백한 이미지인 고현정에 비해 더 총명하고 섹시하고 ‘스타 같다’(화려하다는 느낌과는 다른)는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모습이네요. 그래봤자 제 상상이지만요. 제가 가상 캐스팅을 한다면 미실역 후보로 젊은 시절의 강수연 배우나 판빙빙, 안젤라 베이비(연기가 많이 늘어야 가능할 듯합니다) 등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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