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여자를 사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아름답거나 추하지도, 너무 지혜롭거나 어리석지도. 너무 품은 뜻이크거나 경망하지도 않은 여인을 만나 너무 행복하거나 불행
하지도. 너무 살갑거나 뜨악하지도 않게 살았어야 좋았을 것이다. 어머니와 누이에게 순응하여 법속한 생애를 이러구러 살아내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뒷생각일 뿐. 그는 애초부터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
었다.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홀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471~472p,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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