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Clara님의 문장 수집: "세종은 반드시 진정만을 입으로 내뱉고, 내뱉은 대로 행하였다. 그는 거짓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거짓만이 그를 살리고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끝내 거짓 뒤에 몸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이 세종을 다른 누구와도 다른 사람이게 하면서, 종래는 그를 해할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가장 큰 장점이 가장 큰 약점. 그래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Clara님의 문장 수집: "세종은 반드시 진정만을 입으로 내뱉고, 내뱉은 대로 행하였다. 그는 거짓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거짓만이 그를 살리고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끝내 거짓 뒤에 몸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이 세종을 다른 누구와도 다른 사람이게 하면서, 종래는 그를 해할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이 부분은 세종의 내면 갈등과 그가 처한 딜레마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 보여요.진실만을 고집하는 그의 성격으로 현실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지소태후의 명이 떨어졌다. 미실은 궁인들에게 팔을 잡힌 채 질질 끌려 나갔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처참한 몰골로 버림받아 내쳐져야 하는가. 미실의 머릿속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만이 파랑에 쓸리는 쪽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p.47) 당시 5-6세기에 절대 권력자의 결정은 무조건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 할건데 말입니다.. 미실이 그 일방적인 권력자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권력에 저항하거나 투쟁을 시작할 스토리 전개의 단초로 느껴 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벌써 3일째! <불모지에 머물다>를 함께 읽어요. 드디어, 사다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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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비단옷이 바람을 얼싸안고 부풀어 올라 펄럭이었다. 왜 밀면 미는 대로 가지 못하고 맞받아 달려 오느냐고, 노한 바람이 철벅철벅 뺨을 갈겼다. 머릿결이 사납게 흩어져 눈을 가지고 모래가 입 안에서 자박자박 씹협다. 그래도 고삐를 돌려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쫓기는 듯 도망치듯 바람이 부는 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바람을 안고 달리면 눈물이 흘러 떨어지는 대신 뒤로 날아가 흩어졌다. 축축한 볼이 어느새 바람에 씻겨 감쪽 같았다. 애초에 울지 않은 것 같았다. 71쪽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떠밀리는 삶이 아니라 결코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은 미실의 심리를 바람의 역방향으로 말을 몰며 달리는 모습으로 묘사를 너무 잘한 부분인 거 같습니다. 2장을 읽고 겨우 워워하며 멈췄지만 3장에선 결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그때도 한번에 정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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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작가님.. 궁궐 안의 법도와 당시의 관습.. 그리고 물론 여성들의 권세가 높기는 하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위태위태한 시국 등 이런 모든 자료를 다 조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을 것 같아요. 또 확인을 위해 현장답사도 하셨을 거 같고.. 어떤 자료들을 사용하셨는지 매우 궁금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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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님의 대화: 이 가계도(및 책에 실린 가계도)가 잘 이해가 안 되어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해한 뒤에 '아... 진짜 상상을 뛰어넘는구나' 하고 얼이 빠진 1인입니다. ㅎㅎㅎ
제가 일단 따라그리기는 좀 잘 하니까..ㅎㅎㅎ 무작정 따라 그린 후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그렇게 하고 읽으니, 와.. 뭐.. 요샛말로 하면 막장 드라만데.. 싶더라고요. 장소가 궁궐이고 왕족 이야기일 뿐... 족보가 완전 개족보(혈연이 최고구나 싶은..)드만요.
정필정님의 대화: 떠밀리는 삶이 아니라 결코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은 미실의 심리를 바람의 역방향으로 말을 몰며 달리는 모습으로 묘사를 너무 잘한 부분인 거 같습니다. 2장을 읽고 겨우 워워하며 멈췄지만 3장에선 결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그때도 한번에 정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저도 20년(정확히는 개정판 낸 후) 만에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생각보다 더 야하기도 하고(용감했다 김별아 ㅎ)
spring님의 대화: 근데, 작가님.. 궁궐 안의 법도와 당시의 관습.. 그리고 물론 여성들의 권세가 높기는 하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위태위태한 시국 등 이런 모든 자료를 다 조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을 것 같아요. 또 확인을 위해 현장답사도 하셨을 거 같고.. 어떤 자료들을 사용하셨는지 매우 궁금하옵니다~
애 기르고 살림하기 바빠서ㅠ 현장 답사는 잘 안(못)했고, 주로 공부를 했어요. 화랑세기 필사본을 중심에 놓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리고 중국의 사서들에서 한국의 고대 부분을 계속 찾아 읽었죠. 다른 한편으로 복식사 음식문화사 등 통사에서 그 시대를 추출했습니다.
spring님의 대화: 제가 일단 따라그리기는 좀 잘 하니까..ㅎㅎㅎ 무작정 따라 그린 후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그렇게 하고 읽으니, 와.. 뭐.. 요샛말로 하면 막장 드라만데.. 싶더라고요. 장소가 궁궐이고 왕족 이야기일 뿐... 족보가 완전 개족보(혈연이 최고구나 싶은..)드만요.
막장 드라마, 개족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씀이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spring 님이 그려주신 가계도는 책에 나온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린 건 아니던데요? 김유신 부분도 있고.)
14세의 미실, 16세의 사다함, 12세의 황후, 그 근처일 세종과 융명. 생물학적으로 사춘기인 인물들과 봄처럼 화사한 전경 묘사가 어우러져 판타지 읽듯이 읽고 있습니다. 말 달리는 초원과 전장과 궁궐의 환상적인 세상입니다. 각자의 실연의 아픔도, 출생에 얽힌 고민도 창창한 미래의 가능성이 있어 봄빛이네요. [탄실]을 읽은 기억으로, 미실도 나이 들어 늙고, 이 화사한 봄 뒤에 여름과 가을과.. 마침내 겨울까지 펼쳐질 것에 마음의 대비를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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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김별아님의 대화: 20년 전 초판 시절 어느 독자가 뭔가 분노에 차서 부들부들 했던 이유를 이제 보니 알 듯한... 생각보다 야하네요 ㅎㅎ
이번 한강 소설에 대한 반응을 보니 야한 것에 화를 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30대만 돼도.. 그런 묘사 자체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 왜.. 성적 묘사가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등장인물들이 아름다워서 읽기가 수월하고, 미를 숭상하는 신라인들의 정신세계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IJ님의 대화: 그 시대에도, 군주가 되려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주창한 기만과 잔인함의 기술이 필요했나 봅니다. 진정성이 그를 해할 치명적 약점이라는 글이 앞으로 세종의 힘겨운 운명을 암시하는것 같습니다.
세종에게 정이 갑니다^^
소설가김별아님의 대화: 그렇죠. 솔직하고 진정한 캐릭터가 승리한 역사는 거의 없으니..😭
@소설가김별아 유사 이래로 정치하는데는 권모술수가 제일입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소설가김별아님의 대화: 저도 20년(정확히는 개정판 낸 후) 만에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생각보다 더 야하기도 하고(용감했다 김별아 ㅎ)
ㅎㅎㅎ네 저도 놀라운 부분이 몇 장면. 마교수님 소설 창작론 영향일까요?
정필정님의 대화: 떠밀리는 삶이 아니라 결코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은 미실의 심리를 바람의 역방향으로 말을 몰며 달리는 모습으로 묘사를 너무 잘한 부분인 거 같습니다. 2장을 읽고 겨우 워워하며 멈췄지만 3장에선 결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그때도 한번에 정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와, 미실이 바람을 맞으며 말을 달리는 장면에 그런 뜻이 함의되어 있었군요.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방울져 뒤로 날아가버리는 것도 미실이 슬픔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는 묘사겠네요.
"미실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다함은 미실을 죽였다. 진정한 사랑은 지나온 과거와 기억을 죽였다. 슬픈 것에서부터 기쁜 것까지, 나쁜 것뿐만 아니라 좋은 것마저도 마땅히 죽어 묻혔다. 하지만 미련이나 회한 따위는 없었다. 한없이 어리석고 유치하고 치졸해져도 좋았다.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 앞에서 미실은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이면서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노파 같았다. <미실, page 60 >, 이 문장을 읽으니, 남녀의 진정한 사랑과 상열지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까요? 사랑의 감정에 서툴기만 한데 다 알아 버린것도 같은 열정의 감정표현을 읽으며.. 청년시절로 소환되어 전염이 된 듯 전율이 옵니다. 사실적이면서 매혹적인 시적 표현에 심장이 펌핑 됩니다. 유치해도 치졸해도 상관 없는 사랑의 역사는 인간에서 인간으로, 시대에서 시대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흘러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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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지금껏 궁에서 내쳐진 일을 오직 자기의 모욕으로 생각했을 뿐, 남의 시선과 입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옥진은미실에게 스스로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축조할 것을 요구했다. 타인에 의해 변해서는 안 된다고, 한순간도 자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불모지에 머물다>110p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불모지에 머물다> 는 미실의 내면 세계와 그녀의 독립적인 자아관을 알 수 있습니다 미실은 궁에서 내쳐진 자신의 상황을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지만, 모욕으로만 받아들이며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보입니다. 여기서 미실의 강한 자의식과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의지 또한 보입니다. 옥진은 미실에게 '스스로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축조하라'며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세우라고 가르칩니다. 또한 '타인에 의해 변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본질과 정체성을 유지하라고 가르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권력을 얻기 위해 외부 환경과 타협하거나 자신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을 지양하고,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시선보다 자신의 내면적 기준과 신념을 가지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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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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