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을 살피니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미리 연습했는지 무표정이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 당연했다. 최소 100명은 돼 보이는 신도들이 조금 전과는 달리 조용히 타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승려들을 올려다보았다. 승려들은 하나같이 눈을 내리떴다. 누구는 의연해 보였고 누구는 처량해 보였지만 근엄한 표정만은 모두 같았다. 나는 왠지 그게 거슬렸다. 어젯밤 만난 영국인 체류자들은 수도원 생활을 가볍게 여겨 싫었고, 이 승려들은 지나치게 엄숙해서 싫었다. 그 순간 나는 오직 나만이 균형 잡힌 태도를 지녔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 지은이 그랜트린 즐리, 옮긴이 백지선 - 밀리의 서재 ”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 - 고단한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부처의 인생 수업』 그랜트 린즐리 지음, 백지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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