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니안 네,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저는 번역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기에 관대한 편이긴 합니다만, 『생각에 관한 생각』 번역한 이창신 선생님이나 『넛지』 번역한 안진환 선생님 같은 분이 이 책도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긴 했네요. 그런데, 또 감수하신 안서원 선생님은 국내의 행동 경제학 전문가시니 여러 오류를 잡으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YG

dobedo
번역도 번역이지만 오자나 오문이 심심찮게 나오는 게 교정교열이 허술했던 거 같습니다. 어차피 이런 학술서 의 번역을 매끄럽게 다듬는 건 교정교열이 하는 일이니까요. 혹은 번역이 너무 엉망이어서 교정교열이 잡아야 할 노이즈가 너무 많았을 수도.

장맥주
“ 다양성과 상관없이, 집계는 판단이 진정 독립적인 경우에만 잡음을 줄일 수 있다. 그룹 잡음에 관한 논의에서 강조했듯, 그룹 숙려는 잡음에서 줄이는 오류보다 더 많은 오류를 편향에서 발생시킨다.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조직은 팀원들이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릴 때 발생할 의견 불일치를 환영해야 한다. 독립적이고 다양한 판단을 내리고 그것들을 집계하는 것은 가장 쉽고 저렴하며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결정 위생 전략일 것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1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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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화이트 코트 신드롬’이라는 게 있군요. 22장 읽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dobedo
의사들도 화이트 코트 신드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어떤 의사가 유튜브에 나와서 혈압은 제발 집에서 평소에 재라고, 혈압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양한 이유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봄솔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재는
혈압은 좀 높게 나오더라구요
두번째 재면 좀 낫고..
환경과 정신의 영향을 받는데 이런 편차가 있어서 두번 재는거 같아요
전 삼체3권 보다 살짝 밀렸는데 따라가겠습니다

연해
오, 혈압은 집에서 재는 것이군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다녀왔던 터라, 더 반가운 주제네요.
근데 저는 늘 저혈압이에요(반전). 이번에도 수치가 낮아서 모든 검사가 끝나고 다시 재고 가라고 하셨는데, 다시 재도 역시나. 높게 나온 게 그 수치라면 저는... (이번에도 최고가 84, 최 저가 50이었어요).
격한 운동이라도 하고 재야할까 봐요(흑흑).

YG
@연해 혈압은 집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포즈로 일주일 정도를 재고 나서 그 평균치를 살피는 게 제일 정확하다는 얘기를 예전에 취재할 때 들은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자고 일어나서 소변까지 보고 나서 5분 정도 지난 후에 연속으로 두 번 측정하고(하루 평균치), 그걸 일주일 반복해서 얻은 일주일 평균치로 혈압에 문제가 있는지 판정하는 게 최선이라는 식입니다. (혹시 의료계에 계신 분이 있다면 잘못된 대목은 정정해 주세요.)

YG
@연해 님께 댓글 달다 갑자기 생각난 책이 있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뿌리와이파리). 제레미 그린의 책인데 고혈압, 당뇨, 콜레스트롤 수치의 표준이 어떤 논쟁 과정에서 마련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약을 보유한 제약 업계의 이해관계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 책입니다.
특히 고혈압의 기준이 왜 140/90mmHg이 되었는가, 같은 질문이 새삼 궁금한 분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재미있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과 제약산업의 사회사세 가지 ‘기적의 약’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약을 통한 예방’이라는 현대의학의 교의에 밑바탕이 된 마케팅과 의학의 융합을 탐구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그 특성과 관계자가 서로 엮여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치료 지식과 실천에서 일어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와 일련의 구조적 발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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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매일 숫자와 싸우고(?) 있는 저에게 숫자의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더(?) 솟아오릅니다. 지난번 책도 그렇고, @YG 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은 기본이 400페이지가 넘네요(허허허). 저에게는 이마저도 벽돌책이라 말씀드리면, 이 방에 계신 분들이 슬며시 미소 지으실 것 같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책 추천은 언제나 기쁘지요. 미래의 제가 읽을 것이에요...)

연해
오, 이렇게 정성스럽고 자세한 설명이라니! 감사합니다:)
같은 시간, 심지어 같은 포즈로...(하핫)
제가 저혈압이라, 갑자기 일어나거나 피가 부족할 때(이게 저혈압과 연결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질어질 휘청휘청하는 편인데요. 아직은 살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던 터라(간헐적인 어지러움은 사실 좀 익숙해서), 좀 더 이 증상이 심해지면 @YG 님이 말씀해주신 방법으로 꼼꼼히 체크해보겠습니다.

장맥주
“ 잡음과 관련해 정신의학은 극단적인 경우다. 같은 기준으로 같은 환자에게 진단을 내릴 때, 정신과 전문의들은 곧잘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1940년대 이후 잡음 축소는 정신의학계가 우선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과업이 됐다. 끊임없이 개선하고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정신의학계에서 잡음을 줄이는 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2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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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하지만 진단을 내린 의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보다 정신의학에 잡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명법의 부적합’이었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의학적 명명법에 불만족스러웠다. 이런 배경에서 1980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최초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분명하고 자세한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이것은 정신의학계에서 진단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첫 단계였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2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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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최고재무책임자나 연구책임자의 측정 가능한 성과란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날의 지식 노동자들은 다수의, 때때로 상충하는 목표들을 균형 있게 추구한다. 근무평정을 실시할 때 그중에 어느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살핀다면, 잘못된 평가로 이어지고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매일 의사 한 명이 진료하는 환자의 수는 병원 생산성의 주요 동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사들이 오로지 그 요인에만 집중하길 원치 않고, 그들이 진료한 환자의 수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고 보상이 제공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3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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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무엇보다도 평정자들은 평가 이후에 피평정자들과의 불편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평점을 부풀릴 수도 있다. 또는 오랫동안 승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거나, 심지어 역설적이게도 업무 실적이 나쁜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평점이 높아야 그 사람을 다른 부서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3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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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셋째, 존경과 존엄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려면 어느 정도의 잡음은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잡음은 사람들이 결국 포용하게 된 불완전한 프로세스의 부산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프로세스는 직원, 고객, 지원자, 학생, 범죄 피의자 등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발언하고 재량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의견이 반영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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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자비는 규칙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잡음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많은 상황과 조직에서 포샤처럼 자비를 간청할 수 있다. 그런 애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직원은 승진을 바라고, 예비 집주인은 대출이 간절하고,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 이럴 때 의사결정자는 어떤 잡음 축소 전략(특히 엄격한 규칙을 기초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포샤처럼 자비심이란 본질상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의사결정자는 개인의 처지를 고려하며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의사결정자는 개인 사정을 고려하여 내린 판단에 잡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존중받았다는 느낌, 누군가 자신들에게 귀 기울여 주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의사결정자는 자비를 베풀어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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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요컨대 혹자는 잡음 있는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치가 변하고 판사들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면, 판사들은 가령 과거와 달리 마약 사범에게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강간범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기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관대한 판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판사가 있을 경우 부당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다르게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참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가 생긴다면, 이러한 부당함은 용인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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