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D-29
결국 같은 말이라도 글의 내용이 무게 있어 보이면 감히 함부로 헐뜯지 못한다. 인간 세상이라는 게 항상 이렇다. 늘 상대적이다.
사회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옳아도 보통의 인간이 느끼는 것을 거스르면 처벌 받는다. 일단 이걸 알아야 한다. 그것에 뭔가 감정을 실으면 나만 손해다.
인간은 자기에게 쉽게 와닿는 것에 실은 더 욕심이 있다. 민족이나 국가 같은 먼 개념은 이것을 뛰어넘지 못한다. 후대의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니까 그렇게 붙이는 것 뿐이다.
마광수는 소설에서도 외설적인 표현을 썼지만 거의 같은 내용을 수필로 써서 감옥에 간 것 같다. 소설보다는 수필이 진짜 작가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더 야한 내용은 소설로 하는 게 사회에선 제재를 덜 받는다. 하여간 인간 사회는 믿을 게 못 된다. 거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나만 피곤해진다.
유명해지기 싫어 유명해지면 글을 맘대로 쓰지 못한다.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나는 그걸 너무 잘 안다) 그래도, 그래서 나는 안 유명해지고 싶다. 글을 내 맘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건 검열(Censorship) 때문이다. 안 유명해서 그게 한두 사람이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여러 명이면 내 귀에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할 수 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갇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범위에서만 쓰게 되어 있다. 자기에게서만 나온 독창성이 가장 귀한 상상력인데 글에다가-검열 때문에-자기의 솔직한 고백을 못 하면 독자력은 곧 초상(初喪)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내 고유의 글이 안 나오고 어디서 많이 본 글이 되고 만다. 자기 글이 너무 나간다 싶으면 고쳐서 현실과 타협하고 마는, 양다리 걸치기 글이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기 글을 자신이 구별 못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글쟁이로서 이보다 더한 불행이 또 어디 있겠나. 독자로서도 다양한 글을 접한 기회를 잃는다. 지금 절대 안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건 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맘대로, 글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다 감내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해야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더 가까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유명해진 나머지 자기 검열에 빠지면 이런 에너지가 분산되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난 그러기 싫을 뿐이다. 글쟁이는 글만 생각해야지 다른 것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망하는 길밖에 없다.
생각이 뚜렷해야 글이 산으로 안 간다 자기 생각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글을 쓰면 글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자기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남도 당연히 그런 것이다. 자기의 주장이 항상 뚜렷하고 일관될 때 맘대로 쓰는 것 같지만 자기 생각이 항상 그리로 향하고 있게 되어 -항상 같은 방향이 되어-글에 뭔가 생기가 돌고 통일된 어떤 기운이 느껴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남이 자기 글을 이해하겠나. 그리고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니라, 그저 생각이 없는 인간이 글을 써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다고 안 만들어지는 자기 생각을 억지로 만들기보단 자기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몽상(Fantasy)이라도-생각하면서 쓰면 글이 산으로 가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하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뭔가 글에 활력이 돌면서 읽는 사람도 얻을 게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뚜렷한 자기 생각과 철학도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마광수는 공산주의보단 자본주의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물질 만능주의를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의 욕망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화가는 남자보단 여자를 더 많이 그린다.
사전이 예문도 보면 일반 보통 인간의 생각을 그대로 담는다.
전엔 그래도 도시와 도시 사이에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정겨운 농촌 풍경이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삭막한 도시와 도시로 금방 이어지는 풍경밖에 없다. 그래 차창을 내다보는 일이 별로 없다.
프랑스가 노벨문학상이 제일 많은 것은 불어가 한글보단 널리 보급되어 있고 그런 것보단 국민이 예술을 사랑하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마광수는 약간은 김기덕처럼 여자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광수는 1985년에 결혼했다.
읽을 책이 항상 곁에 있어야 지금 바로 느낌이 있어 안 쓸 수가 없다. 물론 책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그래 읽고 싶은 책을 2~3권 주문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맘에 안 드는 책만 있으면 또 불안하다. 맘에 드는 책이 늘 내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나오면 그가 쓴 책을 전부 읽는데 그가 신인이라 그가 쓴 책이 몇 권 안 되면 불안하다. 그의 새 책을 학수고대한다. 그런데 이런 작가 중엔 다음 책에 나는 실망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글을 항상 잘 쓰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책을 이미 많이 쓴 원로작가가 좋다. 그의 책을, 읽을 책이 줄줄이 서 있어서. 이런 사람은 대개 나를 실망하게 하진 않는다. 이렇게 맘에 드는 작가의 책이 나를 에워싸고 있으면 기운이 빠지거나 무기력할 때 그걸 계기로 나는 다시 자신감이 솟는다. 책은 나를 다시 서게 하는 든든한 뒷배경이다.
마광수는 천주교, 개신교보단 불교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마광수는 여자가 화장 안 하는 것을 싫어하고 꾸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외모가 부족하면 포기하지 말고 꾸미기를 노력하라고 마광수는 말한다.
마광수는 육체를 무시하는 여자를 싫어한다.
마광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희한하다. 진짜. 한국인은 한복을 안 입고 어짜다가 한복이 보이면 그는 외국인이다.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다산북스/책 증정]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을 저자&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정리해요 🙌
[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책[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1월1일부터 고전 12권 읽기 챌린지! 텀블벅에서 펀딩중입니다.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1. 수상한 한의원 [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 애주가를 위한 큐레이션
[그믐밤] 30. 올해의 <술 맛 멋> 이야기해요. [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서강도서관 x 그믐] ④우리동네 초대석_김혼비 <아무튼, 술>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읽기, 가제본 북클럽
[바람의아이들] "고독한 문장공유" 함께 고독하실 분을 찾습니다. 💀《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선착순 도서나눔] 중국 대표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원청》! 출간 전 같이 읽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보르헤스, russist 님과 함께라면?
(9) [보르헤스 읽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부 같이 읽어요(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2)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같이 읽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작법서 읽기]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읽기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4.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