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와 백년의 고독 읽기]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D-29
[파리 리뷰] 인터뷰 중에서 발췌. Q. 번역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마르케스] 주석을 붙이는 번역가를 제외하고는 무척 존경합니다. 주석을 붙이는 번역가들은 아마도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것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그런 번역가도 있으니까, 독자들은 그런 번역가를 참고 견뎌야만 하겠지요. 번역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대가도 아주 적은 편이지요. 훌륭한 번역은 다른 언어로 이루어지는 재창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레고리 라바사를 엄청 존경합니다. 제 책은 21개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라바사는 각주를 달기 위해 책의 어떤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유일한 번역가입니다. 제 작품은 영어로 완전히 재창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어떤 부분은 문자 그대로 쫓아 읽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영어 번역본을 읽으면서 받은 인상은, 번역가가 제 책을 먼저 읽고 나중에 회상하여 다시 썼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그런 번역가들을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지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입니다. 출판업자들은 그런 번역가들에게 불쌍할 정도로밖에 지불하지 않으며, 그들의 번역을 문학작품의 창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도 에스파냐어로 번역하고 싶은 책이 있지만, 번역은 제 자신의 작품을 쓰는 것만큼이나 많은 일을 요구하거나, 충분한 밥벌이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1" 중에서 파리 리뷰
이 답변 중에서 언급하는 라바사라는 사람이 영문판을 번역한 그레고리 라바사 (Gregory Rabassa)를 말하는 군요. 마르케스도 영어를 꽤하니까 작가가 엄청 존경한다는 번역가는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영문판은 쉬운 단어를 쓰면서도 문장의 리듬이 있어서 물흐르듯 읽힌다는 점이 장점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문장이 술술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마르케스는 주석이 달린 번역을 과소평가하지만, 저는 민음사 버전의 꼼꼼한 주석에 아주 감사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한국독자에게는 생소한 공간이니 꼼꼼한 주석이 마콘도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으로 읽으니 클릭만으로 책 앞뒤를 왔다갔다 할 수 있어서 더 편하고요.
그레고리 라바사에 대해 더 찾아보니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이 번역가에게 '백년의 고독' 번역을 맡기려고 3년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중에는 라바사의 번역이 자신의 스페인 원작보다 더 훌륭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라바사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번역해온 경험을 자서전으로 남겼는데 제목이 'If This Be Treason: Translation and Its Dyscontents, A Memoir' 라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그레고리 라바사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을 위해 [파리 리뷰]에서 라바사 사망 후에 올린 기사 링크 공유합니다. https://www.theparisreview.org/blog/2016/06/14/gregory-rabassa-1922-2016/
화제로 지정된 대화
벌써 10분 이상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문판과 국문판을 대조해보니 특이점이 있네요. 일단 이 책에는 목차가 없지요. 아마 의도된 것 같습니다. 돌고 도는 반복되는 듯한 인생에 순서가 있을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어판에는 그래도 어색했던지 각 챕터 앞에 숫자가 붙어있습니다. 함께 읽는 진도를 정하기에는 참 다행한 점이지요. 민음사 버전 1권에는 10장까지 있습니다. 12월 2일부터 드라마가 올라오기 전까지 이틀에 1 챕터 씩 읽는 일정으로 하려고 합니다. (저는 전자책을 가지고 있어서 페이지로 안내를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물론 각자 편하신 대로 읽어도 되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공유하는 일정이 있는 편이 좋더군요. 그래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1권의 반 정도를 읽고, 드라마를 보아가면서 나머지 반을 읽는 걸 목표로 할까 합니다. 그런 다음 12월 후반부에 나머지 2권의 이야기를 끝낼 여력이 있으신 경우에는 나머지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방향으로 하려고요. 그럼, 각자 편하신 버전의 책을 구해서 읽으시면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여보지요. 콜럼비아에서, 스페인어를 하는 배우들만 써서 촬영했다고 하니 영문이나 한국어 번역을 보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흥분됩니다.
“물건들이란 제각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요, 영혼을 깨우기만 하면 다 되는 겁니다.”
백년의 고독 1 Ch.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월 2-3일은 1장을 읽습니다. 얼음으로 시작해서 얼음으로 끝나는 장.. 1장을 읽으시고 머리에 뭔가 남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모습을 보고픈 이미지나 장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보고싶은 부분을 묘사해주시거나 선택한 이유를 나누어 주세요.
마꼰도 마을의 모습이 궁금해요. 1장 속 이미지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제작한 바이킹스 배경이 떠오르는데 마꼰도가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등장인물들도 제가 생각한 이미지가 맞을지 기대되고요!
저는 여러 가지 장면을 보고 싶은데요, 제일 보고 싶은 장면은 - 마을 북쪽으로 떠난 여정에서 마주친 스페인 난파선의 모습 이고요, 그 외에도 - 집시 멜키아데스가 틀니를 하고 와서 다시 젊음을 찾은 모습 - 멜키아데스의 죽음을 말해주는 목소리를 남기며 웅덩이로 변해버리는 아르메니안 집시 - 마지막에 나오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같은 얼음을 만지며 아우렐리아노가 "펄펄 끓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 등 입니다.
어떻게 재현했을지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고요히 숲속에 잠들어있는 스페인범선, 그 광경입니다. 그리고 멜키아데스의 죽음을 알리고 웅덩이로 변한 집시가 나온 장면도 보고 싶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장에서 인상깊은 문장을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서 댓글로 달아주세요.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우린 계속 당나귀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바로 저기 저 강 건너에는 온갖 희한한 것들이 있다니까.
백년의 고독 1 p.2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치르고 고난을 겪으며 찾으려고 할 때는 찾지 못했는데, 오히려 찾지 않으려고 했을 때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그의 길을 턱 가로막고 있는 바다를 발견하자 심술궂은 운명의 장난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백년의 고독 1 p.3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물건들이란 제각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요, 영혼을 깨우기만 하면 다 되는 겁니다
백년의 고독 1 p1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아이들은 멜키아데스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감탄했다. 그 당시 다섯 살밖에 안 되었던 아우렐리아노는, 그날 오후의 더위로 녹아 내린 기름기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운데 깊이 있는 어둠에 둘러싸인 상상의 세계를 오르간 소리처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밝히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던 멜키아데스의 모습을 평생 기억해야만 했다.
백년의 고독 1 p. 19,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전 다시 읽으면서 첫 문장에서 또 멈칫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답은 없지만 첫문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것 같아요. 민음사는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문학사상사는 "몇 년이 지나 총살을 당하게 된 순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오래 전 어느 오후에 아버지를 따라 얼음을 찾아 나섰던 일이 생각났다." 민음사 번역이 맥락이 더 맞는것같은데(얼음을 굳이 찾아나섰기보다 구경하러 갔다는 면에서) 시제는 문학사상사가 더 이해하기 쉬운것 같기도 해요. 영어로는 찾아보니 (무슨 판본인지는 모르겠지만) "Many years later, as he faced the firing squad, Colonel Aureliano Buendía was to remember that distant afternoon when his father took him to discover ice." 라고 나오네요. 원문은 "Muchos años después, frente al pelotón de fusilamiento, el coronel Aureliano Buendía recordaría aquella tarde lejana en que su padre lo llevó a descubrir el hielo." 첫 문장부터 엄청 여러가지 과거(이런 표현이 맞다면)가 중첩되면서 작품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해야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첫 문장이 언뜻 지나치기 쉽지만 이 문장 하나로 1장의 처음과 끝이 순환을 연상시키며 잘 연결이 되죠. 그리고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수십년의 시간과 엄청난 차이의 공간을 뛰어넘는 상황설정이 이루어지는 거고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드라마 트레일러에서도 이 장면과 대사로 시작을 하더군요. 소설 시작에 바로 '얼음'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킨 것도 처음 볼 때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화려함으로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물체같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 녹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덧없음을 나타내어 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로 그런 점에서 '멜키아데스'의 죽음을 알려주던 집시가 액체웅덩이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이미지도 이와 상통하고요. 1장에서부터 작가가 고심하여 설정한 많은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듯 하네요.
그러고보니 첫문장과 마지막 장면이 연결되는거였네요,읽으면서 번역하신 분의 노고가 보였습니다 이 책은 주석도 주의깊게 보아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은 처음 접하는데 신비한 분위기에 익숙해지려 노력 중인데, 얘기해주시는 내용들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일 신기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덧없이 사라지는 것, 당시 격변하던 시대를, 특히 남미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거 같습니다.
괜찮아. 중요한 건 방향을 잃지 않는 거니까.
백년의 고독 1 P.2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저도 사랑하는 소설이에요. 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스페인어버전 책도 샀더랬지요. 앞쪽 몇 페이지만 읽고 그대로 책장에 꽂혀있지만 ㅋㅋ 함께 읽을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네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북다/책 나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기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 3월 28일(금) 그믐달이 뜨면 만나요
[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모두를 위한 그림책 🎨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 혼자 읽기 방, 참여도 가능합니다![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3월의 고전
<고전 않고 고전 읽기> 1. 돈키호테 1[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이달의 고전] 3월 『오이디푸스 왕』 함께 읽어요
도서관 vs 미술관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오늘의 하이쿠
한 수두 수세 수
내가 하는 독서 모임은 왜 잘 안 될까?
잘 되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위한 꿀팁 1. 적당한 모집 기간 잘 되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위한 꿀팁 2. 모집글 쓰는 요령 잘 되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위한 꿀팁 3. 독서 모임을 활성화를 위한 비법은 이것!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SF 어렵지 않아요! 함께 읽는다면
[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함께 읽는 SF소설] 03.키리냐가 - 마이크 레스닉[함께 읽는 SF소설] 02.민들레 와인 - 레이 브래드버리[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원작을 읽어요.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0. 콘클라베[북킹톡킹 독서모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25년 3월 메인책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
AI가 대체 뭔데!
[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AI 2045 인공지능 미래보고서』 혼자 읽기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