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같이 읽기

D-29
<센서티브>라는 책이 있군요. 거기선 어떤 예민함에 대해 다루었는지 궁금하네요. 일을 하면서 다양한 군상을 만나보았는데 그중 가장 까다로운 케이스가 예민한 사람이었거든요. 같이 일하면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또 시작이네' '이럴 일이야?' 싶다가도 일이 흘러가는 모습이나 최종 결과물을 보면 '저렇게 하니 이렇게 되는군' '예민한 게 아니라 치밀한 건가?' 하며 몰래 그 사람을 욕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곤 했습니다. 단점 같지만 결국 장점이 될 수 있는 기질인가 싶고 그렇습니다.
맞아요! 저도 그런 분들과 여러 번 일한 경험이 있어요. 치밀하고 완벽한 사람들이라며 밉다가도 또 보게 되는 그런 사람들요. 근데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그 결과물이 대단해보였는데, 지나고 보면 그저 그런.... ^^ 오히려 일에 관해서는 너무 지나쳐서 신경증과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요. 뭐든지 '적당히' 가 중요한데, 문젠 그 적당의 기준인거죠.
호오, 맞습니다. 그런 경험 자주 있었어요. 저 스스로에게도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며 예민하게 굴어놓고, 그게 프로페셔널하다 생각도 했었지요. 한데 한 발자국만 나와서만 봐도 '이게 뭐라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때의 나는 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했던 걸까 싶어지는... 그러고 보니 '파란 대문' 챕터에도 그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무릇 함께 산다는 건 단어에 결부된 감각을 서로 조율하는 일임을 그때 알았다. 이를테면 '제때', '지저분하다', '꽉 차다', '조용하다' 같은 단어들. 익숙한 단어에 관해 서로가 느끼는 감각이 너무도 달라서 그 간극에 늘 놀랐다.(65p) 이것은 비단,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더란 말이지요. '단어에 결부된 감각을 서로 조율하는 일' 이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적당히' 는 서로 조율하기 정말 힘든 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마토 님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마토님이 열어주신 <슬픈 짐승>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제 모임에 이렇게 또 참여해 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지난 모임이 첫 참여였어서 어리바리했었거든요;; 마토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번 책은 어떠셨나 모르겠네요. 다른 분들의 책을 접했을 때 첫 느낌도 궁금하고요. 전 산책하며 여유 가질 수 있을 때 읽어도 좋았고, 당장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싶을 때 읽어도 좋더라고요. 어제는 먼 거리를 버스 타고 다녀올 일이 있어서 오며 가며 버스에서 읽었는데요. 창밖에 스쳐가는 풍경이랑도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안녕하세요 무슨님, 저야말로 지난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잘 이끌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이 계절과 딱 어울리는 책을 고르신 듯합니다. ^^ 오늘 '햇밤'을 읽고 군밤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가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너무 추워서...
지난달에 서점에서 벌인 이벤트 덕에 달달하게 졸인 밤이 들어간 디저트를 많이 먹었는데요. 밤은 그냥 까먹든 쪄 먹든 졸여 먹든 먹는 순간엔 언제나 그런듯합니다. 머릿속에 온통 가을의 정취를 그리게 되는. 작가님도 분명 그랬겠지요. 심지어 밤송이 안에 들어있는 햇밤이라니 더했겠어요. 그나저나 항시 일교차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번 주 내내 일교차가 크다고 하더군요!
실시간 답글도 아니고.. ^^ 지금 그믐에 접속 중이신가요? 바로 답글이 달려서 저도 이어 달아봅니다. 달달하게 졸인 밤이라니요... 자야 하는데 배가 고파져요.
오! 지금 접속 중입니다. ㅎㅎ 뭔가 아무런 표시가 되지 않는데 답글이 달리니 신기한 기분이네요. 저도 밤이 콕콕 박혀있던 휘낭시에 생각을 하며 물을 거하게 한잔 들이켰습니다. 햇밤 챕터의 효과...
저는 어젯밤 15일 분량, '햇밤' 챕터까지 읽어둬야지 하다가, 궁금해서 '삼청동' 챕터까지 읽어버렸습니다ㅎㅎ 밤에 달리는 버스에서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 곱씹었는데도, 평소보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더라고요. 프롤로그부터 읽고 있는 챕터까지, 그냥 읽고 지나쳐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이런 담담하면서도 다정한 어투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저 역시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걸으며 본 풍경들을 '우울이라는 장소의 지형'이라고 표현하다니,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모두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바람을 맞아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들에서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을 느끼며, 그 기쁨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인간인 내가 인간 아닌 이 땅의 수많은 존재들, 가령 한 그루의 나무보다 특별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기쁨에 종류가 있다면 이런 깨달음이 선사하는 기쁨은 내 존재를 부풀리고 과시하면서 얻는 기쁨과는 분명 다른 기쁨, 말하자면 차갑고 고요한 기쁨일 것이다.'(34p)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걸을수록 아는 것이 줄고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는 말은 '참'입니다.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알아가는 기쁨. 그 기쁨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또 다른 기쁨. 이것을 반복하고 이 기쁨에 집중하면 오늘 내가 그린 우울의 지형은 저절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매일 똑같은 길 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으로 오늘 하루 일과를 바라보고 새로운 기쁨을 찾아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퇴근하며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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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오늘까지 읽으시며 어떤 문장에 마음이 꽂히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얻은 기쁨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오늘 '파란대문'까지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의 첫 문장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기억하듯 그 동네를 기억한다.' 이 문장이 참 인상 깊네요. 어린 시절 잠깐 외할머니 살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파란대문은 아니었고,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상가 건물 2층에 살았는데 좁은 입구의 대문은 낡고 오래된 알루미늄 문에 무늬가 있는 유리 창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오늘은 '옥상' 과 '여름' 챕터를 읽었습니다. 에세이 중반까지 읽으면서 느낀 건 각각 한 편의 에세이 속에서 여럿 사진들을 보는 것 같아요. 장소든 시간이든 그때 작가 눈에 포착된 순간들을 앵글로 담아서 글로 쓴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차분해지는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음이 급해 '파란대문' 챕터까지 읽고 그믐에 접속했습니다. 참여를 신청한 나머지 세분.... 어디 계시나요?ㅠㅠ 그믐 사이트가 푸시 알림이 없어서 설마 신청한 걸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저희 서점에서 책 구입하신 분도 계셨는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지도를 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곳은 눈을 감으면 외려 선명해진다.(...) 몸으로 익힌 장소라서 그렇다.(61p) '파란 대문' 챕터 초반에 등장하는 글입니다. '몸으로 익힌 장소' 이 부분을 읽으며 나에겐 그런 장소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있나요? 눈을 감아도 선명한 장소.
저는 꿈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살던 강원도의 작고 허름한 동네, 그 동네를 가로지르던 작은 언덕배기입니다. 그 언덕은 집에서 초등학교 정문으로 이어지는 등굣길이었습니다. 언덕 위에는 교회가 우뚝 있어서 교회 대문 앞에 다다르면 '이제 반은 왔구나', 했던 길이지요. 언덕 오르막길엔 자그마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아침마다 아이들 뒤통수로 북새통이었고요. 내리막길엔 널찍한 계단이 피아노 건반 마냥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커다란 담벼락이 꼿꼿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하며 한 칸 한 칸 내려가다 보면 어느샌가 학교 정문이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귓가엔 가위바위보 하는 소리가 생생합니다. 티격태격하며 내려오던 친구의 얼굴은 잊었는데 그 길의 풍경만은 선명합니다. 언덕을 지나던 자동차가 뒤꽁무니로 풀풀 일으키던 먼지바람의 모양까지도요. 꿈에 계속 나오는 이유라면 역시 '몸으로 익힌 장소'인 탓 아닐까요. 남은 기억이 거의 없는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던 곳이었으니까요. 다 자라서 그곳에 갔을 땐 언덕은 오랜 기억보다 더 야트막해서 놀랐습니다. 열심히 뛰어오르던 계단이며 무시무시했던 담벼락은 세련된 무언가로 바뀌어 예전의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어 슬펐고요. 그래도 여전히 꿈엔 그때 그 장소가 나옵니다. 꿈속의 나는 다 자라있는데.
안녕하세요, 서점에서 책 산 사람 .. 아마 저인거같네요 하하 / 갑작스러운 출장에 책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틈이 생겨 책장을 넘기고 그믐에 들려보네요. 직장으로 인해 우울한 저에게 ’우울이라 쓰지 않고‘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다가와 호기심에 모임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아주 늦은 인사를 드리며 내일 이어서 책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게요!
오! 잘 오셨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반쯤은 약간의 포기도 있었지만ㅎㅎ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분량이 길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금방 읽힐 듯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같이 읽어봅시다.
저는 오늘 겨울 챕터까지 읽었습니다. 여름과 겨울 챕터가 연이어 있어서 계절의 냄새를 더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여름은 견디는 것이고 겨울은 기다리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저는 큰 공감을 하면서요. 저도 두 계절을 항상 그렇게 맞이합니다. 작가는 겨울을 팔월부터 기다린다고 하는데, 저는 더 일찍부터 기다리곤 합니다. 그러다 추석이 오면 그해에 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식이죠. 그런 마음을 고수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한 계절이 끝장나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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