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같이 읽기

D-29
'무슨 서점' 에서 입동부터 같이 책 읽으며 한담 나누는 주간을 갖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려는 게 분명한 차가운 공기에 어쩐지 마음이 헐거워질 때면, 저는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더라고요. 🍁문이영 작가의 <우울이라 쓰지 않고>를 11월 10일부터 20일간 같이 읽읍시다. 책을 읽다 발견한 마음에 드는 문장, 그와 관련한 나의 짧은 이야기나 생각을 나눕시다. 수수하고 헐렁해도 좋습니다. 언제든 접속해 한담을 늘어놓아주세요. 저는 화요일, 목요일마다 모임에 접속해 떠들어볼 예정입니다. 🍁 '무슨 서점'을 통해 해당 도서 구입을 하시면, 이번 주간을 위해 마련한 엽서와 연필 세트를 함께 드립니다. 물론 택배 배송도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무슨 서점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주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무슨 서점' 지기이자 이번 모임지기인 무슨입니다. 모임에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슨 서점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에세이 서점입니다. 지난여름에 오픈해서 이제 막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서점에서 주로 에세이를 다루다 보니 최근에 정말 많이 읽고 있어요. <우울이라 쓰지 않고>는 문이영 작가의 첫 책인 듯한데요. 제가 좋아하는 고수리, 신유진 작가가 나란히 추천사를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고민도 없이 바로 서점에 입고해 조금 읽어보니 역시나! 좋았습니다. 책에는 작가가 이곳저곳을 걸으며 기록한 크고 작은 마음들이 담겨있습니다. 총 196페이지로 챕터당 10페이지 내외라 틈날 때마다 읽기 좋아요. 한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히기도 하고요.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총 14챕터인데요. 11일 내일부터 평일에 한 챕터씩 읽으면 30일에 마지막 챕터를 읽게 됩니다. 그 정도 속도로 읽으며 이야기 나누는 거 어떠신가요? 관련해 글을 올리는 시간은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편히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저는 화, 목요일 오후 1시~2시 사이에 한 번씩 들어와서 그간 읽은 것과 관련된 수수한 이야기를 떠들어 보려 합니다. 책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구절만 발췌하셔도 되고요. 그 구절을 고른 마음이나 관련된 기억 등 각자의 이야기를 더 해주셔도 좋아요. 책 입고하자마자 첫 두 챕터를 읽었는데 소환되는 추억들이 많더라고요. 그믐은 글 쓴 시각이 표시되지 않고, 이모티콘도 없고, 즉각적인 알람도 없는 플랫폼이에요. 글도 작성하면 5분 내에만 수정할 수 있죠! (그래서 전 옮겨 적고 있....) 자기 글에 댓글이 달리거나 태그 된 건 알림이 오는데요.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알 수 있어요. 모두 익숙한 형태는 아니어서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이 새로움이 여러분께 즐거움으로 가닿았으면 합니다:) 제가 온라인 모임은 겨우 두 번째 해보는 데다, 모임지기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 가슴이 마구 떨리네요! 앞으로 20일간 즐거이 한담을 나눠보아요. 새 플랫폼에 적응도 할 겸, 대화의 물꼬도 틀 겸 다들 인사 한 번씩 남겨주시고요. 오늘도 책 읽을 수 있는 하루 되시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책 받기 전에는 책 제목에 우울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우울 극복하는 법을 체험기로 썼을까 싶었는데, 책 장을 넘기고 보니 그렇지 않네요. ^^ 책 두께도 예상 외로 얇아요. 하루에 한 두 챕터씩 읽어 볼게요. 요즘 산책하기 참 좋지요. 이 계절과도 참 잘 어울리는 에세이 한 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즐겁게 읽어 보겠습니다.
첫 챕터 '태양'을 읽으며 공감했던 것이, 저도 저자처럼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게 하늘이예요. 햇빛을 보는 날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날 기분이 왔다갔다합니다. 그래서 저도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인가 생각해봤는데, 그런 것 같네요. ㅎㅎ 감정 기복은 좀 별론데, 그래도 예민함은 잘 다룰 줄 만 안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날씨에 꽤나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닐 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요. 서점을 운영하고부터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다른 방면으로ㅎㅎ 확실히 날씨에 따라 서점에 방문객 수가 달라지거든요. 그게 어떤 날씨엔 많이 방문한다,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에겐 날씨가 작용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어딘가에서 읽은 글인데요. 차라리 예민한 사람이 좋다는 글이었어요. 그걸 잘 핸들링 할 줄 알게 된 사람의 아름다움을 안다고요. 무감함을 동경해서 그것과 어느 정도 닮은 무던함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은 그게 다 잘 깎아만든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게 낫다는 글이었죠. 이 글을 읽었을 때 깊이 공감했습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확실히 그런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에는 충분한 배려와 인내 같은 것들이 녹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요. 말씀대로 그것엔 장점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 서점은 그렇겠네요. 저 부터도 날씨에 따라 그날 생활 반경이 달라지곤 합니다. 제가 의외로 집순이 더라고요. ^^ 일전에 <센서티브>라는 책을 읽고 예민함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꽤 아름답게 포장해줘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암튼 단점으로만 바라보던 나의 특징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죠.
<센서티브>라는 책이 있군요. 거기선 어떤 예민함에 대해 다루었는지 궁금하네요. 일을 하면서 다양한 군상을 만나보았는데 그중 가장 까다로운 케이스가 예민한 사람이었거든요. 같이 일하면서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또 시작이네' '이럴 일이야?' 싶다가도 일이 흘러가는 모습이나 최종 결과물을 보면 '저렇게 하니 이렇게 되는군' '예민한 게 아니라 치밀한 건가?' 하며 몰래 그 사람을 욕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곤 했습니다. 단점 같지만 결국 장점이 될 수 있는 기질인가 싶고 그렇습니다.
맞아요! 저도 그런 분들과 여러 번 일한 경험이 있어요. 치밀하고 완벽한 사람들이라며 밉다가도 또 보게 되는 그런 사람들요. 근데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그 결과물이 대단해보였는데, 지나고 보면 그저 그런.... ^^ 오히려 일에 관해서는 너무 지나쳐서 신경증과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요. 뭐든지 '적당히' 가 중요한데, 문젠 그 적당의 기준인거죠.
호오, 맞습니다. 그런 경험 자주 있었어요. 저 스스로에게도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며 예민하게 굴어놓고, 그게 프로페셔널하다 생각도 했었지요. 한데 한 발자국만 나와서만 봐도 '이게 뭐라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때의 나는 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했던 걸까 싶어지는... 그러고 보니 '파란 대문' 챕터에도 그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무릇 함께 산다는 건 단어에 결부된 감각을 서로 조율하는 일임을 그때 알았다. 이를테면 '제때', '지저분하다', '꽉 차다', '조용하다' 같은 단어들. 익숙한 단어에 관해 서로가 느끼는 감각이 너무도 달라서 그 간극에 늘 놀랐다.(65p) 이것은 비단,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더란 말이지요. '단어에 결부된 감각을 서로 조율하는 일' 이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적당히' 는 서로 조율하기 정말 힘든 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마토 님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마토님이 열어주신 <슬픈 짐승>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제 모임에 이렇게 또 참여해 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지난 모임이 첫 참여였어서 어리바리했었거든요;; 마토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번 책은 어떠셨나 모르겠네요. 다른 분들의 책을 접했을 때 첫 느낌도 궁금하고요. 전 산책하며 여유 가질 수 있을 때 읽어도 좋았고, 당장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싶을 때 읽어도 좋더라고요. 어제는 먼 거리를 버스 타고 다녀올 일이 있어서 오며 가며 버스에서 읽었는데요. 창밖에 스쳐가는 풍경이랑도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안녕하세요 무슨님, 저야말로 지난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잘 이끌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또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이 계절과 딱 어울리는 책을 고르신 듯합니다. ^^ 오늘 '햇밤'을 읽고 군밤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가을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너무 추워서...
지난달에 서점에서 벌인 이벤트 덕에 달달하게 졸인 밤이 들어간 디저트를 많이 먹었는데요. 밤은 그냥 까먹든 쪄 먹든 졸여 먹든 먹는 순간엔 언제나 그런듯합니다. 머릿속에 온통 가을의 정취를 그리게 되는. 작가님도 분명 그랬겠지요. 심지어 밤송이 안에 들어있는 햇밤이라니 더했겠어요. 그나저나 항시 일교차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번 주 내내 일교차가 크다고 하더군요!
실시간 답글도 아니고.. ^^ 지금 그믐에 접속 중이신가요? 바로 답글이 달려서 저도 이어 달아봅니다. 달달하게 졸인 밤이라니요... 자야 하는데 배가 고파져요.
오! 지금 접속 중입니다. ㅎㅎ 뭔가 아무런 표시가 되지 않는데 답글이 달리니 신기한 기분이네요. 저도 밤이 콕콕 박혀있던 휘낭시에 생각을 하며 물을 거하게 한잔 들이켰습니다. 햇밤 챕터의 효과...
저는 어젯밤 15일 분량, '햇밤' 챕터까지 읽어둬야지 하다가, 궁금해서 '삼청동' 챕터까지 읽어버렸습니다ㅎㅎ 밤에 달리는 버스에서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 곱씹었는데도, 평소보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더라고요. 프롤로그부터 읽고 있는 챕터까지, 그냥 읽고 지나쳐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이런 담담하면서도 다정한 어투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저 역시 '걷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걸으며 본 풍경들을 '우울이라는 장소의 지형'이라고 표현하다니,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모두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바람을 맞아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들에서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을 느끼며, 그 기쁨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인간인 내가 인간 아닌 이 땅의 수많은 존재들, 가령 한 그루의 나무보다 특별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기쁨에 종류가 있다면 이런 깨달음이 선사하는 기쁨은 내 존재를 부풀리고 과시하면서 얻는 기쁨과는 분명 다른 기쁨, 말하자면 차갑고 고요한 기쁨일 것이다.'(34p)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걸을수록 아는 것이 줄고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는 말은 '참'입니다.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알아가는 기쁨. 그 기쁨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또 다른 기쁨. 이것을 반복하고 이 기쁨에 집중하면 오늘 내가 그린 우울의 지형은 저절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매일 똑같은 길 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으로 오늘 하루 일과를 바라보고 새로운 기쁨을 찾아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퇴근하며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른 분들은 오늘까지 읽으시며 어떤 문장에 마음이 꽂히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얻은 기쁨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오늘 '파란대문'까지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의 첫 문장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기억하듯 그 동네를 기억한다.' 이 문장이 참 인상 깊네요. 어린 시절 잠깐 외할머니 살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파란대문은 아니었고,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상가 건물 2층에 살았는데 좁은 입구의 대문은 낡고 오래된 알루미늄 문에 무늬가 있는 유리 창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오늘은 '옥상' 과 '여름' 챕터를 읽었습니다. 에세이 중반까지 읽으면서 느낀 건 각각 한 편의 에세이 속에서 여럿 사진들을 보는 것 같아요. 장소든 시간이든 그때 작가 눈에 포착된 순간들을 앵글로 담아서 글로 쓴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차분해지는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음이 급해 '파란대문' 챕터까지 읽고 그믐에 접속했습니다. 참여를 신청한 나머지 세분.... 어디 계시나요?ㅠㅠ 그믐 사이트가 푸시 알림이 없어서 설마 신청한 걸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저희 서점에서 책 구입하신 분도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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