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책을 더 파보자. 이렇게 판 다음에 그의 소설을 읽으면 더 그의 생각들이 나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생각이 이렇게 비슷한 인간은 한국에서 처음 본다.
마광수의 뇌구조
D-29
Bookmania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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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이젠 생식이 아닌 그냥 즐기기만을 위한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럼 일본의 AV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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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같은 데서 종교적 신념으로 서로 죽고 죽인 게 많은 것은 성욕을 너무 억압하고 지나친 금욕주의 때문에 그에 대한 대용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성욕을 충족하지 못하니까 공격성이 겉으로 드러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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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별 거 아니다, 라는 말도 나와 생각이 너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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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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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기질은 권태를 없애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야 권태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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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약속을 잘 지킨다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사람의 속마음을 파헤치는 걸 좋아한다.
즉 수박 겉핥기가 아닌 본질을 파고 싶은 것이다.
“에이, 실은 그게 아니잖아?”
나는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고
-“언제 술 한잔하자.”도 마찬가지-안 먹는 것에
별로 죄책감이나 서운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뼛속까지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 말을 하고, 들은 자체를 곧 잊는다.
그건 왜 그럴까.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이라고 가볍게 생각해 그런 것 같다.
할 말이 따로 없으니까 어색해서 한 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게 그냥 가벼운 인사, 인사 습관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하는, 그냥 입에 붙어버린 인사말이다.
반갑다는 말을 대신 표현하는 관용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중엔 이것도 “간이 붓다.”, “제 눈의 안경.” 같은 관용어처럼
우리가 영 단어 외울 때 쓰는 숙어(Idiom)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요즘 외국인에게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는데,
(외국인 중엔 한국 여행하다가 지하철역의 역명 등
한글 글자 자체가 예뻐 배우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것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밥 한번 먹자’=‘반갑다’라는 뜻입니다. 묻지도 따지지 말고
숙어니까 그냥 외우세요.”라고 이 관용구를
한국어를 막 배우는 외국인에게 가르칠지도 모른다.
밥을 먹자는 게 아니라 그냥 알은체를 그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말로만 그런다는 걸 안다.
물론 말하는 사람도 못 지킬 걸 알면서도 한다.
문자 그대로라면 대놓고 거짓말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믿고 저번에 한 약속대로
밥 먹자고 자꾸 연락하는 사람은
“쟤, 한국인 맞아? 눈치가 저렇게 없냐?” 하는
소리만 들을 게 뻔하다.
외국인이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해
외국인에겐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에겐 그냥 “Nice to meet you!”만 할 뿐이다.
상대가 한국인이니까 그런 말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만나고 싶거나 이익이 되는 거면
밥 약속을 철석같이 지킨다.
그렇게 되니 남은, 밥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마치 ‘밥이나 한번 먹자.’라고 한 말로 알아들어 그 약속을
지켜준 것에 대해 많이 고마워한다.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고마움도 그만큼 큰 것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줄 알았는데 어렵게 지켜주었으니,
약속을 참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약속한 사람은 그게 아니다.
자기가 좋고 그러고 싶어 그 약속을 지킨 것뿐이다.
이런 경우엔 밥 한번 먹자고 자신이 말한 걸 잊지 않는다.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은 그냥 밥 한번 먹자고
하고는 밥을 안 먹고 그 말 자체를 까먹는다.
말한 게 자기 기억에 없으니 못 지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밥 한번 먹자는, 나는 너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밥을 먹자는 거고 그걸 알아달라는 메시지다.
속까지 어떨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다는 얘기다.
“난, 아직 너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지 않았어.”
“그러니 앞으로 잘해보자.”
겉으로는 이런 말이다.
그러나 실제 만나서 굳이 밥까지 먹지는 않는다.
진짜 밥 먹을 약속은 ‘한번’이 아니라 날짜와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한다.
이 말을 하도 남발해서 쓰기 때문에
그 말대로 했다가는 솔직히 생활도 안 되고
돈이나 시간이 너무 낭비될 것이다.
그러니까 약속을 잘 지키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한한다.
예를 들어 호감 가는 이성에게, 무심히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이지만 꼭 기억하고
지키려 하는 ‘밥 한번 약속’. 같은 거.
그리고 그 약속을 자기 자신에게도 한다.
자기 기억에서도 지우지 않는다.
그러면서 남이 자기에게 한 말처럼 자신은 약속을 참
잘 지키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높게 평가한다.
자신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다.
실은 자기가 하고 싶어 기억한 것만 지키는 것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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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서의 섹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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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기 조직을 더 믿는다. 한국은 나라를 안 믿어 자기가 남은 돈을 국가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에게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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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터미널 가서 자판기 커피 좀 마시고 오자. 요즘 커피전문점 때문에 자판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터미널 관리자와 협상해서 치우는 거로 결론이 났을 것 같다. 하여간 청주 등 몇 군데만 자판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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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행복해 하는 것도 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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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억압 없는 욕망을 주장하고 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인공미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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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싫어하는 것도 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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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는 '즐거운 사라'로 두 달 동안 감옥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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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심은 상대가 나와 생각이 같을 때만 통한다
유시민도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아니면 알고도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알고도 상대가 하도 기괴하고 상식이 안 통하는
인간인지라 답답해서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문재인이, 자기는 진심으로 말하면 누구에게나 대개는 통한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은 인간도 엄연히 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한 것은 순진했다는 투로 말하는 것을
나는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문재인은-자신이 그런 것처럼 남도 대개는-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고 본 것이고, 유시민은 그 진심이 안 통하는
기괴한 인간도 있다는 것이고, 나는 진심은 상대가 나와 생각이
같을 때만 통한다, 는 입장이다.
내가 보기엔-유시민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사람은 생각이 같을 수 없다는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각자 따로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는 얼마든지 안 좋아할 수 있다.
내가 진심인 것을, 그는 반대로 관심조차 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게 흥미 있는 걸 그는 싫어할 수도 있다.
만일 내가 좋아하는 걸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마침 그가 좋아하는 것과 그게 일치하면 그는 내 진심대로
뭔가 감동하거나 공감해 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운 게 없어 무지하거나 책을 한 권밖에
안 읽어 쇠고집이거나 많이 읽었더라도 좋아하거나
추구하는 바가 나와 다르면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열성을 갖고 얘기해도 그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충분히 안 들을 수도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가 아무리 진심으로 내게 얘기해도
그가 하는 말이 나와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뿐이면
나는 그의 말을 마찬가지로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다.
그가 하는 말에 조금이라도 내가 관심이 있어야
흥미가 동하는 법이다.
그러나 사기꾼은 자기의 진심을 숨기고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만, 청산유수로 정신없이 나열해
상대를 실컷 속여먹고는 가차 없이 버린다.
그래서 진심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가 과연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는지, 바로 그게 내 진심이
상대와 통하느냐 안 통하느냐와 더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추구하는 바와 생각이 다르면 아무리 내가 진심으로
얘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냥 내 입만 아플 뿐이다.
아무나 붙잡고 통하겠지, 하고 진심을 얘기하는 것보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백날 침 튀기며
얘기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쉬운 예로, 승객 중에 알아듣게 얘기해도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 더러 있다.
그건 왜 그러냐면, 나는 충분히 알아듣게 말하지만
그는 지하철에 어떤 의문 나는 것을
알아보려고 그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과 방향이 나와 다른 것이다.
뭔가 다른 일로 불만이 쌓여 만만한 직원에게 시비를 걸어
그걸 해소하려는 게 목적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여기에 덜컥 엮여 그의 목적을 잘 달성하게끔
손수 내가 나서서 그를 도와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는 “누구, 하나 걸려봐라.” 이거였으니까.
마치 그물에 물고기 낚이듯이,
내가 여기에 걸려들 필요까진 없다.
더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니
무시해버리거나 경찰에 신고해 그만 거기서 떨어져 나와
한숨 돌린 다음, 그 남은 에너지를 진짜 지하철에
뭔가 문의하려는 선량한 시민에게 맘껏 베풀거나
우리 고유 업무에 매진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거다.
이런 것들과 엮이면 소중한 내 에너지만 축나고
다른 승객에게 갈 서비스와 안전 업무에 빈틈이 날 수 있다.
“아, 이 인간은 지금 나와 생각이 달라
내 진심이 안 통하는구나.” 하며 그가
떠드는 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들어버리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하고 분란만 생기는 것은 나와 상대가
그 목적하는바, 생각과 방향이 달라 그런 것뿐이다.
이런 인간에겐 내 진심이 절대 안 통한다.
그의 생각의 표적이 내가 알아서 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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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는 유연성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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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기득권이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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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는 자유와 야함을 가징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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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운명이나 신으로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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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기 싫어
유명해지면 글을 맘대로 쓸 수 없다.
그래 나는 안 유명해지고 싶다.
글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니까.
당연히 그건 검열 때문이다.
안 유명해서 그게 한두 사람이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여러 명이면 내 귀에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할 수 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갇히기 때문에 상상력을 잃는다.
자기에게서만 나온 독창성이 가장 질 좋은 상상력인데
글에다가-검열 때문에-자기의 솔직한 고백을 못 하면
상상력은 곧 초상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안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건 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맘대로, 글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다 희생할 수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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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원하는 것 때문에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남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직에 종사하면
그것에만 충실한 자기 모습을 띠어야 한다.
그것만 하면서 다른 좋아하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왜냐면 남에게 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게 안 되면 거기서 얼른 나와 자기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해야 한다.
자기 욕심 때문에 둘 다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주 못된 태도이고 자세다.
둘 다 안 놓치려는 이런 인간은 다수가 나서서
얼른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사람은
그것만 하는 게 제일 좋다.
이렇게 도저히 포기 못 한다면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하고 좋아하는 것에만 매진해야 한다.
아니면 자기가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불살라 버리려는 것을
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직에서 자유롭거나
남에게 큰 해가 안 되면 상관없다.
너무나 한쪽,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매달리는 사람은
도저히 거기서 벗어날 수 없으니 그 직마저 내려놓고
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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