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

D-29
호러에 관심 있는 작가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가끔 같이 일거리도 만드는 모임입니다. 김선민 대표님이 수장으로 계시고 호러, 판타지, sf, 추미스 등을 쓰는 다양한 장르작가들이 모여 있는 동호회이지요. ^^
너무 멋집니다. 시너지도 엄청날 것 같아요. ☺️☺️ 요번 책도 그럼 그 시너지 중 하나인 셈이네요? 오왕... 그야말로 우상향 모임.. 😳😳🙄
<말해줍서>는 크레마에서 연재될 때 제일 처음 읽은 단편이었습니다. 그림책 <나무도장>이 생각났습니다. 4.3에 대해 읽은 책이 얼마 안되거든요. 역사적인 비극을 호러로 엮으시면서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이 가슴깊이 박혀들어오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수연의 주변에 있던 사람? 귀신?들이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말해달라고 할 때 슬프고 무서워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과연 그 질문에 누가 대답해줄 수 있을까요. 하얀 손가락들이 킬킬대며 조롱하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그 하얀 손가락들이 있어서 힘없는 사람들은 죽임을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더 생생한 호러였습니다. 제주방언이 힘들지만 사실 다른 지역 방언도 글로 써있으면 한번씩 되뇌어봐야 겨우 이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원어민 감수도 받으셨다니 생생한 방언이구나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 찾아봐. 끝없이 나를 찾아 괴롭히고 밥줄을 끊고 숨통을 조여봐. 그래도 말할 거야. 이젠 내가 물을 거야.
고딕 × 호러 × 제주 44p., 빗물 외 지음
이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수연은 결국 할머니와 엄마를 끌어안고 섬 사람이 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마어마한 비극 앞에 무력하게만 느껴지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계속 말하라”이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좀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기 전에 순서 진행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무겁네요. 물론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일정과 별개로 언제든지 다른 작품의 감상과 평가, 질문은 자유롭게 쓰시면 됩니다.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WATERS 작가님의 <너희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2는 2인자의 이미지가 있지만, 야구에서 2번타자는 발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훌륭한 믿음직한 선수를 세웁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강한 타자를 2번에 세운다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고요. 한경면 차귀도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이야기는 2라는 숫자처럼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독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쥐락펴락했는지 차분히 이야기 나눠보지요.
해당 파트 읽으면서 ~ 조영주 작가님의 전자책 <마지막 방화>가 떠올랐습니다. 내용 보다 느낌에서요. ^^ 나중에 ~ 실제 책으로도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 그믐 모임에서 재밌게 읽고 이야기 나눴기에 적어봅니다. 아마 읽은 분이라면 그 느낌을 공감할거라고 조심스레 예측합니다. ^^;
지가 리디 <마지막 방화> 구매해놓고 아직도 안 읽었습... 서두르겠습니다! ㅎㅎ 리뷰 감사합니다~! ^^
흐흐~ 오늘도 팬클럽 회장이자 유일한 회원은 이렇게 한 명을.. 낚앆습니다. 보고 계십니꽈? @조영주 작가뉨~ 😆🤣🌊
어어 그건 내년에 한겨레서 종이책 나올때보셔두 되는뎅...
후후 역공으로 바닿늘님을 박소해 팬클럽 회장으로 언젠가 스카웃하고 싶... ㅋㅋㅋㅋ @조영주 팬클럽 회장님 넘 멋지셔서 부럽습... 물론 저의 팬클럽은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심) 🥹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ㅋㄱㅋㄱㄱ어디가 대체 ㅋㄱㅋㄱㅋ
오호? 저도 한번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독서를 ㅋㅋ 리디북스 내 서재에 있는데 지금 ㅋㅋ
WATERS 작가님의 <너희 서 있는 사람들>은 앞부분의 분위기가 반전 장치였습니다. 우당탕당 코믹 버디물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작가님의 필명까지 으스스하게 들리네요. 코스믹 호러를 추구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다가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 앤솔러지는 ‘고딕’을 내세우고 있잖아요. 한데 어쨌든 중세에서 빅토리아 시기까지 유럽의 어떤 스타일과 분위기를 가리키는 고딕이라는 말은 유럽과 멀리 떨어진 제주도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작가님들이 ‘고딕’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딕=초자연적으로 으스스한 것=코스믹 호러... 이렇게 연결되는 걸까요?
중세 고딕 건축 양식으로부터 비롯된 고딕 소설은 호러와 로맨스가 결합된 문학입니다. 18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와 현재에 이르렀는데요. 이제는 호러와 로맨스가 떨어져나가 따로 독단적으로 큰 대세 장르가 되었고, 고딕은 오히려 세부장르처럼 위축된 감이 있는데요. 옛날 고딕 문학은 유럽의 고성, 변방의 대저택이 무대였다면 이제 현대 고딕에 이르러서는 으스스스하고 낯선 공포를 주는 장소라면 어디라도 OK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동굴, 무인도, 적산가옥, 동굴 진지와 군 부대, 사이비 종교 성소, 도로공사 현장도 충분히 현대 고딕의 무대가 될 수 있지요.
그리고 코스믹 호러는 외부로부터 온 정체불명의 기이한 존재가 야기하는 공포와 그 공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인간의 무력감을 보여주는 장르로 알고 있는데요. <구름 위에서...>를 쓰면서 제일 크게 주안점을 둔 게 바로 이 두 요소였답니다. 1. 외부의 기이한 존재. 2. 인간의 무력감. 그러니 고딕 호러 = 코스믹 호러라기 보다는 ‘기획자의 말’에서 제가 설명드렸듯이 고딕 호러 + 코스믹 호러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둘은 결이 많이 달라요~~ 코스믹이 (주로 외계의 존재에 의한) 거대하고 장엄한 공포라면 고딕은 갑자기 낯선 존재가 일으키는 으스스하고 소름이 끼치는 공포...
음 원래 워터스님이 답변다셔야 하는데 기획자가 너무 폭주해버렸네요. 지 지송... (마침 저도 코스믹 호러를 써서) 워,워터스님 어디 계시죠? 컴온~! (황급히 수습)
사실 저도 제주도의 토속적 공간하고 고딕을 어떻게 연결할까 싶다가, 아무튼 흔한 '고딕 소설' 속 변경의 성채 같은 것도 나름 유럽의 '토속적 요소'가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면 뭐랄까, 집성촌 같은 것도 일종의 '코리안 고딕' 아닐까요? 사실 어거지라면 어거지긴 한데ㅋㅋㅋ전 그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도 워터스님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책을 기획했습니다. :-) 코리안 고딕, 특히 제주 고딕이라면 동굴, 오름, 무인도, 동굴진지, 등대 등이 잘 어울리는 배경이죠. 현대 고딕에 고성이나 대저택이 등장하는 건 쉽지 않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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