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

D-29
조반니님의 대화: 저의 원픽은 6월 3일의 '아타우알파의 복수'에요~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를 극진히 대접하고 얻은 손을 이용하여 총천연색의 문명들을 거침없이 황금으로 물들여 왔지만, 음식도 물도 심지어 자식도 황금으로 물들였음에도 그칠줄 모르네요. 손을 되돌려 줄 팍톨로스의 강은 이미 미다스에 의해 금빛으로 물들어 버렸고요. 다행히 이들은 금광의 유혹을 힘겹게 이겨냈지만, 드러난 엘도라도에 21세기 미다스가 언제까지 손을 뻗지 않고 가만히 있을까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생각났습니다. 자원이 재앙으로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는 노르웨이 정도가 아닐까 싶더군요.
버터씨님의 대화: 조사해보니, 탐보그란데는 이미 농업으로 상당히 성공한, 축복받은 곳이었더라고요. 그 축복을 지키는 일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농민들의 승리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보크사이트 개발에 눈이 멀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고 독물이 흐르는 땅으로 만든 인도 정부는 자연의 축복을 못 알아보고 딸을 황금으로 만들고 본인도 굶겨죽인 미다스 왕 같아요 ㅠㅠ 다른 그믐모임에서 읽은 “마오주의”에서 발췌한 인도의 광산이 된 Orissa에서 망연자실한 주민의 모습과 황폐해진 땅을 담은 사진입니다. 페루 탐보그란데는 그 길을 걷지 않아 다행입니다.
borumis님의 대화: 제 원픽은 5월3일. 작가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다른 국제재판소의 일원인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역시 풍자만화를 그렸던 그의 글답게 마지막 문장에서 씁쓸하고 웃픈 역사의 얄궃은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샤하르자드같은 현명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던 아라비아 문화 그리고 1/3의 글에서 전쟁 속에서도 낙타 등에 태운 도서관을 구출해낸 10세기 페르시아 총리가 있던 페르시아 제국이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처럼 여성의 인권과 목소리 그리고 글을 묵살시키는 곳이 되다니 참 얄궃죠. 애니메이션 브레드위너에서 딸에게 글을 가르쳤다고 탈레반에 잡혀간 아버지 대신 먹고 살기 위해 남장을 하게 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부디 이들의 말과 글을 자유로 돌려놓기를.
대학생 시절에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제 방에 책이 정말 많았거든요. 포장이사를 하긴 했지만, 책이 섞이지 않았으면 해서 분야별로 박스에 나눠담고 책장 칸을 번호로 지정해두었더니 그대로 꽂아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한창 이사 중에 갑자기 동생이 제게 달려와서 이삿짐 센터 직원분이 누나 책을 분야별로 꽂아주고 있다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래, 역시 책은 정리다!" 이동식 도서관을 만든 이스마엘도 그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버터씨님의 대화: 대학생 시절에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제 방에 책이 정말 많았거든요. 포장이사를 하긴 했지만, 책이 섞이지 않았으면 해서 분야별로 박스에 나눠담고 책장 칸을 번호로 지정해두었더니 그대로 꽂아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 한창 이사 중에 갑자기 동생이 제게 달려와서 이삿짐 센터 직원분이 누나 책을 분야별로 꽂아주고 있다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래, 역시 책은 정리다!" 이동식 도서관을 만든 이스마엘도 그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정리를 못해서 만날 집에 있는 책 못 찾고 또 사고 나중에 중복된 책 발견하고;;;
버터씨님의 대화: 분명 반대하는 주민도 있고, 광산 회사에 포섭된 주민도 있었을 텐데...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일 거라고 생각해서 조사해보았더니, 작가님이 쓴 것보다 훨씬 잔혹한 일들이 많이 있었더라고요.
그랬을 듯 합니다. 역사의 뒷통수는 역시나 추악함과 고통스러움이 덕지덕지 붙어있을테지요.
borumis님의 대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정리를 못해서 만날 집에 있는 책 못 찾고 또 사고 나중에 중복된 책 발견하고;;;
있는 책 또 구입하는 사람은 모다? 당신이 바로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십니다. ✨🧂
borumis님의 대화: 에고.. 제가 첨에 모임 의도를 잘못 파악하고 이제서야 뒤늦게 댓글 달아봅니다. 참 좋은 글들이 많아서 12달 중 원픽을 고르기가 힘드네요. 근데 처음에 순차적으로 읽다가 뒤늦게 의도하신 대로 1월2일, 2월2일, 3월2일,.. 이렇게 읽다보니 혹시 이렇게 읽어도 어떤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월2일 <불에서 또 다른 불로> 수십년에 걸쳐 잿더미가 된 책들에 대해 얘기하고 '불은 지옥에서 태어난 공허한 말들의 최종 목적지였던 셈'이었죠 반면 2월2일은 <여신은 축제 중이다>에서 '한번 글로 쓴 것은 절대로 지우는 법이 없는 사랑스러운 연인 오슌'을 보며 인간은 끊임 없이 헛소리를 늘어놓고 다시 지우고 그 위에 덮어 쓰고 그러는 편집의 역사를 palimpsest처럼 반복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고 3월2일은 멸종 위기에 놓였지만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휘파람 언어에 관한 글 4월2일은 내가 실제라고 말하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여론조작의 버네이스 5월2일은 원래 순수한 영웅의 이름을 차용한 전혀 순수하지 않은 명명의 제로니모 작전 6월2일은 정작 아메리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노예제에 대해 반대했던 교황의 글 9월2일은 반역이란 단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 10월2일은 정작 자신이 써온 국방비와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의 발언 등 언어의 모순과 역설 그리고 편집되고 날조되고 아예 묻혀버리는 언어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언어로 쓰이고 후손들에게 남겨지는 게 역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 중 제 원픽은 11월2일 같습니다. 아이티에서 죽은 자가 집으로 못 돌아오게 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례행렬이 나아가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문장이 제일 인상적이네요. '다른 곳도 그렇지만 아이티에는 죽은 자가 산 자보다 훨씬 많다. 소수의 산 사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네요. 2일의 글들을 읽어가며 역사는 수많은 죽은 자들의 침묵 속에 그 중 살아남은 소수의 발언이자 죽은 자들의 말을 뒤덮는 palimpsest(죄송;; 이걸 한글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팔림프세스트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중첩된 기록 정도로밖에 표현이 안 될 것 같네요.
노인은 우렁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우리 딸들을 모욕했다. 우리 딸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다니.“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p.138 (5월 3일, 모욕),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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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월 3일.. 걸어 다니는 기억..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고.. 잿더미가 되어 버린 기록들은 다시 온전한 기록으로 남을 수 없겠지요. 전쟁과 불을 피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낙타를 이용한 이동식 도서관 뿐이었다는 이야기에.. 달걀은 한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전법으로 지켜낸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를 갈레아노님이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낙타를 이용한 이동식 도서관이 흥미로워서 찾아봤더니.. 이런 기사도 나오네요.. 오래전 내용이지만.. [ 에티오피아 유목민 자녀들을 위한 이색 ‘낙타도서관’ 인기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6327199
하금님의 문장 수집: "노인은 우렁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우리 딸들을 모욕했다. 우리 딸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다니.“"
소련-아프간 전쟁에 대하여 찾아보는 계기가 되는 5월 3일의 기록이었습니다. 1960년대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의 통치 기간 중의 이란은 ‘지금과 달랐다‘라는 식의 말을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자주 접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 말의 의미를 보다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에 무지하여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번 독서 모임 중 자연스럽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서 즐겁네요. 저는 여성이고, 5월 3일의 이 대목이 여성 교육을 이슬람 여성에 대한 모욕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백색 혁명과 이슬람 혁명, 그리고 그 이후의 시기 이슬람 여성들이 모습에 집중해서 자료 조사를 했습니다. 저에게는 이슬람 여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히잡‘이 각각의 시기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요.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의 이란 서구화 정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종교이자 삶이었던 이슬람 그 자체로 살아온 국민성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선전 때문이겠죠.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는 2019년 5월 발행한 글에서 이러한 샤의 무리한 정책을 ‘낙후된 이슬람’ 대 ‘진보된 서구’의 대결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이러한 대결구도에 반하여 ‘자주적인 이슬람‘을 외치기 위해 이슬람 여성들은 샤가 금지한 히잡을 착용하고 시위대의 맨 앞 주에 섰다고 하는데, 이 대목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제 3자인 제가 봤을 때 히잡은 항상 억압의 상징이었고 이슬람 여성들도 당연히 그에서 벗어나길 원했을 것이라 단정 짓고 있었거든요. 하지만뭐든지 맥락이 중요한거겠죠. 단순히 히잡을 벗고 쓰는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무엇에 대항하는가가 중요하다, 라는 말이 머리에 오래 맴돕니다. 역사는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의 극히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어요.
버터씨님의 대화: 🎊🎊🎊와! 12월 3일입니다!🎊🎊🎊 오늘은 매달의 '3일'을 읽어주세요. 열두 달의 '3일' 중 원픽을 하나 뽑아주셔도 좋습니다.
저의 3일 픽은 3월 3일. 브라질의 해방자입니다. 전체적으로 오늘은 여성에 관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브라질의 해방자, 기요틴에서 죽은 여성들, 직녀^^, 카니발을 대표하는 곡을 쓴 작곡가. 그리고 파마를 발명한 칼 네슬러에게 감사드립니다.
밀림 속 은신처에는 이스피리투 산투의 자심바 감바,리우데자네이루 내륙의 마리아나 크리올라, 바이아의 제페리나, 토칸친스의 펠리파 마리아 아라냐와 같이 요리와 출산 외에도 전투와 지휘에 능한 여성들이 있었다.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74p.,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borumis님의 대화: 총체적 난국이죠;;
지금 계엄령 선포에 새삼 또 되뇌고 있습니다. 와.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을 읽는 이 순간…
조영주님의 대화: 지금 계엄령 선포에 새삼 또 되뇌고 있습니다. 와.
하아 네이버 카페도 닫혔네요;;
오?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에서 많이 본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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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씨님의 대화: 오?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에서 많이 본 상황인데!
역사적인 날이군요 언제가 또 다른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에 12월 3일 페이지에 남겨지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모임을 열 때까지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12월 4일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매월의 4일을 읽는 날입니다. 그리고 3월 24일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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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일 군대가 다가오자,자유를 얻었던 노예들은 아프리카 사람들 특유의 무성한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씨앗을 가듣 넣었다. 그들의 고향인 아메리카에서 그랬듯, 긴급상황에 대비해 자신들의 머리를 곡물 창고로 만든것이다. p.74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남진희 옮김
대한민국 12.3 계엄선포를 3일의 원픽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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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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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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