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D-29
13장까지 읽었는데요. 지금까지 X명(스포 방지)의 남자가 루시에게 마음을 주었습니다. 연애 소설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분위기론 디킨스판 남편 찾기가 될 것같기도 해요. 전 올리버 트위스트보다 훨 수월하게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완독할 수 있을 것같아요 :)
신분을 숨긴 남자, 돈 많은 남자, 상처 있는 남자 중 그나마 신분숨김남이 좀 매력적입니다. ㅎㅎㅎ
엇,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어요:)
@보름삘 @연해 저는 <올리버 트위스트> 쪽이 더 재미있었는데, 주인공이 좀 더 뚜렷해서 그랬나 봐요. <두 도시 이야기>는 2부 중간까지 (저한테는) 딱히 몰입되는 인물이 없어요. 찰스 다네이가 주인공일까요? 그런데 비중이 너무 적네요.
엇, 작가님은 <올리버 트위스트>에 한 표를! <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이 좀 더 뚜렷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위대한 유산>의 에스텔러 쪽이 더 매력있다는 말씀도요. 저는 제 지인이라는 기준 하에 호불호로만치자면, (읽은 부분까지는) 루시가 좋긴 한데요(바르고 선한 사람 같아서요, 허허) 하지만 뭔가 통통 튀는 매력이랄까, 전형적인 미인상이라 조금 심심한 느낌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 대체 가능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는 세 작품에 등장한 여러 여성 인물들 중 <올리버 트위스트>의 낸시가 좋았답니다. 감내하는 게 많은 캐릭터라 더 눈길이 갔어요. 강한 여성 같았거든요. 저는 지금 14장까지 읽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누가 주인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러브라인(?)을 보는 건 꽤 흥미롭습니다(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의 사랑이야기가 제일 재밌...).
3부 1장을 읽고 있어요. 이제 주인공이 찰스 다네이와 루시 마네트인 건 알겠는데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흐릿해요. 너무 반듯한 청년들이라서 그럴까요. 1, 2부까지 별 역경을 안 겪는 것처럼 보여서 그럴까요. 루시의 남편 찾기도 아무 밀당 없이 그냥 마무리되었고요(불만 많습니다). 저도 <올리버 트위스트>의 낸시가 좋았는데 그러고 보면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로즈 메일리는 루시 마네트랑 참 비슷했네요. 아름답고 마음씨 곱고 뭘 하는지 잘 모르겠고. 디킨스의 여성관이 얄팍했다고 쓰려니, 올리버 트위스트나 찰스 다네이도 그리 복잡한 캐릭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위대한 유산>을 쓸 때는 어떻게 핍과 에스텔러 같은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던 걸까요?
엇! 저도 이제 막 3부 1장입니다(바싹 쫓아가겠...). 그러게요. 작가님 말씀처럼 <두 도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너무 반듯한 청년들 같고, 아직 이렇다 할 역경도 딱히 없는 것 같고 슴슴하긴 하네요. 러브라인이 밀당 없이 마무리된 것도 뭔가 허탈했어요(불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ㅋㅋ). 생각해보니 정말 로즈 메일리랑 닮았네요. 아름답고 마음씨 곱고까지 끄덕끄덕하다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고"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디킨스가 여리여리하고 청순가련한 여성들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걸까요(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위대한 유산>의 두 인물과는 확실히 다른 듯해요. <위대한 유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소 극단적으로 묘사된 느낌도 없잖아 있었거든요. 이를테면 미스 해비셤이라던가... (이 사람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요, 작가님. 저는 이 책을 하필 이 시기(?)에 읽어서 그런가, 프랑스 혁명의 분위기가 왜 남 일 같지 않을까요. 요즘 뒤숭숭한 (우리나라) 분위기를 보면 역사적 사건들이 비단 역사만은 아니겠구나 싶기도 해요. '어쩜 저런 짓을 할 수 있지?' 싶은 일을 그제 마주했으니까요. 요즘은 그냥, 역사의 큰 흐름 안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부디 지나가져야 할 텐데...).
저는 꼭 5일 전에 제가 존경하는 언론계 선배이기도 한 어느 언론사 대표님하고 저녁을 먹었어요. 그때 현 정부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농담처럼 ‘임기 다 채울지 모르는 거 아니냐’라고 했거든요. 그 대표님은 탄핵은 힘들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죠. 그 뉴스를 보자마자 저는 페이스북에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요. 그런데 그때는 또 몇 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나름 비장하게 ‘내가 군인들한테 체포될 수도 있다’ 생각하면서 올린 글이었는데, 흐흐흐. 한국 사회가 너무 다이내믹하니까 재난과 코미디가 뒤죽박죽 섞여서 삶에 다가오네요. <두 도시 이야기>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찰스 다네이 숙부의 뻔뻔함과 사악함에 혀를 내둘렀는데 3부 2장을 읽으면서는 시민군이 행사하는 폭력에 고개를 젓게 됩니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갈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과 행동 정도는 제가 간수할 수 있겠지요. 프랑스 혁명 직전의 귀족 같은 행태도, 혁명 직후의 시민군 같은 모습도 피하며 제 안의 인간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사람이 역사로부터도, 문학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말이 저에게 이렇게나 뒤숭숭했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2016년보다 더 무섭네요. 특히 지난 주말은 정말이지... 보통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인들과 덕담을 주고받곤 했었는데요. 요즘은 조금 다른 결의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안녕하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니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워요. (‘안녕’이라는 단어의 뜻을 새삼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말에 <두 도시 이야기>를 완독했는데요. 후작의 모습과 시민들의 모습을 번갈아보면서 정말 버거웠어요(잔인했습니다). 목적은 사라지고 분노의 감정만 가득남아 게임처럼 사람들이 하나하나 죽어나가니, 누가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은 어떻게 주어지는 건가 싶더라고요. '시민'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서울 일인가... 특히 죽음을 앞둔 재봉사와 누군가(스포가 될 수 있으니 조심조심)의 대화가 먹먹했어요. 조금 다른 결론이지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시작은 거룩했지만 어느 순간 목적은 사라지고... 아, 쓰다 보니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도 떠오릅니다. 뜬금없는 말들이 길어졌는데요(다시 감정 잡고). "사람이 역사로부터도, 문학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작가님의 문장에 힘을 얻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빛과 실' 강연도 떠올랐어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문장과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라는 문장도 울림이 많았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어떤 일이 있다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 혼란한 상황에 한줄기 빛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것만 같았답니다. 문학과 언어의 가치, 계속해서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올리버 트위스트> 어렸을 때엔 반쯤 눈이 헤까닥 해서 막 봤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쓱 읽게 되더라고요. ㅎㅎ;; 역시 어렸을 때엔 아는 게 없어서 무지하게 재밌었나보다 싶었심다. 저는 지금 <두 도시 이야기> 보면서 드는 생각이 뭐랄까... 올리버 트위스트 - 중세 위대한 유산 - 근대 두도시 이야기 - 근 현대 식의 서술방식 같네 ㅋㅋㅋ 하고 혼자 웃으며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서 사온 <헌치백>을 완독하고 <두도시 이야기>는 내일 완독하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이러고 있습니다.
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두 도시 이야기 잘 읽고 계신가요? 보름삘님의 디킨스판 남편찾기, 란 말에서 빵 터졌습니다. 지난번 줌 토크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의 여주 루시는 당시 디킨스가 사랑에 빠진 배우 엘렌 터너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 예쁨과 유순함이 최고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지난 세 권의 소설을 같이 읽으면서 느꼈던 것처럼 디킨스의 여성관은 다소 납작한 경향이 있지요... 그리고 제목이 두 도시 이야기인 것처럼 디킨스가 파리와 런던을 묘사하는 방식의 차이를 눈여겨 보시면서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느껴질 겁니다. 파리는 혼돈과 혁명 직전의 무시무시한 분위기, 런던은 그에 비해 비교적 상대적으로 차분하면서 질서를 상징하는 분위기가 흐르는 듯 하고요. 특히 은행이란 상징이 이 소설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관찰하면서 읽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영국은 자본주의가 시작된 도시이기도 하니까요.
네,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찰스 디킨스의 여성관이 생각보다 일관적인 것 같아요(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여성의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저는 보통 고전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 이름을 잘 못외워서 자주 헤매곤 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거기에 더해 누가 프랑스 사람이고, 누가 영국 사람인지 계속 헷갈려서 더 어리바리하는 중입니다. '어? 이 사람이 파리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어? 이 사람은 영국 사람 아니었나?' 뭐 대충 이런 식으로요. 남은 기간은 정신을 더 바짝차려서, 은행의 상징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며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 포스트잇에 주인공들 이름을 써서 책 표지 안쪽에 붙여놔요. 기억력이 워낙 가물가물해서 ㅋㅋㅋ
앗, 작가님도! 저도 고전을 읽을 때는 책 맨 앞장에 있는 인물 소개를 워낙 들락날락(?)해가지고 나중에는 책이 너덜너덜 해지더라고요. 근데 이 책은 도입부에 인물 소개가 따로 없길래, 새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메모해가면서 읽고 있어요(심지어 전자책...). 프랑스와 영국을 왔다갔다 했더니, 앞의 두 권보다 훨씬 더 헷갈려서 시험당하는 중이랍니다(허허허). 작가님도 가물가물하시다니 왠지 든든(?)해지네요. 한참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아니 근데, 이 사람 국적이 프랑스든 영국이든 그게 이 책의 큰맥락을 이해하는데 그렇게 중요할까...'하는(아 근데 중요한 거면 죄송합니다). 요상한 집요함 덕분에 진도가 팍팍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조금 늦었지만 이제서야 1부를 읽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저 너무 좋다는 말 외에는... ㅠㅠ 아 너무 좋네요 정말.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은 후라서 더 그런걸까요. 1부를 읽는 내내, 아직은 약간 프롤로그 느낌이고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요, 2부 1장의 제목이 5년 후 라네요. ㅎㅎ 아직까지는 이 캐릭터들의 존재감이나 복잡성 같은 부분에 대한 댓글들이 막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좀더 읽어보겠습니다:)
나리들은, 하나의 계급으로서, 그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과 자신을 관련짓지 않았다. 그들이 프랑스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 자신의 삶에서조차 쫓겨날 위험이 있을 만큼, 프랑스에는 그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두 도시 이야기 2부 24장,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권력의 핵심층에서 가장 바깥쪽의 썩은 타락, 위선, 음모의 고리까지, 궁정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왕족도 이제 없었다. 궁전에서 그들은 사로잡혔고 최근의 소식이 왔을 때 그들은 ‘직무 정지’ 중이었다.
두 도시 이야기 2부 24장,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피난민 처지로 전락한 나리들이 말하는 방식이 있었다. 이는 영국 정통파가 말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 무시무시한 혁명이 씨 뿌려지지 않고 얻은 하늘 아래 유일한 수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일을 초래할 만한 어떤 행동도 없었고, 있었더라도 깜빡 잊은 것처럼, 프랑스의 수백만 빈민과 그들을 돕는 데 사용되어야 할 자원이 오용되고 악용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혁명을 보지 못했고, 그들이 본 것을 쉬운 말로 기록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거기에 더해, 하늘도 땅도 모두 완벽하게 소모되어 버린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나리들의 과장된 계획들과 결합된 허풍들은 진실을 아는 정신이 온전한 자라면 듣고서는 항의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두 도시 이야기 2부 24장,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3부7장. 잘 풀리나 하더니 제2의 위기! 찰스 디킨스는 정말 책에서 손을 못놓게하네요.
라 기요틴에 입 맞추고 조그만 창문을 보며 자루에 기침하는 사람들에게는 두통의 최고 치료제였고, 새치를 확실하게 막아 주고 미모를 섬세하게 가꿔 줄 뿐 아니라 수염도 바짝 잘 깎이는 국민 면도칼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변성하고 있다는 표지였다. 그것은 십자가의 위치를 넘어섰고, 사람들은 십자가 대신 그것을 목에 걸고, 십자가 대신 그것에 절하고 신봉했다.
두 도시 이야기 3부,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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