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주는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그의 집에서 나던 곰팡내와 창틀 먼지 냄새가 문득문득 코끝을 맴돌 것이다. 그녀는 그와 함께 계단을 오르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리가 도망쳤던 엘리베이터는 얼마나 빨랐는지도 기억했다. 함께 나누었던 대화와 눈빛과 웃음을 통해 무언으로 전하곤 했던 사랑은 이제 그녀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27년 동안 살았던 붉은 집보다 이 낡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반년 남짓한 시간의 부피가 더 크게 다가왔다. ”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317, 연소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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