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

D-29
“고양이 보러 갈래?“ 하고 물으면 모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현주는 여전히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명백히 지오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234, 연소민 지음
모리가 사라지고부터는 그를 집으로 부르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다고 과시하고 싶었다. 나도 돌봐야 할 것을 잘 돌본다고. 그러나 진성은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250, 연소민 지음
아빠가 좋아해서 좋아하게 된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보는 내내 모리가 언제 사라지나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ㅠㅠ 하루 하루 외롭게 무너져갔을 현주를 위로해주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지만, 아이 때에 무엇을 좋아한다는 건 좋아하는 것의 정체도, 이유도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현주가 지오에게 꼭 찝어서 그 얘기를 해준 건 니 마음은 그게 아니야, 라고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싶기도 하네요.
“그건 그렇고, 무화과가 물러버렸어. 저번에 주문했던 거.” 그녀는 작은 상자에 들어 있는 무화과의 절반도 먹지 못했다. “애초에 상태가 안 좋았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깐의 침묵 끝에 진성이 말했다. “청으로 만드는 게 좋겠네. 너무 물렀으면 버리거나.” “그래야겠어.” 현주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천장의 등을 바라봤다. 그녀는 사랑의 한구석이 닳았다고 느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 251-252, 연소민 지음
어제 2부 <합사>를 다 읽고 3부로 넘어갔다가 너무 몰입해서 마음이 살짝 어지러운 상태랍니다💦 저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아니거나, 어쩌면 아직도 어른스러운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봐요. 독자로서 진성의 말과 행동이 너무너무 서운하고 속상했어요. 청소년기에 만나 시간이 흐른 뒤 재회하며 우정의 향이 곁든 사랑을 이어나가는 두 사람 중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건 현주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모르게 계속 뒷장을 넘기게 되는 둘의 이야기를 마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러버린 무화과를 보는 현주의 심정은 어땠을지 ㅠ.ㅠ 사랑에 어른스러운 게 어디 있겠나요. 사랑은 쉽게 무르고 닳고 상하고... 아 속상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알립니다] 12월 3일 비상 계엄 선포 이후 당혹과 분노 속에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소설을 읽고, 일상을 의연히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함께 읽기를 이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고민 끝에 14일(토) 예정된 연소민 작가와의 만남 행사는 취소합니다. 윤석열을 포함 내란 공모자 전원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모으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는 내일까지, 연소민 작가와의 만남은 일상이 복원되는대로 다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모요사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ojosa7 과 북클럽 https://band.us/@mojosa 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 신청하신 분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고, 참가비 환불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모리가 가버려서 마음이 뒤숭숭한가 봐.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273, 연소민 지음
살짝 능청스럽게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현주가 짠하고 귀엽습니다.
떠나고 오고 다시 떠나고... 사람도 고양이도 현주는 그 자리에서 가고 오는 걸 지켜보는 사람이네요. 열불나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는데 늘 담담한 모습인 게 보금님 말씀처럼 짠하고, 그게 또 현주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렇죠?^^
"나는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책임지면서 진정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우리 부모님은 스물여섯에 나를 낳았어. 그런데 지금 스물여덟의 나는 부모가 된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고 심지어 독립할 자신도 없어. 계속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만 싶은데 말이지."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172, 연소민 지음
저도 부모님 세대 생각하면 영영 아이같은 기분입니다.^^ 꼭 아이 낳으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인생이 음... 다른 차원이 되는 거 같아요 ㅎㅎ
현재 이사 이슈로 80쪽까지 완독한 상태입니다. 이사 후에 쭉쭉 읽어내려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진성 없이는 공회전만 하는 것 같던 현주의 삶이 다른 쪽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라는 문구를 보고 그동안 현주가 느꼈을 공허함이 와닿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ㅠㅜ
그들은 자신과 아주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연인 사이는 다르다. 서로의 조각이 맞붙어야 한다. 그러니 서로의 홈에 더 잘 맞아들도록 형태를 깎아내야 한다. 한때 진성과 현주는 각자의 모양을 크게 바꿔가면서까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맞닿으려 했다. 그러나 이제 현주에게는 더 이상 깍아낼 조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진성에겐 깍아낼 의지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사랑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방식이 상대와 맞지 않는다면,더 이상 같은 보폭으로 걸을 수 없다는 것도.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311, 연소민 지음
와! 다 읽었습니다.^^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응원하게 되는 끝. 이네요.
“지오가 나를 따라서 가끔 시를 써. 꼬맹이가 나보더 나은 표현을 쓸 때가 많아.” 현주의 눈이 씁쓸하게 빛났다. 그들은 마음에 빈방이 많은 시기에 본능적으로 서로룰 찾았었다. 그런데 지금 진성의 방들은 다른 어떤 것들로 모두 채워진 것만 같았다. 비어 있는 건 그녀뿐이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275, 연소민 지음
현주의 외로운 마음이 무엇보다 잘 드러났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가슴이 덜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리운 과거의 추억이자 안정감을 주는 현재를 살고 있었지만, 둘이 함께 하는 온전한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는 걸 현주는 이 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현주도 모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이 깨달음이 그녀를 그렇게 상처주진 않았을 거라고... 그랬기를 바랍니다.
"늘 궁금했던 게 있어요. 이름이 왜 모리인가요?" "모리는 일본어로 숲이란 뜻이에요. 저 녀석, 울창한 숲 같은 초록의 눈을 가졌잖아요. 사실 전 애인이 일본인이었어요. 모리가 처음 이 사진관 앞을 어슬렁거렸을 때, 애인이 그렇게 이름을 붙여줬어요. 고양이를 무서워하면서도 이름을 붙여주다니, 다정한 사람이였죠."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p287, 연소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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