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모임지기 이정연입니다.
이런 저런 일로 뒤숭숭한 아침이네요. 다들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맛보기 질문보다 고민할 것이 있으니 시간을 내어 참여하시면 좋겠어요.
『어쩌다 가족』, 『어쩌다 노산』, 그리고 김하율 작가님이 집필하실 예정인 『어쩌다 아들노무시키』, 그리고 『이 별이 마음에 들어』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우리가 가족 소설이라고 할 때 떠올리게 되는 전통적인 서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에 대한 등장인물의 태도나 작가의 시선도 기존 문학작품과 다르게 느껴지고요. ‘벗어날 수 없는 질긴 운명’이기보다는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는 연대’처럼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께 가족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많은 작가들이 작품에서 가족을 다루게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족에 대해 여러분의 소중한 생각을 다른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대중매체를 통해 다양한 가족의 서사를 접해온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제 가족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면 매번 참 조심스럽습니다. 저에게 가족은 '지긋지긋'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 같거든요. '징글징글'이라는 수식어도?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도 떠오르는데요(『안나 카레니나』에서 워낙 유명한 문장이죠). 불행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원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적이 많았어요. 그렇게 혼자 산지도 6년 차를 겨우 접어들었습니다. 명절과 생일이라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고, 그 외에는 일체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고 있는데요. 올해는 이 규칙(?)도 깨버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보고 싶지 않아요.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제가 살고 있는 곳에 찾아와(쳐들어와) 다 뒤집어 엎고 소리를 지를 것만 같은데, 내년에 이사하면 이제는 주소도 알려주지 않고 몰래 도망치려합니다.
위에서 다들 '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에게도 편이긴 해요. 제 반대편. 흔히 밖에서 다친 마음을 가정에서 응원받는다고들 하던데요. 저는 반대로 밖에서 아무리 밝아도, 집에서는 그런 저를 마구잡이로 짓밟았던 것 같습니다. "니 까짓게"라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고, 30살에 집에서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머리나 뺨을 많이 맞았습니다.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참 어려웠어요. 저를 소유물로 여기실 때가 많았거든요(여기까지만).
근데 제가 자라온 환경에 결핍이 있다고 해서 '가족'과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무감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지탱하고, 견인할 수 있는 관계는 아름답다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루지 못한 것 같지만요. 김하율 작가님의 『어쩌다 가족』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제목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러게요. 어쩌다 가족이 되었을까요(허허허). 위에서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버리고 싶은 존재이다."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저는 가족들이 이제 그만 저를 좀 놓아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