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D-29
마광수는 한 사람을 다 찬양하는 게 아니라 어느 것은 찬양하고 어느 것은 비난한다.
자기들만 실컷 즐기려고 서민에게만 근면 이데올로기를 심어 놓은 게 집권층이다. 이들은 일단 믿으면 안 된다.
인간이 원시 사회처럼 자연과 일체가 되어 놀면서 일하고 그러다가 하고 싶으면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을 바라는 것 같다.
믿고 따를 것 지금으로선 믿을 수 있는 건 이것뿐인 것 같다. 인간은 어느 때나 자기 위주라는 것과 자기에게 타고난 각자의 것을 하며 그걸 가지고 인생을 맘껏 즐기다가 가는 게 장땡이라는 것.
인간에겐 의미가 중요 성 그 자체의 쾌락이 분명 있는데, 그 자체가 목적인 게, 거기에 인간이라면 뭔가 의미를 넣으려 한다. 그것이 없으면 외설이라고 하며 유죄 판결을 받는 것 같다. 뭔가 애들에게 할 얘기가 없어 그런 것 같다. 애들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이 작품의 의미는 뭔가요?” 했을 때. 대답이 막히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뭐든 의미가 없으면 못 사는 동물 같다. 뭔가 자기가 거기에 의지하고, 계속 사는데 도움이 안 되면 참지 못하고 그걸 헐뜯는 것 같다.
마광수가 내 어려움을 살린다.
종교는 인간 역사와 함께 했던 것 같다.
마광수는 남녀 누가 되었든 한쪽이 사디스트, 한쪽이 마조히스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같다.
정쟁이나 살인 같은 걸 예방하기 위해서도 자유로운 성 같은 것을 이용해 대리배설하라는 말 같다.
섹스를 그냥 즐기자는 것 같다.
어릴 적 아무 생각없이 그냥 놀이에만 빠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정말 즐거웠다.
마광수는 자유, 창조, 다양성 이런 개념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실제 살인이나 전쟁을 안 저지르려면 그것을 대체하는 것으로 대리배설해야 실제 그걸 예방할 수 있다는 거다.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려면 남이 싫어하고 남에게 해로운 짓을 안 하려면 그것을 대체하는 다른 유사한 것을 개발해 그걸 통해 대리 배설해, 남에게 직접 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내가 글이 너무 좋으면 남은 안 그럴 수 있다, 충분히 누구에게 글을 쓸 때 내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 써도 상대가 그 글 내용에 관심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나는 너무 좋아서 쓰지만, 상대는 그런 내용에 공감이 안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주로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것에 너무 빠질수록 남은 그것에 비례해 더 안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문해력이 부족해 아예 글이나 책 읽는 거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동영상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나만 너무 좋은 것은 대개는 남에겐 별로 안 좋은 것이다. 두루 관심 있는 것이 남에게도 같이 관심 있는 것이다. 대개의 보통 인간이라면 그렇다. 사람들은 이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 내가 너무 많이 특이한 것이다.
마광수는 변질되지 않은 예수의 초기 말을 숭상하는 것 같다.
성욕이 최고라고 외친다. 식욕도 결국 성욕을 위해, 생식하기 위해 먹는 것이고 나머지 본능도 전부 성욕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
유명하지 않으면 아예 대놓고 강조해도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유명해지면 별 의미도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혈안들인 게 인간이다.
여자의 행동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라는 말은 불문율 같다. 관심이 많으면 그런 데에 나만 의미를 특별히 두는 것일 수도 있다. 대개는 나만 그러는 거다.
작가 중에 잘 쓰는 용어가 있고 일부러 안 쓰는 용어가 있다. 잘 안 쓰는 용어는 아마도 그의 상처 때문에 그걸 쓰면 그게 연상되어 안 쓰는 게 많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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