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D-29
oomoo
은화
“ 우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단어들을 말했다. 그게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다. 초여름에 우리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을 직접 읽는 시도를 해봤지만 되지 않았다. 아, 나는 팻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팻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바보 같고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들이 뒤죽박죽이라서, 마치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간 것처럼 혼란스럽고 거슬렸으며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팻이 내게 '말'을 할 때 외에는 듣지 않았고, 팻도 똑같이 했다. 우리가 텔레파시로 대화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어와 문장을 이용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있는 내용을 즉시 파악한다는 환상적이고 불가능한 대중적인 허튼소리와 전혀 달랐다. 우리는 그저 '대화'를 할 뿐이었다. ”
『별을 위한 시간』 p.47~48,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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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은화님의 문장 수집: "우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단어들을 말했다. 그게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다. 초여름에 우리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을 직접 읽는 시도를 해봤지만 되지 않았다. 아, 나는 팻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팻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아니라 바보 같고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들이 뒤죽박죽이라서, 마치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간 것처럼 혼란스럽고 거슬렸으며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팻이 내게 '말'을 할 때 외에는 듣지 않았고, 팻도 똑같이 했다. 우리가 텔레파시로 대화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단어와 문장을 이용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있는 내용을 즉시 파악한다는 환상적이고 불가능한 대중적인 허튼소리와 전혀 달랐다. 우리는 그저 '대화'를 할 뿐이었다."
텔레파시는 비현실적인 소재로 간주되지만 소설에서는 초반부터 계속해서 텔레파시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대화와 다를 바 없음을 강조하는데 이게 재밌더라고요. 상대방과 대화하려고 상호 시도하지 않으면 무턱대고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닌 점, 대상의 마음 속을 들여다봐서 꿰뚫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통해 텔레파시 능력자들이 보편적인 인류와 전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죠. 그래서인지 텔레파시와 우주진출이라는 이질적일 수도 있는 두 소재를 과학적으로 엮는 작가의 서술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팻과 톰을 생각했을 때, 처음에 한동안은 그래도 팻이 우주에 나가기 적합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우주로 가야 하는 임무를 고려했을 때 다소 부정적인 방향이긴 해도 어느 정도는 적극적이고 시도하는 성격이 더 낫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모디가 톰에게는 '패배하려는 의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죠. 톰의 '이기려 하지 않는' 기질이 단지 자기 쌍둥이 형제만이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상황에서도 발현된다면 낯선 환경에서는 큰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자기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 일을 그르칠 뻔한 사고를 당한 걸 보고 장기적으로는 저도 톰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더 낫겠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오늘부터는 2부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얘기하려고 합니다. (물론 지난 이야기의 언급도 가능합니다.) 결말까지 먼저 읽으신 분들도, 아직 읽는 중인 분들도 아래의 내용들을 같이 얘기해봐요. 꼭 3가지 모두를 적을 필요는 없으니 마음 편하게 작성해주세요.
1) 2부에서 기억에 남거나 인상깊었던 문장이나 상황을 적어주세요.
2) 우주임무에 대한 톰과 팻의 진심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말로 우주를 가고 싶어한 사람은 둘 중 누구였을까요? 아니면 둘 다거나 또는 둘 다 아니었을까요?
3) 톰이 팻을 사랑한 방식과, 팻이 톰을 사랑한 방식은 어떻게 다르다고 또는 같다고 보시나요?
은화
“ 스위스에서는 이틀밖에 지내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취리히의 호수를 휙 둘러봤다. 그게 다였다. 팻이 몇 주 동안 공부했던 모든 내용을 서둘러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빡빡했다. 그래도 다 끝낼 수가 없어서 재단이 내가 항해를 출발한 후에 공부할 수 있도록 미니테이프를 잔뜩 주었다. ”
『별을 위한 시간』 p.99,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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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은화님의 문장 수집: "스위스에서는 이틀밖에 지내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취리히의 호수를 휙 둘러봤다. 그게 다였다. 팻이 몇 주 동안 공부했던 모든 내용을 서둘러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빡빡했다. 그래도 다 끝낼 수가 없어서 재단이 내가 항해를 출발한 후에 공부할 수 있도록 미니테이프를 잔뜩 주었다."
2부부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지지만 개인적으로는 2부의 첫 시작 문장이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테이프가 전 당연히 카세트 테이프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카세트 테이프는 1963~64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하네요.
이 당시의 테이프는 자기테이프(magnetic tape)를 말하는 것 같은데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광속에 근접할 수 있는 우주항해기술을 갖춘 배경 속에서 저장매체에 대한 작가의 예측과 현실이 전혀 다른 모습인 게 흥미로웠어요.
하인라인 작가가 본인이 살던 당시의 기준으로는 테이프를 이용한 정보저장과 전달이 당연했을테니 USB나 핸드폰의 개념을 떠올리는 것보다 테이프의 소형화를 예상하는 게 더 당연했을 듯 합니다.
김사과
은화님의 대화: 2부부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지지만 개인적으로는 2부의 첫 시작 문장이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테이프가 전 당연히 카세트 테이프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카세트 테이프는 1963~64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하네요.
이 당시의 테이프는 자기테이프(magnetic tape)를 말하는 것 같은데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광속에 근접할 수 있는 우주항해기술을 갖춘 배경 속에서 저장매체에 대한 작가의 예측과 현실이 전혀 다른 모습인 게 흥미로웠어요.
하인라인 작가가 본인이 살던 당시의 기준으로는 테이프를 이용한 정보저장과 전달이 당연했을테니 USB나 핸드폰의 개념을 떠올리는 것보다 테이프의 소형화를 예상하는 게 더 당연했을 듯 합니다.
와 저도 카세트테이프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옛날 sf를 읽다보면 그 당시 기술에서 미래를 예측한 방식이 꽤 재미있어요.
김사과
“ 우리는 열두 명이었다. 루이스클라크호에 배정된 사람들 말이다. 전체 선단의 우주선 열두 척에는 텔레파시 능력자가 150명 승선했다. 이들은 재단이 계약을 채결할 수 있었던 텔레파시 쌍 전부였다. ”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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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생각보다 촘촘하게 텔 레파시 능력자를 배치해서 규모에 살짝 놀랐습니다. 우주선과 지구와의 통신만 생각했는데 우주선 간의 통신도 필요한거였네요. 진짜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렇게했을것같은 치밀함. 이 장면에서부터 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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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김사과님의 대화: 생각보다 촘촘하게 텔레파시 능력자를 배치해서 규모에 살짝 놀랐습니다. 우주선과 지구와의 통신만 생각했는데 우주선 간의 통신도 필요한거였네요. 진짜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렇게했을것같은 치밀함. 이 장면에서부터 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아 저도 우주탐사에 대한 인원규모가 상당해서 인상깊었어요. 한 우주선에만 몇백 명 단위가 투입되는 건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내에서 그 근거로 인간의 사회성을 이유로 드는 것도 흥미롭고요. 어떻게 보면 과학이나 기술, 예산과는 가장 관련없는 이유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를 들어 독자를 납득하게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보통 초능력자 소재를 생각하면 능력으로 온갖 위험을 돌파하는 영웅물이 떠오르는데 비해 여기서의 능력자들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임무를 위한 구성원의 일부로 서술하는 상황이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결국 능력자건 일반인이건 임무 앞에서는 동등한 대원일 뿐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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