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인생책>골목책방서성이다와 [축복받은 집] 함께 읽기

D-29
저는 이전 동아일보사 출판 버전으로 책을 가지고 있어서 목차가 다르네요. 이상하다 <일시적인 일>이라는 단편은 왜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보니 이전책엔 <잠시동안의 일>이라고 되어 있어요. 마음산책으로 넘어가면서 새로 번역된것 같아요.
당황스러우셨겠네요^^~ 피르다자씨가 ~단편 다음은 질병통역사입니다. 순서가 다르실텐데 안내가 늦어서 죄송해요.
<피르다자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단편을 읽으면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전쟁중에 가족의 안전을 알지 못하는 피르다자씨의 고통을 소녀의 가족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합니다. 이념이나 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전쟁 속에서 옳고 그름의 영역을 넘어 그가 처한 상황을 연민의 마음으로 껴안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몸짓들에서 아름다운 환대의 모습을 봅니다. '이를 닦아버리면 내 기도도 씻겨나갈 것만 같았다. 나는 부모님이 의아해하지 않도록 칫솔에 물을 묻히고 치약 모양을 바꿔놓았다. 그런 다음 혀에 당분이 남아 있는 상태로 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피르자다자씨를 어떤 식으로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가족을 위해 사탕을 하나먹고 그들의 안전을 기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녀의 이렇게 간절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피르자다씨의 모습을 묘사한 문장 또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에 뭉클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기간동안 세 사람이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단일한 음식, 단일한 몸짓, 단일한 침묵, 단일한 공포를 공유했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태도가 감동적으로 다가운 글이었어요. 사회적 참사나 개인적 고통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점을 주는 글이었어요. 각자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문장들을 나누어봅시다♡♡
책 읽고 계시지요^^~ 26일까지 <질병통역사> 단편 이야기 나누어요. 생각남기지 못하고 다음 단편으로 넘어가도 언제든 편하게 생각남겨주세요. 제가 날짜를 말씀드리는 것은 잘 읽고 계신줄은 알지만 시간이 슝 지나버리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환기차원에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불금입니다. 가을 아름다운 날들 보내시면서 눈길이 머무는 문장들 남겨주세요.
좋은 책이죠
제가 며칠 몸이 안좋아서 글을 못남겼어요. 시간이 밀려버렸지만. 간단하게라도 이야기나누고 싶어요. 다음 글은 <진짜경비원>이네요. 이 단편은 30일까지 이야기 나누시게요. 물론 이 전 이야기도 같이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질병통역사 > 제목을 보면서, 질병에 대한 통역이 가능한가? 언어가 인간의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가? 타인의 고통을 오전히 이해(통역)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들을 해보았어요. 다스 부인은 8년동안 남편 친구의 아이을 낳은 일(비밀)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질병통역사 카파시씨에게 자신의 고통을 가볍게 해줄 치료법을 묻습니다. 이에 대해 카파시씨는 '다스 부인, 당신이 느끼는 건 정말 고통입니까? 아니면 죄책감입니까?' 라고 묻습니다. 카파시씨는 이 질문이 문제에 핵심에 이르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여겼고, 이 질문으로 인해 다스부인은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고 나옵니다. 이 질문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일시적인 문제>의 결말에 대해서...저는 반대로 희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시적인 단전이 진실게임 통해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그것이 아내의 결별선언으로 이어졌지만, 쇼바를 위해 간직해온 슈쿠마르의 비밀이 다시한번 소통의 시작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원을 끈게 쇼바니까 쇼바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요.
9편의 단편을 시간에 맞추어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쉽진 않네요^^ 다들 바쁘신 와중에 책 읽고 계신거지요. 간단히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주시면 좋겠어요. <질병통역사> 에서 제가 드린 질문에 대해 아무도 의견을 주시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제 생각 먼저 올립니다. '다스 부인, 당신이 느끼는 건 정말 고통입니까? 아니면 죄책감입니까?' 라는 카다피씨의 질문에 다스부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다스부인은 권태로운 결혼생활과 비밀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마음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가족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도 함께 느낍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결혼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단순히 고통과 죄책감이라는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다스부인은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줄 치료법을 찾았는데요. 어쩌면 문제의 해결책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과 과실을 따지는 일이 아닌, 그런 문제까지 껴안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다스부인은 그 모든 무거운 마음들을 끌어안은 채 사랑의 마음을 키워 남은 결혼생활을 지금보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갈것 같아요. 카다피씨의 주소는 필요하지 않게된 거죠^^~(주소를 적은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는 설정).
앞선 두 단편에서는 섬세한 시선으로 위로의 순간을 그려냈다면, '질병통역사'에서는 작가의 짓궂은 시선이 드러나서 재밌었어요. 다스 부인이 건네는 따듯한 말 한마디에 그녀와 불륜을 꿈꾸는 카다피 씨를 마냥 못난 남자의 전형처럼 그리지 않은 점도 좋구요. (그렇게 가면 흑화한 홍상수 플롯이 될 뻔했겠죠🥲) 문학적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균열을 포착하고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에게 감탄하게 됩니다. 카타피 씨는 말 그대로 환자를 대신해서 질병을 통역해주는 일을 하고, 그런 자신의 일에 '질병통역사'라는 멋진 의미를 부여해준 '다스 부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와 불륜하는 백일몽에 빠지기까지 하죠. 하지만 다스 부인은 그저 카다피 씨에게 작은 관심과 호의를 베푼 것일 뿐이죠. 결과적으로, 다스 부인의 호의가 카타피 씨에게는 호감으로 오역되는 상황처럼 읽혔어요. 사실 번역이라는 행위도 비슷하지 않나 해요. 단순히 표면적인 언어를 일대일로 대치하는 행위가 아니라, 한 언어의 복잡다단한 늬앙스를 풀어줘야 하는 일이니까요. 소설 자체도 어떤 통역행위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russist 소설자체도 통역행위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글로 옮기는 행위도 작가의 통역행위, 같은 글을 읽고도 각자 다르게 해석해서 읽는 독자들의 읽기해위도 통역행위가 되겠네요.
<진짜 경비원> 공동주택 주민들에게 부리마는 '자신과 바같 세계사이에서 경비를 서주는' 존재였지요. 그러나 공동주택주민들이 물질적으로 경쟁하면서 공동체적인 정서가 깨집니다. 공동주택 세면대가 도난당하자 주민들은 부리마를 비난하고 쫓아내지요. 주민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물질이었을 것이고, 부리마가 지켜냈던 것은 공존하며 살아가는 마음과 삶의 방식이었을것입니다. 자본이 모든 가치를 삼겨버린 이 시대에 부리마 같은 존재들이 우리 삶의 현장에도 많습니다. 인류가 진짜 지켜내야 할 따뜻함은 어디에서 찾아야할까..씁쓸한 마음이 드는 단편이었어요. 나누실 이야기 있으시면 글 올려주세요. 다음 단편은 <섹시> 2일 금요일까지 이야기나누어요.
저는 부리마라는 사람의 위치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요.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과 바람을 허구로 지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람이 부리마이니까요. 누구나 부리마가 지어서 들려주던 왕년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을에서 그녀 나름으로 방범 활동을 하고 행상인을 막아주는 등 최소한의 경비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인정해주고 있었죠. 그러다가 달랄 부인 집에서 무언가를 더 '소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죠. 그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이 소유물이나 귀중품을 가지게 되고요. 결과적으로 마을에서는 진짜 경비가 필요해집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이야기를 지어내긴 하지만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되던 부리마는 거짓말쟁이에 '진짜 경비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내쫒깁니다. 소설이 처한 운명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요. 실용서를 읽으면 뭔가 스마트하고 자기계발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지만, 소설을 읽는다거나 쓴다고 말하면 뭔가 몽롱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도 있구요(제가 보기엔 실용서만 읽는 게 더 몽롱해보이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우리부터 그러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소설쓰지 말라"고 하거나, "소설가로 데뷔하지 그러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하죠.
@russist 부리마 같은 존재가 소설이 처한 운명과 비슷하다는 의견에 동감입니다. 이익과 경쟁으로 치달리는 공동주택에서 부리마는 쫓겨난 존재이구요. 소설( 문학)도 거대한 물질의 세계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쩌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삶의 진실을 캐고자하는 부리마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방에 찾아오시는 손님 중에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 의미를 찾지 못하겠어서 읽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사실과 허구의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소설 속 현실이 비슷해보여서 말입니다^^~
'진짜 경비원'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사실이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경비원이라면, 허구는 부리 마 할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허구'라는 말이 허구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소설을 허구의 장르라고 말하기보다는 진실의 장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이 그때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의 작은 레고 조각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레고 조각을 모은 것을 진실이라고 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사실이되 진실하지 않을 수 있고, 진실은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말도 가능한 거겠죠. 그리고 소설이 허구이기 때문에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직한 진단 같지도 않구요. 의미는 원래 쌍방향이고 손벽 같은 거여서 먼저 주어야 얻어내는 것이라고 봐요. 소설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소설에 의미를 주고, 또 받아오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쪽이 유령이면 저쪽이 사람이어도 손벽을 칠 수 없겠죠. 유발 하라리도 말했듯이 모든 것이 인간의 상상력, 즉 허구와 진실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합의한 문명화된 질서나 국가도 마찬가지죠. 크게는 빚을 내어서 자본을 통용하고 증식하는 현 중앙은행체제와 국가를 믿는 것에서부터 작게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파란불에 건너고 빨간불에 선다는 아주 작은 약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허구의 체계 위에서 지어진 질서입니다. 따라서 허구이기 때문에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말은 이해할 만한 말이긴 하지만, 썩 정직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허구가 소설에만 국한한 개념은 아니니까요.
@russist 소설은 진실을 추구한다는 말씀 공감입니다. 책방 독자님의 자기진단에 의하면 늘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니 허구의 이야기가 현실이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쓸모와 효용이 주도적인 가치가 된 이 세계에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 분께 전해드린 소설이 어떤 진실을 전달하길 소망하는 맘이었지요^^
그렇군요.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이 소설을 많이 찾는 듯합니다. 소설을 영화나 만화, 웹툰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저는 책의 큐레이션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소설을 읽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분을 위해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 중 한 쪽을 추천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과 진실'이라는 글 꼭지였는데 아직도 인상 깊어서 보고 또 보고 있답니다😀 여담이지만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멋진 일 같아요.
<섹시> 유부남을 사랑한 미랜더는 로힌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사랑이 타인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그녀에게도 그의 아내에게도 공정하지 않으며, 자신과 아내 모두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관계를 더 끌고 가는 건 온당치 않다고' 말이지요. 사랑을 하면서 상대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4일까지 <축복받은 집 > 단편으로 이야기나누는데요. 저는 순차적으로 나머지 단편에 대한 질문과 생각들을 올리겠습니다. 지난 단편이어도 순서 상관없이 편하게 이야기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센아주머니의 집> 센아주머니는 인도여성으로 결혼이주민으로 보입니다. 남편의 도움없이는 생선을 사러 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인도의 음식을 그리워합니다. 조카의 출생과 조부의 죽음에도 함께 하지 못하는 외로움을 느끼며, 자립을 시도 해보지만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앨리엇이 이 사건을 계기로 자립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 센 아주머니에게도 그런 계기와 희망이 생기겠지요? 우리 주위에서 문화와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는 결혼 이주 여성의 모습이 겹쳐보입니다. 또한 이런 고립감은 비단 이주민들만의 감정은 아니겠지요. 각자의 상황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은 많을 것 같아요. 센아주머니와 앨리엇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외로운 개인들도 포함해서 말이죠. 마음에 드는 구절들, 책 읽으며 든 생각들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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