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책증정] 최이아의 블랙 코미디 SF『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함께 읽어요!

D-29
인구감소정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그렇게 추진한다면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가치와 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이율배반적인 내용이라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단 한 사람의 선택으로 생사의 순간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 사회 곳곳에서 외모 평가 기준이 세분화되고 그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할 때마다 심각을 넘어 참담함을 느낍니다. 많은 독자들이 작중 세태에 낯설음을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해요. 극단에는 한계가 없어 좁게, 더 좁게, 사람의 존재를 외모로 치환해 쪼개고 또 쪼개는 일에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성형시장은 자본과 결탁한지 오래고요. 개인의 노력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는 쪽이 옳을 것입니다. 끝없는 성장을 유일한 길로 상정하는 자본주의와 결이 다르지 않음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무작정 절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할 수 있는 이유는, 저항의 가능성을 수차례 보았기 때문입니다. 스키니진, 킬힐… 불편한 여성복의 쇠퇴가 일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본의 추동이 시장과 소비자로 직결되지 않을 가능성이겠지요. 상품이 된 성형시술 또한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사회는 인간의 집합입니다. 개인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으나 개인이 그에 저항하는 일이 결코 쉽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개인 차원에서는 평가를, 품평을 지양하는 노력을, 사회 흐름을 형성코자 하는 집단과 그에 준하는 차원에서는 그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질문 3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 "선배는 이해받기를 원하면서도 제 입에서 말이 나오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친밀감이라는 비언어적인 맥락이 적용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언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순간, 그 언어는 명료해야 하고, 정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거부하는 순간, 그 사람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최이아 작가는 이런 답답함에 기인해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말했습니다. 솎아낼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말들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상처받지 않고 상처 입지 않기 위해, 관계와 언어 생활에 있어 여러분이 실천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있나요? ex.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있는 그래도 말하자', '생각을, 언어를 꾸미려 하지 말자', '자신 없으면 말하지 말자'. 이외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점점 제 자신은 ‘말을 아끼자’ 로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의미를 담아도 받아들이는 입장은 또 다르니까요. 그래서 말을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불편하거나 답답한 상황이 와도 ‘그냥 내가 참지 뭐’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는데요, 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언어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같은 맥락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깊이 공감을 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상대의 배설에 가까운 말에 상처받듯, 격양된 상태로 하는 나의 말에 가까운 사람이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아 다툼이 있어도 이를 회피하고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로지먼트 프리퀀시로 인해 언어가 사라진 책 속 세상과는 달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말과 언어가 존재하고, 소통의 수단이기에 ‘해야할 말은 하자’고 항상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1)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기! 가끔 감정이 격해지면 나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내가 지금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부분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2)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는 아끼지 말기! 말은 아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이 세 말은 아낌없이 해도 좋은 말 같아요. (3) 관계에 솔직하기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요. (1)번 원칙을 병행하면 내 감정에 대한 근거를 스스로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설명하는데 더 수월해져서 좋더라고요. 불호를 말한다고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 걸로 깨질 관계라면 빨리 깨지는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어서 더 솔직하게 관계에 임하니까 저도 이전보다 관계를 유지하는데 스트레스도 덜 받아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상처를 주고 받는 건 사람을 만나는 이상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서로 조심하는 게 느껴졌고 그런데도 말실수를 했을 때 바로 사과를 한다거나 하면 크게 상처 받지 않고 잊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굉장히 다혈질이고, 말을 가감없이 뱉는 성격이라 항상 제가 하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화가 많이 나면 일단 카톡에 막 썼다가 지우거나 해요. 상처받지 않는 건 의외로 쉬워요. 부정적 감정이 들거나 상처주는 말을 한 사람이 떠오르면 얼른 '책' 생각을 합니다. 오늘 읽어야 할 책, 책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을 언제부터 읽을지 계획을 짜거나요. 제가 한번 나쁜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살다가는 정신병이 오겠다.'란 생각이 든 어느 날부터 쓸데없이 하는 나쁜 생각은 책으로 덮어 버립니다. ^^ 근데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말 하는 건 좋은데, 요즘 들어 말할 때 너무 심하게 방어벽 치는 분들(공격받지 않으려고)을 보면 도리어 불편합니다. 저렇게까지 하면 본인의 의견이란 게 없어지지 않나...하고요. 그래서 이야기도 재미없어지고요. 뭐든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정확한 의미 전달을 통해 오해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식대로 말할테니 알아듣는 사람의 문제라고 치부한다면 그건 답이 없다고 봅니다. 말하는 사람이 정확한 전달을 하고 듣는 사람도 자신의 사고를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들으려고 노력할 때 서로의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지.' 정도 생각납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 처음 접하는 반응을 받아들일 때마다 되새깁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주차 (11/13~11/20): <갈아드려요>, <인구감소정책 추진에 대해>,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함께 읽기 1주차 마지막 날입니다. 일주일 동안 좋은 독서 경험 되었을지요? 감상평과 함께 '문장 수집' 기능으로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함께 기록해보세요!
길은 언제나 있어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p.86, 최이아 지음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직장 상사나 동료, 사랑하는 또는 했던 연인, 함께 지내는 가족에게 들은 말 한 마디 때문에 잠도 못 잘 정도로 속이 울렁거린 적 없으신가요? 살면서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단 한 번이라고 상상한 적이 있다면 아진과 선린이 머문 곳이 어디인지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벌써 모임 시작한 지 1주차 마지막 날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갈아드립니다’와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를 읽으면 대한민국이 담긴 이야기인 것 같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짜증과 화가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타노스보다 더한 놈이 나타났다! 고 느낀 ‘인구감소추진 정책에 대해’ 편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건 알지만 인류가 지구에 하는 걸 보면 인류를 위해 모든 걸 희생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편을 잘 읽고 혼자 읽을 때보다 여러 관점에서 읽어보고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남은 세편도 재밌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
하지만 내가 대표인 양 우리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하는 건 이곳의 뜻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를 대폭 줄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는 믿음. 인간 을 이 지구에 존속시키기 위해 품은 무한에 가까운 인류애. 이것이 내가 여기에 충성하는 이유이자 가슴속에 박애를 심은 계기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45p,<인구감소정책 추진에 대해>, 최이아 지음
확증편향의 대표적 사례이자, 경계해야할 이유를 짧은 글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 문구입니다. 흔히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하는 것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그믐 독서모임 2주차가 밝았습니다! 2주차 (11/21~11/27): <랩에서 생긴 일>, <푸리앙>, <제니의 역> 함께 읽기 작가님이 소개하는 세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공유드립니다 :) 독서를 진행하며 작가님께 질문하고 싶은 것들을 포함한 의견들 모두 환영합니다 :D
요즘 드는 생각이 한국사람들은 스스로를 착취하며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과도한 학업, 직장인이 되어서는 최소 주 40시간 근무에 근무 시간 외 자기개발까지. 노동'기본'값이 너무 높고, 사람이 자원인 국가이다보니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에 힘들어야지, 지칠만큼 해야지 열심히 산다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통에 익숙해져 있어서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까 오히려 고통이 없으면 더 낯설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야기 속 진형도 이미 본인이 교수에게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반발감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대학원생이라면 이 정도 고통은 다들 견디는 거니까. 그래서 모린과의 계약 조건이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어져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괴로움을 잊기위해 고통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미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위해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택하는 거죠.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택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합니다. 익숙한 고통이 두려움을 잊게 해줄 때도 있으니깐요.
사업은 잘 풀렸지만 나는 제자리였다. 이익 전부는 랩 확장에만 쓰였다. 모린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교수는 주점에서 뒷돈을 챙겼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랩에 묶인 채 밤새도록 술만 만들었다. 희망찬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p.186,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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