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보고 작가님이 남성이라는 사실에 첫번째 놀랐고(여성적인 이름에서 기인한 착각)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이태원 참사가 이 작품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닌 우리도 가볍게 내뱉는 말 속에 어떤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블/책증정] 최이아의 블랙 코미디 SF『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함께 읽어요!
D-29
강츄베베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질문 5 <푸리앙> ●
"빛이 되는 천둥이여, 천년 씻는 성난 파도여, 남은 자의 세월이여, 외로우니 제주도여, 제주도여...."
[제주] 옛 광주교도소 유해‥ 4·3 희생자 첫 확인
https://kjmbc.co.kr/NewsArticle/1433264
<푸리앙>은 제주 4·3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호노는 스스로를 구속하는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주합니다.
연인 선령을 희생하고, 섬에 함께 갇힌 노예들을 외면하고 바다로 향한 호노의 선택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씨앗이 상징하는 희망을 쫓아 바다에 뛰어든 호노는 짧은 시간동안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의 앞에 닥친 파도는 역설적으로 개인의 미미한 행동을 뒤덮어버리는 강력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두르고 있는 이념의 울타리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까요?
이념의 전쟁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siouxsie
읽으면서 제주도의 어떤 시점의 역사와 당연히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4.3 사건 이야기였다니...
예전엔 '당연히'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이념이라는 명목하에 길들여진 것이란 사실에 놀라면서 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호노 같은 면이 많아졌다고 할까요? 그 전에는 특정 종교와 한국이라는 국가적 이념에 많이 메여 살았거든요.
지금 같이 평온하게 살 때야 이웃을 돕고 모두 잘 살아보자 하지만, 억압과 착취에 내 목이 조여온다면 제가 호노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하면 더했지
이 글을 쓰고 났더니 정말 전 못난 사람이네요.
강츄베베
집단주의로 점철된 소위 민주적이라는 껍데기속에 그들만의 이득과 욕망이 양산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대상은 여전히 고통속에 있습니다. 자기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대상들을 편가르기하며 탄압하고 힘들게 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자유고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 분간되지 않는 행위속에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진정 대의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Eins
이념도, 이념의 전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점점 더 그것을 사람 바깥의 문제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일이 놀이나 자신과 유리된 별개의 미디어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깃발도 드는 사람이 있어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구호가 되어버린 걸까요?
허블
피로도가 높은 문제들, 기사들, 소식들을 직면하는 것을 사람들은 점점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사실 꼭 필요한 일들이지만, 하루하루 견뎌내야 하는 일상들이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쓰기 힘들어지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유를 멈추지 않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지지를 표현하는 일이 아닐까요?
최이아
안녕하세요. 최이아입니다. 이 모임도 오늘을 포함해 사흘 남았네요. 벌써 3주가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네요. 무언가에 집착하고 집중하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언사'를 읽고 느끼신 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주시면 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혹 질문이 있다면 질문을 해주셔도 되고요. 이렇게 이언사 함께 읽기 모임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책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질문 6 <제니의 역> ●
"제니는 엄마가 태어난 나라의 언어를 그 옆의 여자가 자란 나라의 언어로, 또 이를 한국어로, 다시 각 나라의 언어로 연결했다. 여자들의 말소리는 모두 달랐지만, 이들의 대화는 한순간도 끊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찰나의 지연 없이 그 의미가 정확히 다른 여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주 여성들은 자신의 언어로 자신 있게 말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한국 디아스포라와 다문화 민족국가로의 여정"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81645
<제니의 역>은 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근미래 농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야기이죠.
농촌과 SF?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근미래에도 농촌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제가 살아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년 전의 우리는 양성평등 제도가 문화 속에 녹아든 북유럽의 어느 나라들을 바라보며 '한국도 곧 이렇게 되겠지'라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성별에 따른 갈등이 심각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소개합니다.
"혐오와 멸시와 불평등이 일상에 만연한 이 땅의 우리에게는, 이토록 작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여겼다."_구병모(소설가)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안드로이드가 보급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결혼'과 '가부장'은 유효한가? 여전히 타국에서 여자들을 수입해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 구태의연한 제도가 존재할까?"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_김성중(소설가)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외치는 작품. 작가님은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의 모든 작품 등장인물들이 '가시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인다'고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요?
siouxsie
'제니의 역'과 같은 일은 정말 근미래에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농촌이란 이유로, 아내들이 약소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본인들의 움츠러든 어깨를 약자들에게 해소하려는 가부장의 유령들
저는 '도농사회'의 격차라는 말이 제가 어렸을 때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물질적인 삶의 수준의 차이가 아닌 양성평등과 차별 대한 개념차는 아직도 많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니1호에 대한 뉴스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뉴스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뉴스를 믿어야 할까요?
강츄베베
한국도 핵가족화되고 젊은 세대들의 양성 평등적 관념이 자리잡아가면서 많이 다듬어졌다고는 하지만 구태의 병리적 현상에 물든 기업들과 아직 유교사상에 입각한 소위 전통적 의식에 기인한 가문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래사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개인의 생활 가치를 중요시하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가부장적인 방식은 이를 역행하기 때문에 점점 사라져 갈 것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3주차 ~12/4 : 못다한 이야기 나누기, Q&A, 마무리 소감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그믐이 곧 종료됩니다!
독서 생활은 어떠셨나요?
독서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작가 및 편집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다면 자유로이 올려주세요!
(인증샷도 환영합니다!)
* 지나간 질문에 대한 답도 좋으며,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도서 추천도 좋아요!
활동 종료 후 우수 참여자 세 분을 선정해 허블 도서 1권을 보내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D
siouxsie
제가 옥타비아 버틀러를 좋아하는데 돌아가셨잖아요. 근데 최이아 작가님 책 읽고 아~다시 읽을 만한 SF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언사' 다 읽고 황모과 작가님의 '언더 더 독' 읽는데 우리나라 SF의 미래에 갑자기 그린라이트가 비춰지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좋은 책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ins
개인적으로 표제작이 정말 마음에 드는 동시에 참 슬펐어요. 무리지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연약한 생물인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를 상처입힐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끝없이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본능을 타고났는가 싶었거든요. 우리가 서로를 상처입히고 죽이지 않기 위해서난 단절의 가능성이, 맥락은 다르지만 보르헤스의 말처럼 '우리 사이에는 칼이 있었네'와 같이, 넘을 수 없는 선처럼 생겨버리고서야 간신히 도래할 수 있는 걸까요.
여러모로 오래도록 씁쓸하게 남을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서, 그믐 모임을 통해 서로의 세계에 맞닿을 수 있어 기쁘고 즐거웠어요.
개인적인 추천
: 서동욱의 『타자철학』과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데리다와 뒤푸르망텔의 『환대에 대하여』, 김애령의 『듣기의 윤리』 그리고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를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최이아
오래도록 씁쓸하게 남을 이야기를 만들어서 한편으로는 독자들에게 죄송스러운 감정도 없지 않아요. 결말에 '우리가 그럼에도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은 작품들이 '이언사' 소설집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타인에게 상처 입히지 않는 인간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저의 고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Eins님 말씀처럼 '넘을 수 없는 선'을 만들어야만 서로에게 상처 입히지 않는 게 가능하다면 그 세계는 참 '격리적 사회'일 것 같아요. 되레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역설적으로 우리를 한데 공고히 묶어주는 선, 둘레, 끈, 실낱 같은 희망이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었어 요. 읽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감상평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siouxsie
둘은 서로를 안았다. 각자의 목에 닿은 서로의 살결은 따뜻했다. 둘 사이에 중요한 건 말이 아닌 체온이 맺어주는 관계였다. 둘은 한동안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11p,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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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만 꼽자면, ‘욕심’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어긋난 욕심으로 인해 사회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를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특히, <랩에서 생긴 일> 코멘트 중 진형의 마지막 한마디가 ‘행복을 꿈꾸는 건 헛된 짓이었구나’라는 말조차도, 욕심을 부리다 망한 자의 합리화같다고 느꼈습니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뻔한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학부생 성적 조작 비리와 감당할 수 없는 사치 위법행동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행태 등은 본인 손으로 이끌어낸 파멸엔딩임이 자명해보입니다. 갑질•권력 등을 논하기 전에도요.
편집자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보려고 하지 않아서 안보인다 치부하듯, 저 역시도 피로도가 상당한 ‘불편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크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이 기회로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는 어떠한 입장인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절망편...이기에 혹시 이 이야기들, 이 세계관들에도 희망은 있는지 작가님께 여쭙고 싶어요. 상황이나 사람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지, 자정작용이 가능한 세계일지. 그런 암시가 있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행복할 가능성이 존재했으면 좋겠는 제 이기적인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최이아
<랩에서 생긴 일>의 진형의 결말에 대해서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진형 역시 충분히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여겼거든요. 성적 조작과 연구비 횡령 같은 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핑계 댈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깐요. 진형 역시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갑질과 권력의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학부생 성적 가지고 장난치는 대학원생이니깐요. 제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를 꼽자면 ‘중첩’인 것 같아요. 우리 삶이 그러하듯 적지 않은 인물들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중첩적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거든요.
작품 세계관에는 분명 희망이 있기는 합니다. <이언사>에서는 “둘 사이에 중요한 건 말이 아닌 체온이 맺어주는 관계였다”라는 결말 부분 문장처럼 ‘관계’의 소중함이 혐오와 증오를 이길 힘이라는 메시지가 던져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니의 역>에서 다은이가 마지막에 제니의 가슴에 있던 구체를 들고 “넌 뭐였니?”라고 묻는 건 새 세계를 향한 각성, 도전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엄마는 제니의 조력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에 패했지만 다은이는 저항할 각오를 다지게 된 것이지요. 물론 독자에 따라서는 결말을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을 수 있고요. 아무튼 이렇게 표제작과 당선작의 세계관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좀 흐릿하게 보였다면 저 역시 아직 잘 모르겠지만 최이아식 희망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분들은 결말을 먼저 써 놓고 앞으로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구조를 짜놓기는 하나 쓰다 보면 처음 생각한 결말과 다른 결말로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글의 흐름이 제가 명확히 자각하지 못하는, 일관성이 엿보이는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 건가 봐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글이 나오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막 첫 책을 낸 신인 작가인 데다, 이런 공간 덕에 독자들과 소통하고 관계하면서 성장(?)하는 중이기에 앞으로는 또 어떤 글이 어떻게 나오게 될지는 저 역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siouxsie
말이 없어서 좋아요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20p,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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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언어가 사라졌다.
이윽고, 평온이 찾아왔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50p,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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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대가없는 쾌락을 누리려 하다니, 얼마나 한심한 발상인가. 이게 도둑놈 심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환희는 고통이 따라야 진정 완성된다는 것을 알면서 왜 외면하려 할까...(중략)...사라져야 할 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니라 대가없는 쾌락을 바라는, 그걸 위해 주변에 독을 뿌리는 인간의 마음이다. ”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64p,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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