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해로운 건 술의 독성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심보다. 사라져야 할 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니라 대가 없는 쾌락을 바라는, 그걸 위해 주변에 독을 뿌리는 인간의 마음이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164,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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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ori
뜨거워지는 식도에서 기포가 팡팡 터지는 걸 느끼고 싶었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랩에서 생긴 일 p.192, 최이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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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질문 4 <랩에서 생긴 일> ●
"대가 없는 쾌락을 누리려 하다니, 얼마나 한심한 발상인가."
[단독] 직원에 "원두 갈아라" "합창 연습해라"…박물관장 된 '커피교수'의 갑질
https://naver.me/5FmT1KMh
대학 교수의 갑질 문제는 유구합니다.
회사, 학교 등 폐쇄된 조직에서는 그것이 적나라하게 자행되죠.
갑질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오남용에서 나옵니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는 당연히 이런 행동들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열세에 있는 자는 자신이 당해야만 이 관계가 평화롭게 유지된다고만 생각하며 무력감에 젖습니다.
이 구도에는 뿌리 깊이 내재되어 있는 계급의식이 있습니다.
집단이 구분하는 계급이 두드러지면 고유한 개인의 인격체는 흐려집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의식이 결여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네 번 째 단편의 주인공은 교수의 갑질에 지친 대학원생입니다.
은밀하게 품었던 반항심을 터뜨린 그는 실험실에서 술을 만들어 용돈을 챙기지만,
결국 스스로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진해서 요정 '모린'의 갑질을 받습니다.
어쩌면 갑질에 순응하는 심리는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와의 커넥션 그 자체가 자신의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부터 시작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인맥에 중독되는 것이지요.
술-관계-중독.
이 끊기 힘든 굴레를 인지한 일상 속 순간이 있나요?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나요?
마땅한 순간이 없으셨다면 우리 함께 보면 좋을 주변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해보아요!
siouxsie
술은 아니었지만, 관계에서 갑질을 당해 본 적은 있습니다. 상사라 부당함을 알면서도 어떻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논리적으로 설명도 해 보았으나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 차이가 나서 제 논리가 그 분께는 방구만도 못한 말들이더라고요.
그런데 놀라운 건, 저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분의 명령을 그대로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땐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깨닫게 되었죠. 왜 폭압을 저지르는 1인자 밑에 있는 2, 3인자들이 더 나서서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요.
강츄베베
아직까지 원청-하청회사 간의 수직관계에서 비롯된 갑질문화는 여전하지요.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원청에 수주를 받아야 살아가는 중소기업들을 이들의 비위를 맞추고자 다 양한 방법으로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일부 영업비 지출로 품질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는데 원청에서는 이걸 눈 감아주고 받아주면 이건 고스란히 소비자의 클레임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최이아
“ 그럼, 언제까지나 노비로 살자고? 푸리앙 나무로 뒤덮인 섬에서는 과일을 따다 떨어져 죽거나 아니면 굶어 죽는 길뿐이야. 운이 좋으면 두 손이 잘린 채 비렁뱅이로 살겠지. 그게 네가 바라는 인생이야?" ”
기사를 보고 작가님이 남성이라는 사실에 첫번째 놀랐고(여성적인 이름에서 기인한 착각)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이태원 참사가 이 작품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닌 우리도 가볍게 내뱉는 말 속에 어떤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질문 5 <푸리앙> ●
"빛이 되는 천둥이여, 천년 씻는 성난 파도여, 남은 자의 세월이여, 외로우니 제주도여, 제주도여...."
[제주] 옛 광주교도소 유해‥ 4·3 희생자 첫 확인
https://kjmbc.co.kr/NewsArticle/1433264
<푸리앙>은 제주 4·3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호노는 스스로를 구속하는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주합니다.
연인 선령을 희생하고, 섬에 함께 갇힌 노예들을 외면하고 바다로 향한 호노의 선택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씨앗이 상징하는 희망을 쫓아 바다에 뛰어든 호노는 짧은 시간동안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의 앞에 닥친 파도는 역설적으로 개인의 미미한 행동을 뒤덮어버리는 강력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두르고 있는 이념의 울타리를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까요?
이념의 전쟁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siouxsie
읽으면서 제주도의 어떤 시점의 역사와 당연히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4.3 사건 이야기였다니...
예전엔 '당연히'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이념이라는 명목하에 길들여진 것이란 사실에 놀라면서 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호노 같은 면이 많아졌다고 할까요? 그 전에는 특정 종교와 한국이라는 국가적 이념에 많이 메여 살았거든요.
지금 같이 평온하게 살 때야 이웃을 돕고 모두 잘 살아보자 하지만, 억압과 착취에 내 목이 조여온다면 제가 호노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하면 더했지
이 글을 쓰고 났더니 정말 전 못난 사람이네요.
강츄베베
집단주의로 점철된 소위 민주적이라는 껍데기속에 그들만의 이득과 욕망이 양산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대상은 여전히 고통속에 있습니다. 자기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대상들을 편가르기하며 탄압하고 힘들게 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자유고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 분간되지 않는 행위속에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진정 대의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Eins
이념도, 이념의 전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점점 더 그것을 사람 바깥의 문제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일이 놀이나 자신과 유리된 별개의 미디어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깃발도 드는 사람이 있어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구호가 되어버린 걸까요?
허블
피로도가 높은 문제들, 기사들, 소식들을 직면하는 것을 사람들은 점점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사실 꼭 필요한 일들이지만, 하루하루 견뎌내야 하는 일상들이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쓰기 힘들어지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유를 멈추지 않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지지를 표현하는 일이 아닐까요?
최이아
안녕하세요. 최이아입니다. 이 모임도 오늘을 포함해 사흘 남았네요. 벌써 3주가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네요. 무언가에 집착하고 집중하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언사'를 읽고 느끼신 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주시면 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혹 질문이 있다면 질문을 해주셔도 되고요. 이렇게 이언사 함께 읽기 모임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책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질문 6 <제니의 역> ●
"제니는 엄마가 태어난 나라의 언어를 그 옆의 여자가 자란 나라의 언어로, 또 이를 한국어로, 다시 각 나라의 언어로 연결했다. 여자들의 말소리는 모두 달랐지만, 이들의 대화는 한순간도 끊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찰나의 지연 없이 그 의미가 정확히 다른 여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주 여성들은 자신의 언어로 자신 있게 말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한국 디아스포라와 다문화 민족국가로의 여정"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81645
<제니의 역>은 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근미래 농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야기이죠.
농촌과 SF?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근미래에도 농촌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제가 살아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년 전의 우리는 양성평등 제도가 문화 속에 녹아든 북유럽의 어느 나라들을 바라보며 '한국도 곧 이렇게 되겠지'라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성별에 따른 갈등이 심각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소개합니다.
"혐오와 멸시와 불평등이 일상에 만연한 이 땅의 우리에게는, 이토록 작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여겼다."_구병모(소설가)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안드로이드가 보급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결혼'과 '가부장'은 유효한가? 여전히 타국에서 여자들을 수입해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 구태의연한 제도가 존재할까?"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_김성중(소설가)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외치는 작품. 작가님은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의 모든 작품 등장인물들이 '가시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인다'고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요?
siouxsie
'제니의 역'과 같은 일은 정말 근미래에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농촌이란 이유로, 아내들이 약소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본인들의 움츠러든 어깨를 약자들에게 해소하려는 가부장의 유령들
저는 '도농사회'의 격차라는 말이 제가 어렸을 때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물질적인 삶의 수준의 차이가 아닌 양성평등과 차별 대한 개념차는 아직도 많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니1호에 대한 뉴스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뉴스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뉴스를 믿어야 할까요?
강츄베베
한국도 핵가족화되고 젊은 세대들의 양성 평등적 관념이 자리잡아가면서 많이 다듬어졌다고는 하지만 구태의 병리적 현상에 물든 기업들과 아직 유교사상에 입각한 소위 전통적 의식에 기인한 가문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래사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개인의 생활 가치를 중요시하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가부장적인 방식은 이를 역행하기 때문에 점점 사라져 갈 것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허블
● 3주차 ~12/4 : 못다한 이야기 나누기, Q&A, 마무리 소감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그믐이 곧 종료됩니다!
독서 생활은 어떠셨나요?
독서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작가 및 편집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다면 자유로이 올려주세요!
(인증샷도 환영합니다!)
* 지나간 질문에 대한 답도 좋으며,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도서 추천도 좋아요!
활동 종료 후 우수 참여자 세 분을 선정해 허블 도서 1권을 보내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D
siouxsie
제가 옥타비아 버틀러를 좋아하는데 돌아가셨잖아요. 근데 최이아 작가님 책 읽고 아~다시 읽을 만한 SF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언사' 다 읽고 황모과 작가님의 '언더 더 독' 읽는데 우리나라 SF의 미래에 갑자기 그린라이트가 비춰지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좋은 책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ins
개인적으로 표제작이 정말 마음에 드는 동시에 참 슬펐어요. 무리지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연약한 생물인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를 상처입힐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끝없이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본능을 타고났는가 싶었거든요. 우리가 서로를 상처입히고 죽이지 않기 위해서난 단절의 가능성이, 맥락은 다르지만 보르헤스의 말처럼 '우리 사이에는 칼이 있었네'와 같이, 넘을 수 없는 선처럼 생겨버리고서야 간신히 도래할 수 있는 걸까요.
여러모로 오래도록 씁쓸하게 남을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서, 그믐 모임을 통해 서로의 세계에 맞닿을 수 있어 기쁘고 즐거웠어요.
개인적인 추천
: 서동욱의 『타자철학』과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데리다와 뒤푸르망텔의 『환대에 대하여』, 김애령의 『듣기의 윤리』 그리고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를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