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

D-29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기억은 과거에 대한 것인 만큼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들은 대체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사람들이 기억의 회상적인 측면보다도 미래에 수행해야 할 활동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표현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은 이름이나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두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를 혼동하는 등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기억’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심 약속을 잊거나 약속한 대로 소포를 두고 가지 않는 등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정신없음으로 인해 미래기억에 오류가 생기면 우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기억의 오류가 한 사람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04-105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미래기억에 대한 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아마 영어에서 remember - remind 이 두 동사가 나뉘어져 있어서, 두 개념에 대한 오해가 종종 생기지 않나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사실은 둘로 나뉜 게 아닌 하나의 개념인게지요. ‘사건기반/시간기반’ 기억 역시 미래기억 뿐 아니라 과거기억과 연관지어서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이 책을 읽다가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집중할 수 없는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마음이 멀어져 ‘멍해진 채’ 내면의 공상이나 망상에 빠져드는 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행동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여러 실험연구를 보면, 참가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글을 몇 분 이상 읽었을 때 멍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처럼 명작을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마음 방랑 mind wandering’ 이라고 부른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23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이 문장을 읽고 뜨끔 하면서도 너무너무 위안이 되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주의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한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도 몇번이나 글씨만 읽고 있음을 발견하고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지 모릅니다. ㅠㅠ '마음 방랑'을 어떻게 하면 의식적으로 대비하고 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좀 아쉽네요. 물론 강의 중 퀴즈를 내라는 아주 약소한 솔루션을 제시해 주긴 했지만... 예시는 독서 중 마음방랑으로 시작했다가 결론은 강의 중 마음방랑으로 끝내다니... ㅎㅎㅎ
저도 마음 방랑이 심해서 찔렸어요ㅎㅎ 책 읽다가 혼자 퀴즈를 낼 수도 없고ㅎ 다른 방법이 궁금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PART 3] 12월1-3일 : 3장 "기억은 막힌다" 를 읽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나 인상깊었던 구절을 자유롭게 나눠 주세요.
130쪽 특히 막힘이 짜증스러운 것은 이 정보를 기억해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133쪽 고유명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은 왜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144쪽 그중 45명이 단어가 곧 기억날 것만 같은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혀’라는 단어가 담긴 표현을 사용했다. 여러 언어 중 가장 자주 사용되는 표현은 ‘혀끝에 on the tip of the tongue(설단)’와 의미적으로 거의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적인 표현은 한국어 ‘혀끝에 맴돌다’가 있었다. 150쪽 이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에서 설단 현상이 일어난다는 실험 결과와 딱 맞아떨어진다. 164쪽 하지만 진짜 기억상실증과 가짜 기억상실증을 구분해주는 신뢰할 만한 검사가 현재는 없다. 166쪽 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제임스와 그의 동료들은 18-80세까지의 성인들도 스트레스로 인해 설단 현상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제3장 기억은 막힌다,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위에서 수집한 문장 중 막힘 현상을 지칭하는 각 나라 언어들의 표현들 가운데 가장 시적인 것은 한국어 ‘혀끝에 맴돌다’라고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영어로 어떻게 썼길래 저자가 시적이라고 했을까요. 3장에서 다룬 막힘 현상도 결국은 자주 안 쓰는 단어가 주 대상이며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가 더 자주 안 떠오르고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취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니까 나중에 책의 말미에 가서 우리 뇌가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 기억에 일곱 가지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끝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켜보죠. ㅎㅎ
저도 영어 번역이 궁금해지네요!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언어에서도 '혀끝에 맴돌다'라고 그대로 표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 표현들은 시적인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요즘 단어가 생각이 잘 안 나서 "그, 저" 같은 말을 많이 해서;; 기억은 막힌다 챕터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시각적 표상, 개념적 표상, 음운적 표상 등의 설명이 좋았는데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얼굴은 친숙한데 이름은 물론 어디서 만났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던 반면, 이름도 기억나고 언제 만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가 있었네요. 그리고 억압된 기억 파트에서 프로이트의 억압 개념과 심리적 방어 기제가 아주 짧게 언급되고 말아서 좀 아쉬웠어요. 다음 챕터 '기억은 오귀인을 일으킨다'도 기대됩니다^^
실생활에서 사투리 ‘거시기’가 많이 쓰이는 이유가 기억의 오류인 ‘막힘’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
ㅋㅋㅋ 진짜 한국어에서 거시기를 대체할 단어는 없습니다요... 표준어나 다른 사투리 모두 찾아봐도 없을것 같아요. ㅋㅋㅋ
단어가 생각 안 날 때 '저기, 그'를 많이 쓰긴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단어 '거시기'도 있었네요ㅎㅎㅎ 이 단어 하나면 문장도 만들어내던데 ㅋㅋ 밥심님 덕분에 웃었어요^^
맞아요 억압 개념 부분이 좀더 자세하게 다뤄졌더라면 정말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요! 저도 아쉬웠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개념적 표상과 어휘적 표상이 활성화되므로 이 두 표상 간의 상호 연결도 강화된다.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오랫동안 만나지 않으면, 개념적 표상과 어휘적 표상 사이의 이미 약해진 고리가 더 약화된다. p.137 다시 말해 그 단어를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음운적 표상과 어휘적 표상 사이의 연결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p.150 과거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고생했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이름을 미리 부호화해두면 다시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p.154 프로이트의 억압 개념은 심리적 방어 기제를 수반한다. 이 기제는 의식적인 자각에서 오는 감정적인 위협을 배제하려는 것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p.160 '생각하기-생각하지 않기'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대상을 억압하려고 노력할 때, 인지 조절과 관련된 전전두엽 피질에서는 활동이 늘어났지만, 기억을 잘 해내는 것과 관련이 있는 뇌의 해마에서는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p.170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이번 3장은 뭔가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 현상 설명만 하다 끝난 느낌이랄까... 고유명사와 보통명사 기억 차이에 대한 내용은 한편 공감이 가면서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여러 표상 설명과 이론적인 부분은 꽤 흥미로웠고 전적으로 이해가 되지만요. 저같은 경우, 일화기억이나 작업기억 부분에서의 기억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사람 이름이나 고유명사 기억에 강한 편이라서... 개인적인 얘기겠지만, '이거 딱 내 이야기다' 라는 느낌은 덜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설단현상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긴 한데, 구체적인 부분은 언어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사용하는 언어(모국어)가 사고방식을 구성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어느정도 뇌가 작동하는 회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요, 설단현상도 그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의 막힘은 소멸이나 정신없음과는 다른 종류의 망각이다. 정신없음으로 인한 기억의 오류와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 이름이나 단어는 부호화를 거쳐 머릿속에 저장되었으며, 다른 때라면 기억할 수 있는 단서도 있다. 또 소멸에 의한 기억의 오류와는 달리 이 정보는 기억에서 희미해진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어서 조금만 더 끌어내려고 노력하면 갑자기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특히 막힘이 짜증스러운 것은 이 정보를 기억해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30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앞 챕터에서 다뤘던 소멸, 정신없음과 다른 종류의 망각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렴풋이 구분이 가긴 한다만 이런 차이들도 좀더 자세하고 깊게 설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은 설단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막히는 단어의 첫 글자를 가장 많이 알고, 마지막 글자를 그보다 덜 알고, 중간 글자를 가장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단 현상을 겪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단어의 음절수도 기억했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46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사실 145쪽에 나온 실험은 조금도 와닿지 않았어요. ㅎㅎ 영어를 모국어처럼 해야 가능한 테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ㅜㅜ 대신 바로 다음페이지에 나온 이 문장이 너무 신기했는데, 제가 중고등학생 때 저희 엄마가 항상 '버거킹'을 '버킹엄' 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났어요. 물론 저희 엄마는 (혹시 엄마들이 다 그런가요? ㅎㅎ) 다른 설단현상도 많으셨지만, 특히 이 버거킹-버킹엄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인 이유는, 당시 제 친한친구의 엄마도 완전히 똑같이 버거킹을 버킹엄이라고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엄청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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