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D-29
누구나 다 자기 관점으로 보는 독단 속에서 살아가는 건 맞는데, 이 차이가 하나의 기준선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의 믿음이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과 믿음에 의지하지만 그것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가끔 기억해내는 것 사이의 차이.
그게 어마어마한 차이더라고요. 회의감 없이 사는 분들 무섭습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회의감은 불리한 특성인지도 ^^
생존, 승진, 출세, 부귀영화에 하등 쓸모 없는 특성인 거 같습니다. 햄릿이 덜 회의적이었다면 인명 피해도 그렇게 크지 않았겠지요? ^^
사르트르에 대한건 사르트르가 리베라시옹에 아랍과 이스라엘전쟁에 관해 기고한 글과 역사에 대한 좌파적 인식으로 쓴 <아랍과 이스라엘>이란 책에 사르트르가 세계정세 판단과 비판적 논평의 글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사생활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이런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흐릿하게 만들뿐이죠. 마오주의를 유럽지식인들이 지지했던 것은 제국주의적 행태와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본 식민지에서의 착취와 이스라엘이란 나라에 대한 영미제국주의의 주구적 행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동기였죠. 지금도 팔레스타인 지지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좌파적 정치인이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을 반유태주의자로 몰고 당시 프랑스에서도 사르트르를 반유태주의자로 낙인찍었습니다. 분명 마오주의는 폭력적 선동과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투쟁노선이지만 맑스 레닌주의가 제국주의 미국 영국 프랑스의 공업노동자들을 선동하고 정치경제학적 이론을 제공하는 것에 반해 중국,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와 인도, 남미에서는 마오주의가 더 적합한 투쟁이론과 노선이었죠. 극혐하자는게 아니라 그 당시의 마오주의노선으로 인한 현재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의 불필요한 적대적 폐쇄주의를 응시하고 우리안의 선동적 마오이즘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정치세력들에 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됩니다. 얼마전 블랙핑크의 멤버인 뉴진스 하니에 대해 베트남에서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네티즌들의 선을 넘은 공격이 있었습니다. 보트피풀출신의 하니가족에 대해 반동이라고 칭하고 적대적 언사로 공격한 것이죠. 하니의 할아버지가 월남 사이공 자유정부를 지지했던 것인데 그 손녀인 하니까지 맹목적인 비난은 거의 적대적이며 폐쇄적인 공격성의 폐해라고 봅니다.
사르트르의 철학에 대해서도, 사르트르가 살았던 시대에 대해서도 피상적으로만 알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 과학은 덕성과 분리가 가능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는 철학을 덕성과 분리할 수 있나 싶습니다. 사르트르는 그런 철학을 주창했을 뿐더러, 그 철학의 내용과 그런 철학으로부터 얻은 권위를 사생활에 이용(제가 보기에는 가스라이팅과 성 착취)했지요. 사생활을 이유로 사르트르의 철학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를 비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생활을 이유로 물리학자를 비판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맑스의 공산혁명 이론이 프롤레타리아가 없었던 중국 등 농업 국가에 들어맞지 않았다는 것은 옳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농업 국가에는 마오주의가 상대적으로 더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오주의자들은 그렇게 주장했지만 그 주장이 옳은지는 모르는 거죠. 설령 공산주의 세계관을 인정한다 하더라도요. A라는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B라는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려면 그게 왜 A보다 나은지 설명 정도는 해야 하는데, 마오주의는 그런 논리적인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러시아 상황에 맑스주의를 접목시키기 위해 이론에 공을 들인 레닌과 비교하면 그런 점이 더 두드러지지요. 공산혁명 자체에 반대하는 저에게 그래서 마오주의는 이중의 난센스로 다가옵니다. 사르트르는 자신이 믿는 진보를 위해서라면 물리적 폭력을 용인하고 더 나아가 옹호했습니다. 스탈린에 대해서도, 마오쩌둥에 대해서도 그랬지요. 저는 민주주의자라면 ‘진보적 폭력’이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를 중시합니다. 저는 그게 이 책 <마오주의>의 교훈 같습니다. 마오주의는 말씀하신 ‘폭력적 선동과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제 극심한 폭력을 행사했고, 그걸 정당화하며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은 몰라도 굴라크의 참상은 사르트르를 비롯한 유럽 지식인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들이 그런 폭력을 외면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자가 아니었거나 지식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도서 한 권 책장에 꽂습니다. ^^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 카뮈와 사르트르의 정치사상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목표로 하는 공산주의는 역사의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의 혁명적 열정을 타오르게 했다. 그러나 혁명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소련에 폭력과 억압의 강제수용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는 지식인 사회에 치열한 논쟁을 불러온다.
사회주의자로서의 생각은 좀 다르죠. 제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지나온 불의 시대였던 20세기는 자유주의자로서 마오주의와 사회주의자로서 민족주의자로서의 마오주의를 천양지차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있는 그대로 읽기보단 비판적으로 성찰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
네! 이렇게 깊이 읽으시는 분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감사해요. ^^
철학과 덕성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씀에 대해 하나 언급하자면, 1장에서 마오쩌뚱의 여성편력 이야기를 하면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을 붙이던데, 이 실용주의란 비윤리나 스스로 언명한 사상과 모순되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하는 방식에 대한 비난적 의미로 읽히지만, 남녀평등 사상과 개인의 여성 편력 부분은 서로 구분해야 하지 않은가, 같은 급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학이 덕성과 무관하다는 것이 아니라, 철학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이상으로 덕성에 대한 평가, 특히 그가 주장하는 철학의 함의들과 그의 삶이 모순되는가에 대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덕성에 대한 평가는 우리 자신의 윤리의식을 반영하는 반면, 철학의 가치는 그 윤리적 기준과의 부합성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사르트르는 잘 모르고 취향상으로도 거리감이 있지만, 실존주의 철학자이니 일반인보다는 훨씬 큰 책임감과 심사숙고를 하면서 자신의 선택들을 해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은 해봅니다. 생각을 깊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일반인의 상식이나 윤리기준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그런 차이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영향이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겠죠.
말씀해주신 부분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모든 사람은 해방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노예 농장을 운영한다면 그 인물의 세계관 안에서도 잘못된 행동이며, 덕성 문제를 즉각 거론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폴리아모리 생활을 하면서 그걸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좀 더 판단이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 사람의 주장도 이해해야 할 거 같고요. 저도 사르트르의 철학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마오주의는 후기 식민지 연구와 하층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도의 낙살라이트 마오주의는 남아시아 지식인들이 ‘하층'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각성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관점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 서사의 접근방식을 재편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25,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인민의 운명은 인민의 손 안에 있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모든 민족의 영혼을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인류는 우리의 눈앞에서 흔들리며 보다 나은 시대를 향해 아무도 억제할 수 없고 영원히 패배할 수 없는 자세로 상승하며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촉진하고 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444, 9장,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22일 금요일은 예고한 대로 9장 '페루의 붉은 태양'을 읽습니다. 드디어, 1980년대 이후, 마오쩌둥 사후로 시간대가 넘어옵니다. 정말 9장은 마오쩌둥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월 23~24일 주말과 11월 25일 월요일에는 10장 '중국의 주석이 우리의 주석이다'까지 읽습니다. 남미 찍고 인도로 넘어옵니다. (9장, 10장을 금요일부터 주말 끼고 월요일까지 읽으시라고 조금 여유를 뒀어요!) 10장에서 앞에서 잠시 언급한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 비판이 등장합니다.
미래의 폭력적인 혁명에 대한 신념은 1970년대 서유럽과 미국 전역의 마오주의 영향을 받은 많은 정당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었다. 비록 이러한 신념이 실제 살육 행위로 옮겨가지는 않았을지라도 그들은 최후의 전투를 위해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422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구스만이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서점의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책을 살지 선택하기 전에 몇 시간이고 책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책을 구매했다. 그는 철학과 정치에 관한 책을 좋아했다. ... 내가 생각하기에, 그에게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았던 것은 언제나 책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445쪽)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들 속에서 페루의 마오주의자이면서 책벌레로 알려졌던 구스만에 대한 위 문장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문장 수집까지 하지는 않겠습니다. ㅎㅎ
전 마지막에 그렇게 본인과 가족들의 삶이 망가지고 계속 고통받았을 텐데 Black Lives Matter에까지 이어진 인권운동가들의 의지를 보고 짠했어요. 그만큼 그들에게는 그저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나 열병이 아닌 계속 이전 세대부터 짓밟혀온 오랜 역사이자 살아가는 현재였을 테니까요.. 6,70년대 컬트 주교든 인권 운동가든 자기들 맘대로 마오주의를 받아들이고 해석했지만.. 완전히 부정적인 영향만은 아니었나봅니다.
광기의시대였던거 같습니다. 근데 지금 다시 광기의 시대가 도래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 ㅠ
아직 책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이렇게 사는 것보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느끼는 사람들, 또는 그들에게 연민과 공감을 느끼고 함께 서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관점은, 관용과 합리와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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