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D-29
필자는 물론 문화대혁명이 전 세계에 몰고 온 비극이나 부조리, 오해 등에 대해 부정할 생각이 없지만 서유럽과 미국의 극좌파 정치가 남긴 일부 긍정적인 유산, 예를 들어 시민운동을 적극 고취시킨 것 등에 대해 좀 더 생 해보고자 한다. 우선 마오주의의 확장은 특히 교육면에서 "인민을 위한 복무", "의식 고양" ", "문화대혁명" 등의 개념을 전파시켰으며, 나아가 중국이외 지역의 페미니즘, 동성애자의 권리, 인종 평등, 환경보호와 학술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서독에서는 마오주의 정당에 속한 이전 무장세력들이 1980년대 녹색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이후 수십 년 동 안 통일 독일의 정치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384,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문화대혁명이 68혁명, 녹색운동과 연결되는 지점은 아주 흥미롭네요. 진짜 8장은 소설 4321을 떠올리네요 ㅎ
과거로부터 늘 반체제에 대한 움직임은 있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구석구석 교묘히 마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게 신기합니다
울고 싶은데 어디선가 마오주의가 나타나 철썩 하고 뺨을 때려준 격 아닐까요.
전 아직 첫 챕터 읽는 중이지만, 이런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반체제세력 입장에서 성공한 민중혁명 모델로 중국을 참조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마오주의는 기존의 법이나 질서를 대중의 실력행사로 뒤집을 수 있다는 성공 사례로서 영향력을 갖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편으로 마오주의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문득 우리나라 정치가 떠오드라구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들,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도 국민의 뜻에 반하면 위법 여부가 증명되지 않아도 퇴진시킬 수 있다거나, 당원들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집단여론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정치인들을 추방하거나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는 일이 진정한 민주주의에 가까운 일이라고 하는 것. 그런 것들이 다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튼 마오주의 설명을 읽다가 연상이 되더라는..
오닐에 따르면, 이념적 성향이 비교적 덜한 이들에게 문화대혁명이란 사실 “고등학교 선생에게 고깔모자(지진아 모자)를 씌우는 것에 불과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유럽과 미국인들은 1968년 문화대혁명의 목표를 자신들의 그것과 동일시했지만 이는 마오쩌둥의 정치 자체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마오쩌둥의 정치를 멀리서 지켜본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405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16세기 중국에 선교사를 파견하여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서구사회에서 '천조'는 종교인, 상인, 철학자를 포함 한 지식인들에게 기독교 선교, 경제적 이익, 치국 경험 등 거의 천당에 가깝게 온갖 기회를 부여하는 강대한 꿈의 나라로 여겨졌다. 이런 점에서 서구의 급진주의자들의 마오주의 수용은 일종의 복고 풍조이자 과거의 반복으로 멀리 떨어지고 이국적인 중국을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미덕의 보고로 간주한 것일 따름이다. 1960년대와 그 이후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열풍은 서구인들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상상의 중국을 창조하는 능력을 재차 드러 낸 것이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대항해시기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지금은 대중에게 개방되어 박물관이 된) 세력가들 집이나 왕궁에 가서 어김없이 발견하는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가 중국풍 청화백자입니다. 고급 중국 청화백자가 집주인의 재력, 권력, 문화적 자부심, 그리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세련된 취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였을 거라 짐작합니다. 집주인이 중국에 가보지도 않고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나 중국 청화 백자 몇 점 있어’하고 내보이는 것이 그 시대 어지간히도 큰 유행이었던 듯 합니다. 8장에 나온 60-70년대 마오주의에 물든 유럽과 미국이야기 읽는 내내, 그 중국 청화백자를 떠올렸는데요 (또다른 형태로 나타난 중국풍), 줄리아 로벨이 바로 이렇게 써주어서 격한 동의 + 완전 감탄!!
문화대혁명이 많은 미국 학생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그들의 반체제 운동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데니스 오닐은 이렇게 회상했다. " 1968년 문화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사건을 찾아다녔다. 이전까지 우리는 문화대혁명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04,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흑표당 운동에서 마오주의는 때로 교묘하게 성적 해방과 얽혀 있었다. 어느날 흑표당 본부에서 바비 실은 젊은 흑인 남성들이 『마오주석 어록」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흑표당 여성 당원들이 구혼자에게 "나랑 사귀려고 하면서 어떻게 마오주석 어록』도 읽지 않느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09,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마오쩌둥의 혁명 이론은 농촌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도시화된 서구에는 거의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구사회에서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철학자들 중에서 마오주의의 유행에 몸담은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사실 이는 심사숙고를 통한 결정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마오주의는 사르트르의 가슴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12,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사르트르 너마저.... ㅋ
사르트르가 마오쩌둥이랑 스탈린 찬양한 걸로 아주 유명합니다. 저는 이 양반 인생에서 존경할 만한 대목을 참 못 찾겠더라고요. 얼마 전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감정의 연대기 1929~1939』를 함께 읽으면서도 재확인했지요.
사회주의자 였다는 것은 알았지만 마오와 스탈린을 찬양한 것까지는 잘 몰랐어요. 증오의 시대 저도 같이 읽었는데 ㅋㅋ 사르트르의 찌질한 사생활, 저도 충격받았던 기억이....
@장맥주 @오구오구 철학자로서 얼마나 박식했는지는 문외한이라서 모르겠습니다만, 세상을 읽는 눈은 떨어진 게 확실해 보여요. 사후 편향을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당시 유럽의 지식인으로서 히틀러의 등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독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레닌 사후 스탈린의 소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을 정말 순진하다고 할 정도로 둔감했었잖아요. 그냥 자기한테만 관심이 있었던 속물이었던 것으로; (물론, 사상적으로는 따로 평가할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조지 오웰의 명민함과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죠. 그런데, 사르트르 못지 않은 인물이 한 명 더 있어요. 하이데거. 이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지어 당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였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제가 @장맥주 작가님 등에게는 두 번인가 권했던 책 『철학, 마법사의 시대』(파우제 펴냄)의 재미있는 하이데거 관련 일화를 생각난 김에 옮겨봅니다. 2019년 8월에 읽고서 짧게 메모한 내용이에요. 부록으로 비트겐슈타인과 벤야민도 등장합니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 독일 작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의 『철학, 마법사의 시대』(파우제 펴냄)는 매력적이다. 이 책은 1919년부터 1929년까지 10년간 철학사를 중심으로 지성사의 한 시대를 스케치한다. 주인공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년),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년), 발터 벤야민(1892~1940년),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년). 20세기 철학사에 중요한 영향을 준 이 네 철학자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이 10년의 기간 동안 자기 철학의 토대가 되는 사유와 경험을 축적한다. 예를 들어, 비트겐슈타인이 물려받은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가난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던 때가 이 시기다. 대조적으로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1927년)을 써내면서 독일 철학계의 제왕으로 도약한다. 다른 셋보다 나이가 많은 카시러도 이 시기에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상징 형식의 철학』을 세상에 내놓았다. 반면에 벤야민은 불행했다. 야심만만한 청년이었던 그는 하이데거처럼 원하던 대학에 자리를 얻지 못했다. 반쯤은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이곳저곳(베를린-나폴리-모스크바-파리 등)을 부유하던 그의 삶에서 나온 사유의 파편이 지금까지 여럿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니 역설이다. * 아일렌베르거는 군데군데 철학자가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인용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니 각각의 욕망과 성격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세 편의 편지가 기억난다. (수신자는 누구일까요?) * 비트겐슈타인 “『유럽의 재건(Reconstruction in Europe)』을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안부 같은 개인적인 소식을 한 줄이라도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너무 바빠서 편지 쓸 시간조차 없는 건가요? 그 정도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만. W. E. 존슨과도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나는 존슨의 소식도 간절히 듣고 싶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동할 때 답장 보내주세요.” (1923년 봄) * 하이데거 “우리의 관계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료하고, 순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만남이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학생이고 내가 당신의 교수인 것은 그저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의 원인일 뿐입니다. 나는 당신을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것이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내 삶의 일부일 것이고, 내 삶은 당신으로 인해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1925년 11월 10일) * 벤야민 (하이데거의 교수 자격 취득 논문을 읽고서) “하이데거의 논문을 읽었어. 라틴어 실력과 엄청난 성실성 외에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 모든 철학 표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잘된 번역에 불과한 그런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리케르트와 후설에 대한 아첨 부분은 어찌나 비열하던지, 읽기조차 불편하더군.” (1920년 12월)
누구한테 쓴 편지인지 정말로 한번 맞춰보세요! :)
설마.... 한나 아렌트? 아니면 시몬드보봐르? 한나아렌트 같은데요? ㅋㅋㅋ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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