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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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4장까지는 그래도 들어봤던 내용들이니 감정적으로 힘들게 없었는데 5장 처음부터 불편해지면서 책장 넘기기가 힘들어지네요. 나쁜 줄 아는 놈이 한 나쁜 일보다 착한 척하는 사람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불편함은 스트레스 강도가 백 배, 천 배는 되는 것 같거든요. 아, 여기서도 영국, 미국, 호주가 한 일들 나오기 시작하는데, 심호흡하며 읽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에 가보고서 관심이 생겨 읽은 책들이 좀 있는데, 다시 끄집어 내야겠네요. 인도네시아도 그렇고..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19세기부터 본격화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이해없이는 그 이후의 정치변동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항해' 시대라는 큰 변혁의 화려함 아래에 얼마나 많은 핍박과 착취가 있었는지.. 발전에 대한 경이보다는 그저 씁쓸한 마음만 큽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잘 모르는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현대사 한 부분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 읽을 때 많이 찾아봤는데, 1965년 9.30 사태는 이후에 대학살이 이어졌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세부사항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9.30사태 (및 이후 대학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최악의 학살이라고도 불리는데, 르완다 대학살, 수단의 다이푸르 사태 혹은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보다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정말 이상합니다. 6장에 나온 존 루사 (John Roosa), 이 분이 인도네시아 9.30사태에 대해서는 완전 전문가인 거 같아요. 6장에는 대학살의 핑계 (Pretext for Mass Murder)가 소개되었는데, 최근에 Buried Histories 란 책도 내셨다고 합니다. 요즘엔 동티모르 사태도 연구하시고.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대한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연구 총결산 ‘미래의 기회’ 편!
그쵸.. 냉전시대에 대해 유럽에서 학교 다닐 때 배울 때는 주로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배워서 이런 제3세계, 그것도 미국 소련이 아닌 중국이 개입했던 냉전체제에 대해 거의 모르다가 여기서 많이 배워가네요.. Run amok라는 말 영어에선 많이 일상 숙어처럼 써왔는데.. 인도네시아 기원의 참 무서운 단어였군요..ㅜㅜ
6장 첫 부분에 나오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도 정말 유명합니다. 하나는 <액트 오브 킬링>이란 영화인데 9.30 사건 때 사형집행자였던 안와르 콩고에게 당시 했던 일을 재연해달라고 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 개봉 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전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해서 (당시 올해의 영화로 뽑았음) 호기심에 앞부분 보다가 너무 길어서 (2시간 40분) 다 못봤는데, 뒷부분을 더 잘 만들었다고 해서 이번에 끝까지 보려고 네이버에서 다운 받아두었어요.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 평은 “악마에 대한 전율과 인간을 향한 탄식. 나는 이 영화를 잊을 수 있을까.” 이었구요. 가장 인상깊었던 왓차 리뷰평 중엔 이런 글도 있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얼굴 생김새가 어땠냐고? 마치 인류의 역사처럼 생겼더라.” —> 정말 놀라운 리뷰 문장!! 다른 한 편은 <침묵의 시선>으로 6장에 소개되어 있는 영화구요, 이것도 잘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액트 오브 킬링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 군은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추대 받으며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의 ‘위대한’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인간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충격의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대학살의 기억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람리’라는 이름은 곧 학살을 의미했다. 그는 비밀리에 사라졌던 100만 명의 사람 중 유일하게 목격당한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른 척 숨죽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람리’의 또 다른 이름은 침묵이자 망각. 그러나 그의 동생 ‘아디’는 50년 만에 형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 그때의 이야기를 묻기 시작하고, 가해자들은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이 저지른 소름 끼치는 살인을 증언한다. ‘죽음’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요하고 잔혹한 이야기!
아, 이 영화 저도 궁금했었는데.... 다시 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왜 여기에 계속 6장이라고 썼을까요? 5장입니다, 5장. 몇 장 읽는 지도 모름 ㅠㅠ
@소피아 저도 『대변동』 읽으면서 교양으로만 알고 넘어갔는데 6장에서 또 이렇게 읽으니까 그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다큐멘터리 궁금했는데 자세히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도니안 @장맥주 두 분의 사상(담론)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첨언하고 싶은 얘기가 생각나서 몇 자 끄적입니다. 두 분이 말씀하신 그런 사정 때문에 (재발견된) 푸코와 브뤼노 라투르 같은 사상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두 사상가 모두 규범적으로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지 않거든요. 그냥 현실의 여러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모순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런 묘사의 효과와 해석에는 물론 연구자의 의도와 욕망이 들어갈 듯하지만요. 저는 거대 담론이 사라진 시대에 세상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학계에서 인류학의 참여 관찰 방법론에 힘이 실리는 것도 저널리즘과 학술 저서나 논문의 차이가 희미해지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오도니안 @장맥주 앞에서 언급한 푸코와 라투르 말고 결이 아주 다르고 두 사람보다 훨씬 올드하지만 그래도 계속 따라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사상가 둘도 이참에 언급합니다.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과 리처드 세넷(1943~ )입니다. 바우만은 평전 『지그문트 바우만』(754쪽)을 세넷의 책은 번역서 가운데 한 권쯤 함께 읽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투게더』-『장인』-『짓기와 거주하기』 등)
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자신의 시대를 목격하고 거기에 활발히 참여한 바우만의 삶을 연대순으로 좇아가는 전기다. 바우만의 창조적 지성과 지적 사상뿐 아니라, 그만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교훈을 깊이 통찰하고 다시 읽는 계기로 자리할 것이다.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현재 지구에 사는 최고의 지성 중 하나인 리처드 세넷의 신작. 그는 이번 책에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정치에서, 온라인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대화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세넷이 찾은 협력의 역사적 사례는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2010년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신작. 저자는 장인의 모습을 단지 목공이 하는 육체적인 기능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만드는 일이 곧 생각의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우리 생각 속 틀에 박힌 장인의 모습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도시 독법. 이 책에서 그는 고대 아테네에서 21세기 상하이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도시에 대해 사유하고 제안한다.
세넷의 책들이 먼저 주제 면에서 관심이 가네요. 바우만은 어떤 분인지 아직 잘 모르는데, 추천 감사드립니다.
중국필패도 안 읽었고 개인적 사정도 있고 해서 이번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댓글들 읽다 보니 이 책(마오주의) 넘 관심 가네요- 어려워 보이지만 나중에라도 꼭 읽어야겠어요. 저는 <지그문트 바우만> 평전 벽돌책 모임 하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헤헷
@흰벽 난이도만 놓고 보면 『중국필패』보다 훨씬 읽기 쉽답니다. 지금이라도 함께 읽으세요. '그믐'에 자기가 참여하고 싶은 책 모임이 생기면 바로 알림이 가는 '예약'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의 저서인 <중국의 붉은 별>은 간명하면서도 순수한 이상주의의 찬사로 읽혀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의 욕망과 좌익 성향, 그리고 그를 초청한 이들의 은밀한 야심과 조종 등 보다 어두은 동기가 내재해 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2장, 135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미국인들은 중국의 ‘사상개조’가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이 결국 전후 미국 정부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하고 또한 반민주적인 기관 가운데 하나(정보국)에 크나큰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3장, 149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세뇌 공포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 세뇌 요원들로 구성된 무적의 부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경험은 사실 상상한 것과 크게 달라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 한 미국인 포로는 이렇게 회상했다. “중공군이 처음 우리를 포로로 잡았을 때는 우리를 가둘 곳도 없었고, 줄 양식도 없었다.” 중국 죄수나 외국인 포로를 막론하고 규율이 그리 엄격한 것도 아니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3장, 181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5장에서 개인적으로 작은 궁금증이 있는데, 한글판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5장 1/4쯤 PKI에 대한 부분에서 농부들이 인도네시아 공산당에 기부를 하면 중국은행에서 대출을 해줬다라는 부분이 나오고 도날드 힌들리라는 사람의 긴 인용문이 나온 후에 수카르노에 대한 설명이 잠깐 나와요. 그 부분에 수카르노를 ''the national shadow puppet-master' of Indonesia politics up to 1965'라고 칭합니다. 위 영문 구절을 한글로는 어떻게 설명했는지 궁금하네요. 영문킨들판으로는 224페이지쯤 세번쨰 줄입니다.
아이디트가 수천만 명의 인도네시아인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자 1965년 이전까지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국가 그림자극의 대사(大師)’로 일컬어졌던 수카르노와 공산당의 연정이 성사되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240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말씀하신 부분이 이 문장 같은데, 적절한 번역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사(大師)는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인데, puppet-master의 번역어로 쓰일 수 있는지... 적어주신 영어 문구로 미루어보건대 원 저자가 의도했던 바는 ‘수카르노는 꼭두각시극 같았던 인도네시아 정계의 숨은 조종자였다’는 뜻 아닌지요.
아!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들어갔을 것 같네요. 출처된 원문도 영어로 쓰여진 책인 것 같아서 저 말이 정확하게 어디서 왔을지는 알수없지만, 인도네시아에서 shadow puppet하면 유명한게 wayang kulit이거든요. 동남아와 중국에도 이 문화가 있어서 위화의 '인생'을 원작으로한 영화에서도 이 그림자극이 아주 중요한 장치로 쓰이지요. 직접 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지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기억에 남아있어요. 암튼...이야기가 샜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와양이 중국의 경극, 우리나라 판소리만큼이나 대표적인 예술장르더라구요. 음악반주는 이미 유럽에서도 유명한 gamelan으로 곁들어지고요. 그리고 이 와양 공연을 총체적으로 지휘하고 공연하는 사람을 dalang이라고 하는데 대를 이어서 계승할 정도로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카르노를 'the national shadow puppet-master'라고 칭한데서 제가 떠올린 것은 와양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dalang에다가 빗댄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화적으로 많은 설명이 필요한 단어나 구절은 복잡성 때문에 우리나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단어로 대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원문을 모르니 저의 개인적인 추측이 장님 코끼리 더듬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와양' 문화는 참 멋있는 장르라 좀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질문을 해봤습니다. 친절히 찾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네스코가 올린 와양 쿨릿에 대한 짧은 동영상입니다. https://youtu.be/pfydro4X2t0?si=Bn8vD13sBBca2uF1
앗, 그렇군요. 어설픈 영어 실력과 상식 수준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멋진 문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양 쿨릿 설명 영상도 잘 봤습니다. <왕의 남자>에 나오는 그림자 인형극도 생각나네요. '그림자극'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비유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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