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D-29
말씀해주신 관점으로는 생각 못해봤는데,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양 진영이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평가에 과하게 민감하게 매달리는 이유가 현재 자신들의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들의 구체적인 주장 체계가 없기 때문에 아버지들의 서사에 의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요. 후진타오 사상도 트럼피즘도 제대로 된 담론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그런 사이비 사상조차 없는, 무슨무슨 주의라고 내세울 게 없는 황무지 같아요.
평가 과잉의 사회이고 무담론의 세대라는 것 모두에 공감합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본주의 극단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고, 정리되지 않은 역사가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예전에 본 영화에서 정조가 즉위하면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라고 이야기하니, 신하들이 벌벌떨고, 피바람이 불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아침부터 횡설수설하는 중입니다~
정조도 자기 관점에서 역사 수정 전쟁을 개인적으로 벌였죠. ^^
사상가들 입장에선 광활한 미개척지네요. ^^
그런데 지금 사상가들이라 할 만한 인물이 지금 있기는 있나 궁금해요. 한참 아래 급으로 ‘논객’이라 불렀던 자리를 차지할 인물조차 사라진 거 같습니다.
어쩌면 큰 사상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아닐까요? 우파 쪽 입장에선 신자유주의가 있으니까 새로운 사상이 별 필요 없을 것 같고, 좌파 쪽 입장에선 이를 극복할 만한 뭔가가 필요하긴 한데, 설득력 있는 방향을 잘 못찾고 있는 것 같구요. 예를 들어, '산자들'에서 다룬 상황들, 예를 들어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서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경영 실적이 부진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묘사들이 저한테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우파적 입장은 단순하죠.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쟁력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좌파는 그런 결과로 힘들어지는 개인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정작 시장에 어떤 식으로 간섭해야 하느냐, 누구는 보호하고 누구는 보호하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들을 일관된 기준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체계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왜 대기업 정규직은 보호를 받는데 비정규직은 아무 때나 해고를 당해야 하느냐, 자영업자는 왜 보호를 받지 못하느냐 하고 물어보면, 그런 건 갈라치기고 대기업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아야 전체 노동자나 서민의 권리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긴가민가 하죠. 혁명이나 아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동력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시장질서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크게 딴지 거는 사람이 없는데 우파쪽은 그 원칙을 밀어부치려는 간결하고 확고한 입장을 갖춘 반면 좌파쪽은 뭔가 확고한 거대 담론이 갖춰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다만, 거대 사상 차원은 아니더라도 각론 차원에서, 예를 들자면 노동법이나 상법, 조세와 재정규모, 복지 등 각 분야별로는 많은 주장과 담론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분야마다 보면 열심히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장을 펼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많이 논의되지 못하고, 제가 보기엔 지엽적인 이슈들에 너무 많은 담론들이 집중되고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큰 사상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한 적이 있었어요. 사실 제가 생각해낸 게 아니라 후쿠야마가 그런 주장을 먼저 펼쳤고, 거기에 제가 넘어갔던 거고요. 지금은 저는 세상에 큰 사상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인간은 원래 큰 사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언젠가 필멸인 존재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음으로써 죽음을 이기려 하는 거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 대신 ‘무의미’라는 말을 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가 그 사상의 역할을 하지요. 종교도 사상의 일종이고요. 둘째로는 지금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위기들이 엄연히 여러 종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빈부격차, AI, 소셜미디어 등등. 이런 위기들에 대응하려면 그 위기가 왜 발생했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설명해주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씀해주신 담론 수준을 넘어선 사상이요. 이에 대해 저는 말씀하신 대로 좌파는 물론이고 우파 역시 자신들의 주장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좌파인가, 무엇이 우파인가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해야 하는 때라면, 그 답하는 과정이 바로 거대한 사상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라는 한 분야에서의 접근법일 뿐이고, 그나도 그렇게 작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트럼프는 우파이지만, 신자유주의자는 아니지요. 트럼프 지지자들도 대부분 그럴 겁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신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정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 역시 자신들의 주장 전체를 체계적인 논리로 아우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좌파에 대해서는...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 이런 글이 실렸더라고요. 미국 민주당이 뭘 주장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자기가 어릴 때에는 노동자와 소시민을 위하는 정당이 민주당이었는데 지금은 공화당이 그런 당이라고. 예전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정당이 민주당이었는데 지금은 공화당이 그런 주장을 한다고. 뼈 때리는 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엽적인 이슈에 너무 많은 담론이 나온다는 말씀에도 저는 비슷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냥 ‘강단 업계’의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정도일 뿐인 담론도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트럼피즘의 승리가 주는 의미에 대해 김누리 교수님의 칼럼을 읽고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7142.html
평가 evaluation은 value를 어느 정도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어느 정도 폐쇄된 '결론'을 내리는 반면 분석analysis는 객관적으로 정보를 검토하고 오히려 더 많은 질문으로 향해 갈 수 있는 '개방된' 방식이기 때문에 골치 아프고 찜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든 소설이든 만화든 개방된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또 분석하는 류의 추리소설 SF를 싫어하고 논픽션은 더 싫어하더라구요. 제가 고딩 아들이 질문할 때 수학 문제를 풀어주면서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 수록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엄만 확실히 변태같아..;;;'하는 걸 보면 질문하고 탐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확정된 답을 즉각적으로 알아야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마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것 같은데.. 예전에 대니얼 카너먼의 책 Thinking Fast and Slow에서도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오래 걸리는 사고보다 바로 판단하기 쉬운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개인도 그렇지만 집단이 커지면 커질 수록 그 경향이 커지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어찌보면 전 보수든 진보든 독재정치든 민주정치든 거대 집단의 가치 판단이나 결론 내린 주장은 주의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3장 '세뇌'를 읽으니 그런 섣부른 판단에 의한 비극들이 많이 보이네요..
여러 사람들의 회고록에서 스노의 책은 다소 역설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진면목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미래 사회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중국의 붉은 별』은 저자 스노의 통제를 벗어나 이상화된 사회주의리얼리즘 작품이 되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133,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우리가 중국 혁명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붉은 별』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대한 기록으로서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노와 그의 저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좀 더 회의적으로 다 루어졌어야만 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스노는 행복에 겨운 소년 모 험가인 동시에 불굴의 혁명가들의 수호자로서 서툴면서도 타협적인 인물이 다. 그의 저서인 『중국의 붉은 별』은 간명하면서도 순수한 이상주의의 찬사 로 읽혀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 의 욕망과 좌익 성향, 그리고 그를 초청한 이들의 은밀한 야심과 조종 등 보 다 어두운 동기가 내재해 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135,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중국의 붉은 별』은 국제적인 마오쩌둥 숭배의 강력한 상징이다. 마오쩌 둥과 그의 사상은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국, 그리고 중국에서 멀리 떨어 진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전파되었다. 군사적으로 막강한 적군의 폭력적인 점령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예를 들어 소련의 빨 치산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말레이계 중국인의 경우) 이 책은 일반 대중 에 영합하는 군사 및 정치적 책략을 제공했으며, 또한 자수성가한 인물(마 오쩌둥)의 굳건한 의지와 분투 등의 실례를 보여주었다. 1960년대 유럽, 미 국, 인도의 젊은 학생들과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이들은 소박하고 시적이 며. 정치가의 풍모를 지닌 반항아 마오쩌둥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중국의 붉은 별』과 그 이후의 발전은 마오주의가 전 세계에 전파한 자체 정의**를 통해 형성되었음을 증명한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136,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마약에 대한 CIA의 방임적인 태도는 이후 더욱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1953년 11월 말, CIA의 미생물학자인 프랭크 올슨은 그의 상사가 몰래 LSD를 탄 쿠앵트로를 마시고 정신착란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결국 10일 만에 죽고 말았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147쪽,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148쪽, 오노 요코의 노래도 고문 방법 중 하나였군요. ㅎㅎㅎ
저도 이 부분이랑 중국 공산당 중련부에서 폴포트 치과 예약 처리 업무 도맡아 하는 부분, 되게 웃겼어요. 구석구석에 유머주머니를 심어놓는 재주가 있으시더라구요, 줄리아 로벨 님이 ㅋㅋ
아 저도요.. 오노 요코 노래가 도대체 얼마나 극악스러우면..?하고 저도 궁금해져서 찾아 들어봤습니다;;; 비인간적입니다..ㅋㅋㅋㅋ 아니 남편이 척베리랑 듀엣하는데 왜 끼어들어;;; 척베리의 눈이 튀어나올듯;; https://youtu.be/y40Yw9Lz2y4?si=dcZBLPknrS8pA0He
전 이걸 찾았어요.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처럼 오싹해요. 고문도구 맞음 https://m.youtube.com/watch?v=IpX1wBrCymo&pp=ygUIT25vIHlva28%3D
제 글에 주신 댓글 감사드립니다. 댓글에 좋아요 나 웃겨요 가 있었으면 눌렀을 거에요 ^^
"중국인들은 나를 세뇌시킨 적이 없다. 그들은 오히려 세뇌에서 벗어나 도록 도와주었다. •••••• 내가 중국을 선택한 것은 자유를 찾고 가난에서 벗 어날 길을 찾으며, 비인간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싶었기 때 문이다. 나는 공산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중국 시민이 된 적도 없으며, 결코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중국의 선전보다 조국의 인종차별이었다.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184,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196쪽, ‘고등 마오주의’가 [서유럽과 미국 전역에 반문화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자유연애와 마약 문화가 결합했다]는 부분. 제가 가장 관심이 가는 내용인데,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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