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우리는 고귀해."에 꽂혔습니다. 빨갱이라는 프레임으로 살육을 정당화하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1980년 광주 시민 이전에, 서슬퍼런 박정희 통치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5장의 구절이 1장에 대한 답이 됨을 저도 깨닫게 되네요. 왜 시신을 태극기로 감싸고, 왜 애국가를 불렀는지가 설명되네요... '공돌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D-29
나무18
공돌이
아닙니다 "나무18"님 ㅎㅎ.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Elkay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을 총칼앞에서도 멈추지 않았기에 이런 비극이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차에 이 문장이 절 부끄럽게 하더군요. 현시대에 좀 더 사람답게 산다고 해서 과거를 그저 지난일로 넘기려 했고,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외면하려 했던 것을 들킨 기분이었습니다. 그분들이 당한 폭력은 저항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한 폭력에 짓밟힌 것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공돌이
다들 11월 19일까지 5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도 남겨주세요!!
율리안나J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67,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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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8
우리는 고귀 해.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5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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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갱
저는 1장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부분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문장 수집으로 했었는데요, 앞선 분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장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다들 좋은 인사이트 제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율리안나J
“ 그저 겨울이 지나간게 봄이 오드마는. 봄이 오먼 늘 그랬드키 나는 다시 미치고, 여름이먼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을에 겨우 숨을 쉬었다이. 그러다 겨울에는 삭신이 얼었다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 다시 와도 땀이 안 나도록, 뼛속까지 심장까지 차가워졌다이.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90,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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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곳의 바닥이 파헤쳐지기 전에 왔어야 했다. 공사 중인 도청 건물 바깥으로 가림막이 설치되기 전에 왔어야 했다. 모든 것을 지켜본 은행나무들의 상당수가 뽑혀나가고, 백오십년 된 회화나무가 말라 죽기 전에 왔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왔다. 어쩔 수 없다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200,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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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소름이 돋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 설마 서술자가 한강 작가님 본인인가 싶어 나무위키를 뒤져봤는데, 실제로 한강 작가님께서 중흥동에서 태어났고, 남동생과 오빠가 있고 ㅎ초등학교를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이 사람은 진짜 미쳤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공돌이
“ 희영이 고모가 무사했던 것처럼 나는 무사했다. 일가친척 중 누구도 다치거나 죽거나 끌려가지 않았다. 다만 그해 가을 나는 생각했다. 차가운 장판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숙제를 하던 방, 그 부엌머리 방을 그 중학생이 쓰지 않았을까. 내가 건너온 무더운 여름을 정말 그는 건너오지 못했나.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208,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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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내가 건너온 무더운 여름을 정말 그는 건너오지 못했나." 라는 표현이 뭔가 강렬히 다가왔습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들며 한강 작가님의 심정이 제게 직구로 꽂히는?느낌이었습니다.
공돌이
다들 11월 22일까지 6장, 에필로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도 남겨주세요!!
나무18
아니제.
그럴 수 없는 것을 내가 알제.
내 손으로 너를 묻었은게.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81<꽃 핀 쪽으로>,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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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8
동호의 어머니는 어느 날 동호의 환영을 봅니다. 한 중학생의 뒷모습에 동호라고 착각하고 한 참을 쫓아가봅니다. 부르지 못한 채 뒤를 밟다가... 정신이 들어 말하는 장면이네요. 여기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땅에서 대한민국의 군인에게 총맞아 죽은 어린 아들을 묻은 어머니는 울지도 못한 어머니의 슬픔을 묘사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참혹합니다. 이렇게 고통을 묘사하는데, 눈물 한방울 허투루 보여주지 않아서였을까요? 독자인 제가 대신 한참을 울었습니다.
같은 페이지의 아래 인용문을 읽으며 평평 울고 통곡하다가 책을 읽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정말 이런 일이 인간사회에 있을 수 있냐고 강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18
“ 느이 형들이 입술을 꽉 물고서 울고 섰던 것도 아슴아슴 떠오른다이. ... 그때 내가 울지도 않고 뗏장 옆에 풀을 한움큼 끊어서 삼켰다든디. 삼키고는 쪼그려앉아서 토하고, 다 토하면 또 풀을 한움큼 끊어다 씹었다든지. 근디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야.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8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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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8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야 합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21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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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8
동호의 형을 찾아가 동호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 작가가 형에게서 동생이 죽은지 30년만에 동생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작 가에게 당부한 말입니다.
책속의 '나'는 작가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강님이 518을 소설로 쓰기 위해 만난 유가족들이었겠네요. 생존자들에게도 감정 이입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대로 기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소설도 여러번 읽겠다고 다짐합니다. 아프지만, 그래서 더욱더 제대로 분노하고 성찰하리라 다짐해봅니다.
나무18
“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야합니다.' 심장을 누르듯 가슴 왼편에 오른손을 얹고 나는 걷는다. 캄캄한 도로 가운데에서 얼굴들이 어슴푸레 빛난다. 살해된 사람들의 얼굴. 내 가슴에 대검을 박아넣은 살인자의 공허한 얼굴.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21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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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책 읽은 후 서평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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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소설 중에서는 김훈 작가님의 『칼의 노래』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었는데, 내 인생 소설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인상 깊게 읽었다.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도 인상 깊었지만, 이 작품이 좀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정확히는 공감이나 이입이 많이 됐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아니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좀 더 친숙해서인지, 이 작품의 표현들이 더 섬세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는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겪지 않은 사건이라도, 그 사건을 겪은 여러 등장인물들을 상상하고 각 등장인물에 이입해 그 사건과 감정을 묘사한다.
옛날에 학교 역사 시간에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공부했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중항쟁",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후 권력 누수의 기간에 불법적으로 집권을 획책하는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여 일어난 시민봉기", "민주주의 발전사에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민권 투쟁"
이런 투쟁의 시기를 한참 지나 2000년에 태어난 나는 저런 묘사들을 들어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실제로 '역사'에서는 어떤 사건을 겪은 개별 인물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이나 사건과 사실, 그 사건의 의의 등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개인)의 입장에서는 그 사건에 몰입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한 명 한 명에 집중한다. 정대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동호,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아픔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은숙, 도저히 과거의 아픈 기억과 마주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선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동호를 잃은 후 남겨진 동호의 가족들.
너무나도 나 같은,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술하고, 또 서술되는 이 소설은 그 어떤 기사나 역사책보다도 광주민주화운동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왜 그 운동이 위대했는지, 우리는 어떻게 지금 평화로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다. 특히 소설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겪은, 나와는 다른 타인의 심리 묘사가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으면 현실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타인의 그 사연을 헤아릴 수 있으면 다툼이나 증오가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는 나의 그 막연한 믿음을 직접 체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체험을 하게 만들어준 한강 작가님의 재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상상'과 '표현'. 내가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그토록 섬세하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 그렇게 길지 않은 문장인데도, 군더더기 없이 가슴에 내리꽂는 '표현'.
한강 작가님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고 부단히 노력하셨을 그 열정과 신념.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실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강의 작품 중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 위원은 『소년이 온다』를 꼽았다고 한다. 모두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소설이 무엇인지, 소설의 역할은 무엇인지, 소설가의 소명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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