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Eins 님께는 고통과 관련한 어떤 피로함(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든,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에 의한 것이든요)이 있으셨기에 이렇게나 정확하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모든 말씀에 동의하며, 특별히 ‘사실 그럴 기운도 없고’에서 발바닥 박수를 쳤습니다.
고통받는 사람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질병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맞거나 모멸감이 드는 말을 들으면 똑같은 의문이 든다. 인간 뭘까. 인간이고 싶은 사람이 인간성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는 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95, 김도미 지음
안녕하세요. 벌써 읽기 시작한 분들이 계시지만 오늘까진 아이스브레이킹과 자기소개 시간이니까 짧은 인사 올립니다. 정말 "읽기만" 좋아해서 잠시 멈춰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완독까지 내달리는 읽기장입니다. 표지만 기억하는 사람. '아, 나 저 책 읽었는디..' 입맛만 다시는 사람이죠. 다른 분들의 생각이라도 읽으며 "은근한 부추김" 당해보고싶습니다!😗🫧 워밍업 📍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건넨 말들이 오히려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로 느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린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어요. 당시 전 "좋은 누나"라는 말을 참 좋아했어요. 칭찬으로 해주셨겠지만 거기에 구속되더라고요. 동생의 밥, 간식, 숙제를 잘 챙기지못하면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요. 제 숙제는 못해도 동생 것부터 챙길 정도였어요. 어느날부턴가 엇나가는게 보이더니 급기야 초등학생인 동생이 가출을 했어요. 집안 어른들까지 나서 동생을 찾으러 다니던 중 "그 어린 애가 집에서 사랑을 못받으니까 잘해주는 형누나들 따라 간거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속상함을 올바르게 표현하지못하는 어른들끼리 언성높인 이야기였는데도 제가 그상처를 고스라니 받았어요.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잘모르겠어요. 지금은 온가족이 다 잘지내지만 그 당시의 이야기는 저 스스로도 금기어로 가지고있어요. 여전히 아무도 모를 것같아요. 아. 지금은 착한 누나 아니고 그냥 누나로 잘 지내고있어요 😎
@읽기장 님 환영합니다! 3주 동안 편안하게 감상 나누어 주세요! 저도 상대방에게 '착하다'는 칭찬을 할 때 망설이게 되더라구요. 고마워서 하는 말이더라도, 상대를 옥죄는 경우가 생겨서요.
안녕하세요, SNS에서 책 소개글을 보고 너무 흥미로워서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독서모임은 처음이라 아직 많이 어색하네요ㅎㅎ 전 이전에 친구가 아팠을 때 혹시나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이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을 질책하곤 했는데, 이번 책을 통해 그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요. 다른 분들의 의견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SNS 소개글이 흥미로우셨다니 @멋쟁이마케터 님이 기뻐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언제나 방구석 작은 우주에서 세상을 배우는 우주먼지밍이라고 합니다. 우선 이 책의 칭찬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어요. 이 책의 띠지에 나온 “우리에게 질문과 통증과 자유를 주는 책”을 사랑합니다.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의 고통에서 허우적대다가 위와 같은 책을 만나면 편협한 자아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경험해요. 저는 친가 외가 모두 절반이 암환자였거나 암환자입니다. 저희 아버지를 포함해서요. 암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의 돌봄 노동에 대해서는 여러 텍스트를 접했습니다. 암환자의 성별이나 경제적 위치에 따라 각기 달리 펼쳐지는 돌봄노동과 관계맺기의 풍경들은 제게 낯설지는 않습니다. 한편 저는 주로 돌봄노동 제공자에 대한 글을 접했네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질문를 접하고 그 답들을 탐구해 보고 싶어요.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고 있군요😁 어서 더 널리 알려지면 좋을 텐데요...! <사통맥자>는 암 경험 에세이지만, 동시에 돌봄 문제에 대한 여러 제안을 담고 있어요. 3부에서 좀 더 깊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의 양가적인 시선으로부터 마치 식민지와 같은 거만함을 느낀다. 아무리 생이 절실해도 아무 희망이나 아무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닌데, 건강한 사람들이 아무거나 주워다 주어서 어떤 병자는 불행하다. 적어도 나는 불행하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24페이지, 김도미 지음
저도 이 문장 라벨링 했어요. 약간 다른 얘기 같지만 제 기준에선 비슷한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30대 후반일 때쯤이었나... 싱글이던 친구가 사람들이 소개팅을 주선하는데 본인의 취향이나 취미생활, 본인이 생각하는 조건 등과 전혀 상관없이 나이 맞는 남자면 마구 소개시켜 주려는 거 같아 불쾌하다고 하면서 "내가 무슨 동물의 왕국의 암컷 동물이냐. 아무나 짝짓기만 하면 장땡이냐"며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서 저도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했던 적이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1부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읽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자유로운 감상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말씀해 주세요.
1-1. 청년 시절엔 일, 관계, 건강 등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요새는 그 어떤 단정적인 말도 하기 어렵습니다. 저자가 말했듯 불운도 행운도 운이고 우연에 가깝다는 것에 동감입니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연적인지 매순간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어요. 사회가 정한 몇 안되는 기준에 맞추어야 하지요. 저자가 말하는 환자 역할까지 포함해서요. 우리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믿기 두려워 합니다. 사람들은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것을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정상성의 기준 자체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으니까요.
아직 초반밖에 안 읽었지만, 이 책도 올해의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사유가 제가 살면서 생각했던/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세밀하게 짚어주시더라고요. 이 책도 가능하면 꼭 제가 하는 독서모임에서 모임책으로 추천하려고요.
올해의 책! 입소문 부탁드립니다ㅎㅎ
투병중인 애인에게 조금씩 읽어주고 있어요. 일반적인 책들은 함께 조금 읽어도 시큰둥해하거나 울기도 해서 요즘은 저 혼자만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애인이 평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게 많아 공감가는게 많을 것 같아 조금 읽어줘봤는데 무척 좋아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잘 썼지, 서로 감탄을 쏟아내면서 조금씩 읽어가는 중입니다. 어찌 이리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은지 ㅜㅜ 나중에 다른 사람 병문안 갈 일이 생기면 꼭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찾았다며 만세를 부르기도 했어요. ㅎㅎ 암환자에게 이래라저래라 통제하려는 책이 아니고, 극복서사도 아니면서도 환자라는 당사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보기드문 귀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애인도 일하는 곳에는 암걸렸다는 걸 밝히지 않았어요. 친한 언니가 절대 밝히지 말라고 했다 하더라구요. 배려해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고요. 전 너무 지나친거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러길 잘한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 언니가 정말 현명했구나 감사해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직업사회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게 맞더라구요 ㅠㅠ 그런데 역설적으로 놀라운게 정말 암 경험자가 사회에 많다는 거였어요. 가발을 쓰거나 두건을 쓰고 다니면 경험자끼리는 다 알아보게 되더라구요, 얼마전 놀란 건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전해주러 온 분이 애인을 보고는 갑자기 자신도 대장암에 걸려 오래 투병했었다며 힘내라고 말을 해주고 가시는데, 뭔지모를 찡함이 있더라구요. 이렇게 경험자들은 서로서로 알아보고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태도가 있지만 사회에서는 왜 불리하게 작용하는게 남아있는지 ㅜㅠ
비밀을품어요님이 애인분께 책을 읽어주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혼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들려주신 에피소드에 저도 무척 공감을 했는데요, ‘병자는 병자를 알아본다’는 사실이요! 저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빡빡머리인 채로 이사를 왔는데요. 이웃분들이 말씀은 안하셔도 다 알아보시더라고요. 오며가며 마주칠 때마다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하며 건네주시는 인사가 참 좋았는데, 대체로 암경험이 있거나 암경험이 있는 지인을 둔 분들이셨어요. 아프고나니 동병상련이라는 사자성어가 그렇게 가슴에 폭 박힐 수가 없는데요, 진부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리고 아마도 실현불가능하긴 하지만) ‘동병상련을 위한 시도’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아픈 사람이 사회에서 충분히 지지받으며 회복하고 일하고, 또 일하지 않을 수 있는 문화적/제도적 환경을 만들어내는 밑불은 어쩌면 소박한 진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보호주의는 요보호 대상을 보호하지 않는다. 대상자를 선별하고 통제한다. 아픈 몸을 보호한다는 논리는 정말로 아픈 몸을 지켜준다고 할 수 있을까. 암환자는 암환자에게 덧붙은 수많은 염려와 금기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실제로 받고 있을까.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부 지 쪼대로 아플 자유 p.94-95, 김도미 지음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어요.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던지는 말이 주인공에게는 통제로 여겨지는 장면을 보면서 한 사회 이슈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잔소리/조언/충고, 본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수행되는 연인의 충고를 빙자한 가스라이팅 등 친밀한 애정 관계에 있는 사람 간의 통제가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행해지는 통제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죠. 이전에 비해 통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식이 많이 생겨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널 위해서야 쪽의 편을 더 들어주고 있는 사회 풍토에 맞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한 잔의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됩니다. 학교 폭력이 이슈가 되었을 때 학교 폭력의 기준을 정의해준 말이 있어요. “당하는 사람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야 장난이다.” 이 말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듣는 사람이 간섭이라고 생각하면 간섭이고, 통제라고 생각하면 통제인 것이죠.
또 글을 읽다보니 “아픈 사람에게 걱정을 표하는 언어를 어떻게 바꿔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까지 제가 봐온 걱정의 말들은 책에서 언급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사실 그 사람도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을 텐데 말이에요. 어쩌면 저보다 더 간절하게, 제가 제시한 방법을 저보다 먼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고민 끝에 찾은 답은 “그냥 지켜봐주기”에요. 어린 자녀가 걷는 법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넘어졌을 때 다그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바라보며 응원해주었던 우리의 부모님들처럼. 환자가 된 내 지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거나 같이 살아가기 위해 시행착오들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주면 어떨까 싶어요. 그저 그렇게 있다가 지쳐서 응원이 필요할 때 그때 나서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환자가 되기 전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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