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1-3.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들은 대부분 나를 위한 의도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 말들을 들었던 시절엔 그 의도를 무조건 순수하게만 여기고 고맙게 여겼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니 꼭 저를 위했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전히 타인의 말에 휘둘리고 저는 제 스스로의 감정을 절대시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타인들의 말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들으려고는 합니다.
1-3 조금 민감할 수 있지만 전 간병하면서 환자와 함께 제일 싫어했던 말이 종교와 관련된 말들이었어요. 예전 동생 간호할때는 천주교를 굳게 믿고 있었음에도 종교라는 탈을 쓰고 불쑥불쑥 치고 들어오는 믿음에 대한 강요와 말들은 볼쾌할 정도였거든요. 그 분의 마음이 또 그런 의도까지는 아닌걸 아니까 그냥 흘려듣는 식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그런게 또 지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더라구요. 지금도 그런 말들을 자주 듣게 되는데, 환자는 누가 기도해준다 하면 이제 진저리를 치더라구요, 병과 믿음을 연결시키는 건 환자 입장에서는 잔혹하게만 들려요 ㅠㅠ
자신의 수치를 스스로 숨기지 못하는 타인의 무방비와 불능을 목격하는 순간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치료 절차에 따르는 환자라서, 즉 환자 역할을 잘 수행하는 환자라서 쓸데없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잘 갖추어진 의료 시스템과 이웃들의 조력을 받더라도, 타인의 불능을 목격하면서 수치스러워하고 타인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저것이 나의 미래가 되지 않을지 점치는 일은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 또한 환자 역할에 해당하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55, 김도미 지음
대상으로 말해지는, 내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말해지는 돌봄과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가 말하는 돌봄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봄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권력차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환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그 최초의 필요성이랄지, 발생 계기랄지, 그들과 환자 자신이 어떻게 관계맺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많은 피해 생존자가 자신을 고립시키고 억누르는 세간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면서, 평온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폭력으로 쌓아 올린 성체였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에너지로 사건 이후를 살아나간다(32p), '그 일'을 한 덕분에 극복 서사로 환원되지도 않고, 극복 서사가 될 수도 없는 회복을 목격할 수 있었다.(33p)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김도미 지음
환자에게도 이상적인 역할이 부여되는 우리 사회에서 저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써내려 간 원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1장을 읽어내려 갔는데요, 저자가 활동가로서 만난 사람들/그들을 도운 경험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이후의 내용에서 어느 정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궁금하신 점은 작가님께 질문하셔도 좋고요!
말씀하신 대로 활동가로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 내밀하고 낙인 찍히기 쉬운 이야기의 청자로 머물렀던 경험, 연대의 의미를 배운 경험들이 질병 해석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사람/집단은 평소에 사회에서 남/타 집단은 받지 않는 지시와 질문을 많이 받는 이들이잖아요. 왜 이걸 안해? 왜 저걸 해? 이거 해, 저거 해. 그럴 때에 되돌려 질문하는 것의 힘을 배워나간 시간이 활동가로 일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1-3.저는...상대방이 나를 응원, 위로하는 말들은 그냥 흘려듣는 편입니다. 어떠한 고통이든 타인이 진정 공감할 수 없다 여기기에 그들의 선한 마음(이라 믿고)을 고마워할 뿐 이젠 그런 말을 들어도 어떠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타인의 상황에도 어설픈 위로나 조언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어찌 보면 방어 기제일 수도, 소통에 서툴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1-1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었을 때, ‘환자역할’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함께 경험해보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어요. 미디어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건강 정보들을 계속해서 알려주고.. 그 영향을 받아 환자와 보호자는 계속해서 괴로워지고,, 지금의 암 치유 문화가 너무나 통제적인데 그걸 다들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글을 읽는 내내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님 덕분에 중간 중간 웃으며 읽었어요.. (진챠 글 너무 잘 써!!!!!!) 저는 특히 1부의 제목이자 마지막 꼭지인 <지 쪼대로 아플 자유> 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어요. 그냥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요 우리… 지 쪼대로!!!!!!
숨이 턱 막힌다는 느낌 저도 느꼈어요~ 거기다 이렇게 통제가 강하다는걸 그전까지는 잘 못 느끼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불만 정도만 조금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읽으면서 깨닫고는 좀 서늘해지기도 했어요. 그런 가운데 '지 쪼대로' 아프자고 외치니 얼마나 통쾌하던지, 활명수가 여기있네 그랴! 전 간병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저도 통제가 심했구나 뜨끔한 기억이 많더라구요, 책 읽으면서부터 그런 통제를 조금씩 내려놓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저도 모르게 이거해, 저거해야지 라며 잔소리를 할때마다 '지 쪼대로'를 떠올리면서 그래, 각자의 방식이 있는거지. 당신의 판단에 맡기겠소 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이것이 통제인가 아닌가. 그래도 나도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 통제욕이 쉽게 내려놓아지지는 않는군요 ㅠㅠ (멋쟁이마케터님도 홍보 너무 잘 하는건 알았는데 글도 탁월해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ㅎㅎ)
불가항력을 인정하자 주눅들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방식이 옳다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사는지 몰라도, 내 방식이 조금 미련하거나 무모하게 보이더라도, 그게 내 기세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강건하고 잘난 사람이라서, 건강해지리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대단한 철학도 뭣도 없이, 남들이 ‘지 쪼대로 아픈’만큼 나도 그렇게 했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97, 김도미 지음
1-1. 암환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상태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초반의 그 마음이 후회될 정도로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고 있네요. 1부동안 정말 여러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남을 위해서 던진 말이 정말 부담과 힘듦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책이었던거 같습니다.
보호주의는 요보호 대상을 보호하지 않는다. 대상자를 선별하고 통제한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94 pg., 김도미 지음
1-3 은.. 명확하게 떠오르는 게 없어서 고민해봤는데. 제가 어떤 걸 하겠다고 했을 때 응원 대신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 일의 위험요소에 대해 말을 하던 사람들이 떠올라요..! 예를 들어 혼자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뉴스에서 여자 혼자 여행 갔다가 살해당했다더라••• 는 식의 말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15(금)부터 11/19(화)까지 2부 ‘암 치유 문화 표류기’를 함께 읽습니다. 1부에서 전형적인 '환자 역할'이 어떻게 암 경험자의 자유를 통제하는지 살펴보았다면, 2부에서는 근거 없고 때로는 위험한 '항암 정보', 더 나아가 '암 치유 문화'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1부와 이어지는 내용이 많은 만큼, 책을 조금 늦게 읽으신 분들은 1부에 대해서도 편히 말씀해 주세요. 요즘 저속노화 식단이 화제이지요.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종종 개인의 생활 습관이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의 유일한 원인인 양 구는 모습을 보면 당혹스럽습니다. 설령 유익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이더라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지, 혹은 말하지 않을 것인지 함께 이야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1. 어떻게 읽으셨나요? 자유로운 감상을 나눠주시거나, 작가님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돌봄 노동을 자연스레 담당하게 되는 ‘엄마들’, 그리고 그들이 느껴야만했던 죄책감의 구조에 대해 특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돌봄이 너무 사적인 노동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고, 제도와 관계망을 통해 좀 더 건강한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엄마를 닦달하는 엄마들> 꼭지를 읽으며 더 절실히 느꼈어요.
닭발곰탕에서 빵 터졌어요, 정말 암환자들에게 닭발곰탕은 피해할수 없는 관문 같은 건가봐요, 저희도 초기에 닭발곰탕으로 냉동실을 꽉꽉 채워놨던 적이 있었거든요 ㅎㅎ 심지어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아, 그건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싶은 의심이 있어 다행히 직접 해보지는 않았네요 아마 가장 많이 다투게 되는게 이 '알토란적 항암식단'이 아닐까도 싶어요. 저희도 매일 이걸로 싸운답니다. 저희는 좀 반대로 간병인인 저는 골고루 먹는게 최고라는 주의고, 환자는 아주 까다롭게 선별해 먹는 입장인데, 그러다보니 먹을게 많지 않은데다 갑자기 그런걸 먹으려니 입맛에 맞지도 않아 오히려 양을 적게 먹게 되더라구요, 그런걸 보니 전 잔소리를 또 시작하고, 그러면 또 싸우고 서로 감정이 상하고 ㅠㅠ 이게 거의 식사때마다 종종 일어나다보니 이제는 지쳐서 서로 각자 먹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매번 염려되는걸 어쩔수가 없고 ㅠㅠ 무슨 유튜브를 봤는지 이번 주는 올리브유에 꽂혀있는데, 이놈의 공포를 조장하는 유튜브 썸네일들 보면 에휴, 그런데 또 그마음을 이해못하는게 아니라서 참, 늘 복잡해요.
2장에서는 백혈병 치료과정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었어요. 백혈병에 대해서 전혀 몰랐구나 싶어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동생이 암투병 막바지에 다다랐을때 헌혈 받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었는데, 때때로 수혈받을 수 있는 혈액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몇번 있었어요. 그 뒤로 헌혈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시간에 맞춰 헌혈을 해오다 혈소판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간호사분의 안내를 받고 이제 혈소판 헌혈을 하고 있지만 그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자세히 알아볼 생각은 안했었거든요. 비로소 그 헌혈이 가닿는 곳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서도 이제서야 알게됐어요. 어떻게 하는건지 알아보고 후기도 찾아읽으면서 고민을 키워가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입원하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어 그에 맞서는 중이긴 한데, 사통맥자로 알게된 이상 조만간 마음을 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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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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