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증정]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정성과 헌신의 이 지독한 성별성.(…) 우리에게는 병원에서 나눠준 <면역 저하 환자를 위한 식품 섭취 지침> 못지않게 비전이 필요하다. 각개전투하듯 해다 먹이는 항암식단이 아니라 제도와 관계망을 통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상상력 말이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37p, 김도미 지음
아버지와 함께 공장 일을 했던 어머니에게 밥을 잘 먹는 일은 40여 년 가까이 자기보호의 방식이었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21페이지, 김도미 지음
문제는 어머니의 마음 한 쪽에 단단히 똬리 틀고 있는 죄책감, 그리고 이 불편한 마음을 자꾸 건드리는 이웃 엄마들이었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28페이지, 김도미 지음
한편 의료인들은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고치면서 건강을 되찾으려는 방식이 자기통제감, 주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 질병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일대 사건이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32페이지, 김도미 지음
돌봄을 담당한 여성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사랑과 우정, 정성과 헌신은 ‘가치 있는 덕목’이기 때문에 아무리 과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134페이지, 김도미 지음
'선량하다', '착하다'라는 표현을 두고 굳이 선의라는 단어가 있는 이유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량함을 행동으로 관철하는 의지를 빛내기 위해서일 터. (생략) 공여자가 나에게 보내준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풍부하게 가꾸고자 하는 의지였을지도 모른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 160-161, 김도미 지음
질병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일대 사건이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132, 김도미 지음
타인의 선의가 또 다른 사람들의 선의로 번져가는 풍경들, 그래서 수많은 우연과 인과의 총합이 또 누군가를 요행처럼 찾아가 기적이라는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들. 근본적으로 삶도 세계도 무의미하다는 공허한 불안감은 이렇게 어떤 의미에 기댄 다른 의미들의 연쇄로 채워진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p.162, 김도미 지음
그렇기에 조금 더 공들여 살고 싶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너무 좋았어요. 이 부분만 여러번 다시 읽고 말해보면서, 그동안 놓아버린 어떤 마음을 다시 움켜쥘 수 있게 된 느낌..이랄까요.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끝내 선의를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선의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들을 이렇게 자세히 쓰실 수 있었던 듯합니다. 꼽아주신 문장은 저도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교보문고에 김도미 작가님 인터뷰가 올라왔습니다. 질문지가 촘촘해서 책을 읽으며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많이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https://casting.kyobobook.co.kr/post/detail/32524 인터뷰 말미에 작가님은 "여러분이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일단 어디서 들은 지식을 먼저 꺼내지 마시고 잠깐 멈춰 서서 저 병자가 왜 저럴까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알려주기 전에 먼저 병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요."라고 말합니다. 2-3. 절대안정을 취하라는 말 대신, 항암 정보 대신 병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책에서 인용해 주셔도 좋고, 본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인터뷰 너무 너무 너무 좋아요••• 아직 안 읽은 분들 꼭 읽어봐주시길!!!🥹🩵 저는 2-3 질문에선 1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법> 내용이 떠올랐어요. 최근에 <룸 넥스트 도어>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다루고 있더라고요. 저 역시도 자가면역질환이 있어서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고, 크게 아파본 경험도 꽤 있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간 꼭지였어요. 병자에게 죽음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 때 “무슨 그런 말을 해!”라며 대화를 중단하기 보단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고민이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곧 생의 의지를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잘 죽는 것만큼 잘 살기 위한 거라고 안심시키려면 나는 어떤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66, 김도미 지음
“무슨 그런 말을 해!”의 극단에 ‘죽음’이라는 주제가 있다는 것을 멋쟁이마케터님의 이야기를 보며 사뭇 깨닫게 되네요. 암묵적으로 모두가 죽음을 떠올리고 두려워하고 있으면서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하는 풍경이란, 이 사건에 참여한 모두가 이상한 대본을 들고 꾸역꾸역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금지어 벌칙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나 하고 싶던지요.
동생은 10년 이상 암투병을 하다 먼저 떠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때 자신은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였어요. 그동안 아주 많은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냈었는데도 말이에요.... 호스피스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는 미련이 남아있었어요. 그 정도로 죽음을 금기시하고, 절대 떠올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마지막까지 여러 치료를 받았었거든요. ㅠㅠ 그 과정을 다 지켜보다가 결국 떠나보내고 아직 뜯지도 않는 택배박스가 쌓여있는 동생 방에서 짐을 정리할때 정말 거센 분노를 느꼈었어요. 몇년동안 치료를 해왔던 의사였는데, 그렇다면 어떤 상태이고 호스피스를 좀더 일찍 권해줬어야 하는게 아닌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나라도 그걸 말해줬어야 했어야 했는데. 마지막에 정말 후회가 많았던게 죽음에 대한 준비를 시키지 못했던 거였어요. 그 뒤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보면서 왜 그렇게 죽음에 대한 대비는 미진할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죽음을 배우는 시간'으로 국내 문제점들도 알수 있게 됐었어요. 그래도 죽음에 대한 책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아주 약간씩 바뀌고 있는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불편해 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반응이 역력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김도미 작가님처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계속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로 조금씩 변해갈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죽음을 이야기하는 법'을 정말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 김현아 교수의 저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도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해요. 이런 얘기하면 다들 놀라는데 다른 게 아니라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취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한다는 의미예요. 화를 불같이 내면서 "내가 이 화를 지금 안내면 평생 후회할 거 같다"며 막말을 하다가도 얼른 사과합니다. 이렇게 싸우고 아침에 서로의 갈길로 떠났는데 그게 마지막이란 생각을 해 보라고 아이에게도 얘기해요. 이제 겨우 10살이지만 벌써 초등고학년이 되는 과정인지 자살이란 단어에 흥미를 보이거든요. 그럼 네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를 떠올리라고 해요. 세월호나 이태원 사건이 났을 때 부모들은 팍삭 늙어도 살아갔지만손주 잃은 슬픔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 돌아가셨다고요.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가긴 했지만, 죽음을 가까이 두는 건 삶과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성의를 가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하루를 살더라도 나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요. 제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죽음이 급작스럽게 단 10초의 인사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데, 동생분의 얘기를 읽으면서 충분히 인사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걸 못하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화나시는 마음도 제 짧은 소견이지만 많이 공감되고요
인터뷰 정말 좋더라구요, 책 읽고 보면 더 좋아지는 인터뷰였어요. <룸 넥스트 도어> 멋쟁이님도 보셨군요, 저도 읽는데 그 영화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베니스 황금사자상까지 받은걸 보면 유럽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뜨겁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죽음을 피해다닌다고 회피할수 있는게 아닌데 금기시되는 부분이 있고, 그때문에 오히려 정작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라니 ㅠㅠ 크게 앓으셨던 경험도 꽤 있으셨다니,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애정이 더 남다르셨구나 조금 더 이해가 가는 느낌이었어요. 병원을 다녀보고, 누군가를 간호해보거나 아팠던 사람들이 이 책에 더 애정을 느낄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문장들이 절절히 와닿는 느낌 ㅠㅠ 멋쟁이마케터님, 올 겨울은 무탈하시길 바래요.
2-3. 122페이지에 “그러나 나의 몸에 대한 윤리는 나를 잘 돌보는 데에도 있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데에도 있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두었어요. 123페이지에 “자기돌봄을 해야 한다는 암환자의 윤리가 암을 이기는 식단의 모습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압박하지 않으면 좋겠다“에도 줄을 그어두었구요. 환자를 보면서 건강한 사람들은 오만가지 감정들을 느낍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더욱더 환자에게 주제넘게 먼가 말을 건네지 않아야겠다는 생긱이 듭니다. 췌장암을 앓으셨던 저희 아버지가 보였던 온갖 행동과 감정의 소용돌이, 그를 돌보았던 어머니의 간병 노동에 대해서도 경솔하게 반응하기 전에 한번 더 깊이 헤아려보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책을 읽었으니 최소한 가볍게 입을 놀리지 않아야겠지요..
과연 어떤 말을 건네야할까, 하는 문제는 참 어려워요. 저 또한 타인의 질병 앞에서는 멈칫하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질병,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는 사람이 당사자와 함께 나눠가져야 하는 무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모쪼록 제 이야기를 통해 아픈 사람과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어가셨다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배우게 되지 않을까요! 저를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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