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새롭게 산 결과가 아니었다. 무형의 은총이 아니라 살과 피가 있는 사람들이 퇴원을 앞둔 나를 위해 소독 티슈로 집 안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아픈 일상을 떠받쳐 준 구체적인 행위들을 모두 신의 의지라며 뭉뚱그리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268페이지, 김도미 지음
문장모음 보기
우주먼지밍
“ 생존자로 살아가는 ‘눈부시게 불완전한’ 삶을 “석탄화력발전소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존재로 공표”하는 세계꽌에 대하여, 이전의 삶을 속죄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재앙’이 다시 들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만 같은 ‘치유’라는 세계관에 대해서 나는 계속하여 질문하고 있다. ”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279페이지, 김도미 지음
문장모음 보기
우주먼지밍
내가 ‘생존자’라는 말을 싫어했던 이유는, 힘든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을 긍정하기 위한 표현이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헤어 나올 수 없는 극한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였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309페이지, 김도미 지음
문장모음 보기
우주먼지밍
“ 이제 와 문득 돌아보니 삶 자체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고는 정말 아무런 전조 없이 찾아온다. 질병의 인구학적 특성이라던가, 그것의 사회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병자가 되는 것도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는 통계일 뿐 치료에 따르는 후유증과 예후 중에서 나의 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쓴 불온한 질병 서사』 309페이지, 김도미 지음
문장모음 보기
우주먼지밍
“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아픈 사람에게 희망과 긍정만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가히 ‘암 위험사회‘라고 할 만한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각자도생을 준비하도록 하는 담론이 주를 이룬다. 암 생존자의 불안감을 숙주로 자라나는 대응 전략 외에 다른 상상력은 발붙이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