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을 때 손에 기름이 묻은 걸 그렇게 싫어한다. 특히 동물 기름이 싫다. 그리고 손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 게 싫다. 나는 그래 비누에 손을 박박 닦은 다음에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한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D-29
Book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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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해보고 싶은 것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생각해 왔던 이상형의
여자와 단둘이만 있는 것을 종종 상상하곤 한다.
물론 그녀와 거기서-아무도 없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싶은 것도 있다.
그 외에도 내 생각을 그녀에게 털어놓고
그녀의 생각도 들어주고 싶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 같다.
이상형의 여자와 단 30분만 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
늘 궁리하곤 했으니까.
그게 내 소원이었으니까.
실은 내 이상형이라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내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다.
그녀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싶다.
이제 둘에게도 세월이 흘러,
내 고향 땅을 그녀와 같이 여행을,
아니 방문하고 싶다.
내 초등학교 교사(校舍)를 구경시켜주고 그 당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했고 이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곳은 추운 겨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햇볕 바라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던 곳이야.”
“이곳은 골마루를 기름 묻힌 걸레로 닦다가
안으로 뚜껑을 열고 들어가 구슬, 딱지,
오 원짜리 동전, 몽당연필 등을 주워 올린 곳이지.”
그러면 그녀도 자기 초등학교 시절을 들려줄 것이다.
그녀의 망원동 동네, 그녀의 초등학교를 다시 방문하고 싶다.
나는 그녀에게,
여기선 주로 무엇을 사 먹었지,
누구와 그걸 먹었고, 그에 대한 네 생각은 어때,
요즘 가장 많이 생각나는 어릴 적 친구는 누구지,
지금 만난다면 누굴 가장 보고 싶어,
살던 집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을 때 무엇이 보였지,
“아, 이게 지금도 여기 있네?” 하는 그녀의 말들을
직접 다시 듣고 싶다.
제목과 가수는 모르더라도 그 노래 자체가 듣고 싶어,
그녀가 좋아하는 일본 노래처럼 나도 그녀의 세계로 들어가
그녀와 함께 그녀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는 내 고향 주변의, 그 당시엔 어려 꺼려졌던 곳을
그녀와 같이 방문하고 싶다.
교정을 같이 거닐면서 저 변소에선 무슨 귀신이 나왔고
이 학교가, 실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곳인데 공동묘지를
깎아 지은 곳이라 전해지는 무서운 전설도 많아...
한번은 새로 부임한 젊은 교사가 숙직을 서다가 일어난 일인데
강당 저쪽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찍찍”하고 가까이 오는데...
약간 높은 산 뒤의 거기에 꺼려졌던 그곳을
이상향의 여자와 다시 방문하며
그 당시 감행하지 못했던 것을, 그녀와 직접 이젠 체험해
보고 싶다.
“여기가 사람이 죽으면 메고 가는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이란 곳인데... 이곳 오동나무 관에 낮에 서리한 닭을
넣어두고 자정을 넘어 내가 꺼내려고 관뚜껑을 여는데...”
그녀가 무서워 내게 기대오면 안아주고 싶다.
그녀의 가녀린 허리와 등을 다독이면서.
“널 지켜줄게.”
이런 걸 그녀와 둘이서 소곤거리며 해보고 싶다.
그 흐릿하고 몽롱한 세계를 내가 항상 영원히 좋아하는
그녀와 직접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너도 이상형과 같이 무얼 하고 싶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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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그런데 아닌 것처럼 아닌데 그런 것처럼 꾸미는 것을 남자보다 월등히 잘한다. 이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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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감수성이 강한 노래를 어릴 적에 많이 듣고 노래방에서 다시 하면 남들보단 더 쉽게 잘하고 나중엔 아주 정상 급을 노래를 할 수 있다. 그만큼 감수성이 강할 때 들은 노래는 자기에게 그렇게나 많이 익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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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 이 다함께 하는 걸 잘 못 한다. 거기에 비해 혼자하는 것은 아주 잘한다 그러니 같이 하는 것에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 강점인 혼자하는 것에 심혈을 더 기울여야 한다. 사람은 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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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처음엔 남자의 친절한 매너 있는 서비스를 받으려 한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그 남자가 신뢰가 생기면서 오직 그 남자만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자가 뭐든 그 남자를 챙겨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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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이 여자는 이런 것을 담당하고 이 여자는 이런 것을 담당하게 하는 그런 게 있다. 한 여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한 여자가 또 다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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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리는 그런 것 말고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글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는 거기서 자기만의 이상을 꿈꾸는 그런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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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권이 무능한 것은 지금 것을 가지고 주무르기만 하던 자들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기존 것을 뛰어넘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이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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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할 시간인데 하고 절대 글을 쓰지 마라. 그냥 많은 글을 써도 한꺼번에 많은 글을 써도 쓰고 싶을 때, 막 글이 나올 때 그냥 자연스럽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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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 쓰는 타입
난 이태백이란 별명을 듣고 살았다.
술을 좋아하고 오직 한 가지에만 꽂히기 때문이다.
그냥 커퓨터 술만 좋아하고, 일은 잘하지도 못하고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곧잘 듣고 자랐다.
그런 것 같이 글도 매일 조금씩 쓰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마구 쏟아낸다.
나도 그런 게 있다.
지금은 한동안 안 썼으니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그러나 그런다고 좋은 글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막 흥분 상태에서-모든 주변의 것을 잊고
(주변 것이 절대 안 보임)-마구 글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나는 이란 식으로 이태백처럼 술 퍼마시고
그다음엔 아무 생각 없이 푹 쉰 다음에 마구
이젠 충전이 된 상태에서 쓸 게 차고 넘칠 때 마구
글을 쏟아내는 것이다.
나는 차고 넘쳐야 한다.
그래야만 글이 술술 잘도 나온다.
그러니까 이제 쓸 때가 된 것 같은데,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마구 글을 쏟아낼 때가 있다고
나는 스스로 안심해야 한다.
그리고 꼭 그럴 때는 내게 다가오고야 만다.
그때 쓰면 된다.
아직은 쓸 때가 아니다.
글은 자신의 타입에 맞게 써야 한다.
자가만의 패턴이 있다.
그걸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에 드는 글,
자기 나름대로 좋은 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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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골방에서 혼자 책을 읽는다
나도 전엔 도서관에 다녔다.
코로나를 계기로 멀어진 것 같다.
지금은 혼자서 골방에서 책을 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도서관에 다녔 나 싶다.
이렇게 방해하는 것들이 주변에서 사라졌는데.
지금은 죽을 때까지 지금을 고수할 것 같다.
그때는 식구들과 같이 있어 아마도 도서관으로
피신한 것 같은데 지금은 혼자 살아 그런 건 사라져
그래서 그냥 골방에서 혼자 책에 몰입하는 것 같다.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집에서 내 독서를 방해하는 자가
지금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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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건 몰라도 작가에 대해 좀 안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들에 대해 관심과 흥미가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과 그것을 만드는 작가에 대해.
작가는 혼자 하는 것의 명수다.
누구와 같이하는 걸 잘 못 한다.
그래서 여럿이서 같이 하는 것에 서툴러
그런 자리는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작가의 성정은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남들과 경쟁하는 걸 싫어한다.
한강이 말했듯, 쓰는 것 외에 다른 일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만 이들은 최고의 창작물을 낳는다.
그런데 뭔가 자기 글이 독자와 조우(遭遇)하게 되려면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게 많다.
책만 읽고 글만 써서는 자기 글이 세상에 나오기 힘들다.
비록 그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당장 먹고사는 것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도 중간에서, 책에 좀 흥미가 있으면서도
-작가처럼 너무 미치면 안 된다-그것을 중간에서
(그도 한때는 작가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 그것보단
그것에 가까이 가는 한 방법으로 지금의 이 일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면 최적이다.)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작가에게는 꼭 필요하다.
아마도 출판사에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그들일 것이다.
이들은 책만 좋아하는 작가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들이다.
고마운 존재들이다.
작가는 글만 쓰지만, 출판사에선 그 다리 역할을 하고
번역가들이 국내 작가 글을 외국에
소개해 알리는 이들, 모두가.
작가들이 혼자 있기 편안해하고
(사실 또 이들에겐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고-그것도 장시간에 걸쳐-,
영감(Inspiration)이 떠오를 때 외부의 방해를 받으면
그게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방해받아 맥락과 흐름을 놓치면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아니, 거기서 멈춘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질 때, 이들은 잠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은 채 오직 글만 쓰기도 한다.)
자기 세계가 있어 개성들이 강하고 약간 사회성이 부족해
성정이 비슷한 다른 작가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연대라는 것도 잘하지 못한다.
이런 건 자기 본령(本領)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지금 맡겨진 운명, 사명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으면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
작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가 쉽지 않다.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안정 희구냐, 불안정을 감수하고 집필이냐.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방법은 많고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오직 글로 말한다.”
순수한 작가라면 이 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못한다.
만들고, 다른 곳으로 연결할 다리가 필요하고,
그걸 알기 쉽게 풀어놓는 게 다 따로 있다고.
이런 이들의 기질을 잘 알고
그 다리를 놓아줄 사람들이 그들에겐 꼭 필요하다.
글쓰기, 알리기, 번역하기, 공공의 전체 독서 토양 다기지
같이 이런 각자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좋은 책을, 독자가 만날 수 있는 거고
외국에서도 우리 문학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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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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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여자가 등장한다. 집적거린다. 거기에 뭔가 말하려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더 낫다. 고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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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대한 변태 같은 짓도 하나의 취향이다. 누구나가 다 이란 변태같은 성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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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요히 지켜보고 싶은 여자가 있고 그냥 동물적으로 섹스하고 싶은 여자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그 여자가 어 떤 타입이냐에 따라 남자에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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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그렇지만 여자에게 잠자리가 연상이 안 되는 남자는 여자에게 안 끌리는 것 같다. 여자는 사귀고 섹스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같이 늙어 같이 죽는 것까지 상상을 한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끌리는 상대에게 같이 죽는 것까지 생각해 내는 것이다. 엉청난 상상의 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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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비슷해도 같이 그냥 자는 상대가 있고 그냥 대화만 하는 상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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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서 모두 해소하라
마광수 같은 경우가 오히려 더 여자에게 친절하고
해코지를 절대 하지 않는다.
그는 솔직하게 여자에 대해 글에다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제 책처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걸 못하는 바보 작가는 멍청한 것이다.
그가 죽어서 제일 안타까운 게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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