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해죽이 북카페>와 함께 책 이야기 나누실래요?

D-29
제가 실은 인테리어나 외모나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전문직이어서 그런지 두번째 이야기는 더욱더 생소했는데요.. 항상 가운 주머니에 볼펜과 네임펜 등 잔뜩 껴놓고 다니고 구두는 커녕 크록스나 효자용 워킹화 신고 다니고 편하고 실용적인 게 우선인 직장에서 다니다보니 이런 세상이 참 새롭고 신기합니다. 지인들 중 큐레이터 일이나 패션 편집샵 쪽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가끔 이해 못했는데.. 이런 느낌인가봐요..;;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다와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저보다도 훨씬 더 젊은 MZ세대의 한국여성분들이 70년대생인 저보다도 더 남성에게 의존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왔는데요.. 첫번째 이야기에서 집은 당연히 남자가 해서 결혼한다는 사회 분위기나 남자가 이끌고 여자가 맞춰가거나 남자쪽은 전혀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 궁금해하거나 일하면서 힘들어지면 남자한테 전화하거나 커플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생각하는 여성들이 MZ세대에도 많은 게 의아한데요.. 뭐랄까.. 이야기 마지막 결말에서도 결국 서로의 본심을 숨긴 채로 억지로 맞춰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할 때도 풀메이크업에 하이힐 등 남의 눈을 신경쓰고 사적인 부분에서도 결국 남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뭔가 안쓰러웠습니다.
세번째 정이는 자꾸자꾸는 꽤 흥미로운 점이 많네요. 전 당근마켓을 아주 최근에 애들 책들 팔면서 알게되어서 이런 기능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처음에 현이가 나름 어른스럽게 자기희생을 하는 것 같다가 정이가 먼저 앞서 어른이 되는 것 같다가도 뭔가 이상한 점들이 하나하나 비쳐지다가 결국 둘이 서로를 발견하는 모습에서 둘다 토닥토닥해주고 싶어지네요. 전 남동생만 있어서 자매들은 이런 느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자매는 없지만 아마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이와 현이의 이야기를 만들어 봤어요. 마냥 존경하거나 마냥 어리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언니가 더 어리고 어떤 면에서는 동생이 특히나 더 철없는 게 형제자매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정이같은 인물이 주변에 있다면 안쓰럽고 대견한 여러 감정이 들어서 아껴줄 것 같아요ㅎㅎ
24~22p, 멀쩡한 집을 오래된 집처럼 꾸미는 것이나, 일부러 오래된 집에 들어가서 고치면서 사는 것이나, '일부러 갖다붙인 옛 감성'임에는 마찬가지다. 우리네들 자화상이 아닐지, 문득 내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아닐까란 생각이든다. 일부러 갖다붙인, 보여주기 위한 일상.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단편 한 작품마다, 행간에 오래 머물며 천천히 읽어보고 간단 감상평 남기겠습니다!
"여행을 가도 SNS에 올리는 게 꺼려졌다. 자랑할 수 없다는 것에 열정이 조금은 식어버리자 기분 좋은 사치는 고가품 쇼핑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비혼식이나 브런치나, 결국 따지고 보면 자랑하기 위함인데 너무 비싸다고 투덜대는 승훈에게 자신도 그렇다며 감성 국밥 브런치를 언젠가 개발해보겠다고 도희는 장담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고가품 SNS여행사진 등 자랑하기 위한 것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허함이 보이고 이것이 결국 부모든 타인이든 누군가에게서 인정받기 위한 집착이자 중독인 듯 한데요. 비혼식이든 결혼식이든 그렇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나 이벤트가 아닌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게 진정한 성인으로 독립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도희는 도희의 삶을 살고 싶었다. 이제껏 그려온 도희라는 도화지에서 붓을 떼고, 도희와 남편이라는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라 생각했지만 채색도 하기 전에 그만두게 되었다. 도희가 지워진 도희의 인생을 도희가 살아가야 한다니."
<잔여배터리가 없습니다.> 배터리가 잔량이 줄어들수록 심리적으로 초조해지며, 이에 따라 업무 실수로 이어지는 주인공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약간 스릴러 느낌도나구요. 은교의 박범신 작가님의 모든 소설가는 소설속에 자신을 투영한다고 했죠, 아니 에르노의 소설들도 자기 얘기이기도 하고, 혹시 잔여배터리 편은 우리 해죽이님 직장 생활에서의 심리 상황이 투영된게 아닐지 아닐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줄어드는 책 두께가 배터리 잔량처럼 절 초조하게 하네요 ㅎㅎ! 오늘은 한편만 더 읽어야겠어요 ㅎ
제가 사회초년생일 때 정말 긴장을 많이 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지나치게 많은 죄책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의 저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휴대폰이 꺼지면 일종의 패닉에 빠져버리는 요즘 사람들이기에 배터리가 줄어드는 게 스릴러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믐에 독서모임이 열려서 유튜브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 추천 동영상 보면 볼 수록 취향저격이어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그믐을 통해 유튜브 구독자가 되다니 뭔가 순서가 뒤바뀐 느낌도 드네요ㅎㅎ 책 함께 읽겠습니다^^ 소통하는 공간이 생겨서 기쁩니다 유튜브 댓글은 대화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않거든요ㅠㅠ
이렇게 알아가는 분도 생긴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 책 취향이 비슷한 분을 만나면 어디서든 반가워요ㅋㅋㅋ 유튜브 댓글은 너무 많이 보여지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길게 쓰기도 민망하고, 편하면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그믐에서는 조금 더 길게 생각을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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