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개가 정절의 상징이라는 것은 2024년의 시선에서 볼 때 상당히 영국 빅토리아 시대적 해석인 것 같습니다. 개는 충의, 신의의 화신이지 남녀간의 정절과 상관 없지 않은가 하는 해석도 요즘은 매우 많아요. 사실 두 인물의 표정이 어두운 건, 이 그림뿐만 아니라 그 시절 그림엔 사람들 표정이 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을 그릴 때 굳이 웃는 얼굴을 그려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랬을 겁니다. 웃는 사람 얼굴은 17세기 정도에서나 나타나는데, 그것도 제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17세기에 웃는 얼굴 잘 그린 화가로는 네덜란드 화가 프란스 할스가 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심정으로 기록을, 그것도 외국어로 된 문서를 뒤지는 게 서양미술사 하는 한국사람들의 숙명이죠. 그나마 요즘은 문서들이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다행이지만요.
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책이 어제와서 오늘 부랴부랴 읽어봤어요^^,, 머리말 보자마자 호두가 넘 궁금해집니다 왠지 왕 크고 왕 귀여운 친구일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책을 살 때 늘 저자 소개와 추천사가 있다면 추천사를 보고 사는데, 이번 책의 저자 소개가 너무 반갑더라고요. 다음 해 2월에 벨렝탑을 보기 위해 포르투갈에 가거든요! 저자 소개에서 저와 공통점이나 연관성이 있으면 거리감이 확 좁아드는 느낌.. 저만 좋아하나요? <아르놀피니 초상화>까지 읽으면서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어요.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친구들의 과거를 알게 될 줄이야! <기억하는 개 아르고스>를 읽으면서, 어릴 적 읽었던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가 생각나서 괜히 더 반가웠어요ㅎㅎ '아테네 여신의 눈속임도 개의 후각을 이기지 못했다.' 이 문장이 너무 와닿더라고요. 아르고스가 오디세우스를 '친구'라고 부르는 부분도요! 새삼 개의 입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부를까? 궁금했는데, 친구라고 불러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르놀피니 초상화>를 읽으면서, 작가님이 구입한 판화를 보자마자 '앗, 이거 내가 아는 그림이야!'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있는 그림이 몇 없는데 이렇게 보게 되면 더 반갑죠ㅎㅎ 그림을 구경할 땐 그림 속 세계를 상상하곤 해요. 이 사람들은 이때 어떤 대화를 했을까? 무슨 상황이었을까? 하고요. 작가님의 글 덕분에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야와, 그 시절 역사ᆞ문화를 알아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만약 제가 듣는 교양 수업에서 작가님이 말씀해주신 과제가 나온다면.. 해당 년도의 문화풍습이 어땠는지,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주제로 레포트를 쓸 것 같네요! 그래도 역시 과제는 사절입니다.. 제가 지금 대학생인 탓이겠지요
호두는 왕 크진 않고 귀엽긴 해요! 6.5킬로의 '소형'견입니다. 왕크왕귀라고 부르려면 최소 30킬로는 되어야.. ㅎㅎㅎ 벨렝탑 방문하려고 포르투갈 오신다고요! 2월이면 날씨가 엄청 좋을수도 있고 비가 주룩주룩일 수도 있는데, 들판에 야생화와 풀들이 가장 초록초록할 때입니다. 아르고스가 오디세우스를 주인이나 아빠나 인간이라고 부르지 않고 친구라고 부른 건, 그 앞 장 머리말 부분이 "나는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랜 친구, 개다"라는 문장으로 끝나기 때문이에요. 글 쓰는 사람들이 이런 리듬도 생각하면서 쓴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림을 삼킨 개> 함께 읽기 네 번째 날은 '이름과 가족이 있는 개 루비노' 입니다. 루비노라는 개에 대해 알게 된 다음 정말 즐거웠어요. 책에 쓴대로, 오백 년 전의 개에 대해 이렇게 이름과 생김새, 성격, 주인과의 관계 등을 알게 된 게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십 년은커녕 오 년 전의 누군가에 대해서도 알기 힘든데 말이죠. 루비노에 대해서는, 곤차가 가문의 문서가 워낙 방대하고 자세히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고, (진짜 별 시시콜콜한 편지들까지 다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카톡 메세지가 다 보존돼 있는 셈이죠) 오래된 문서들이 디지털화 되어 있는 덕을 많이 봤습니다. 오래된 문서일수록 저작권 문제가 없어서 그런건지 찾아보기가 오히려 쉽더라구요. 브리티쉬 라이브러리 덕을 좀 봤습니다. 그리고 미술사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료는 그림이죠. 만테냐의 프레스코화는 벽화라는 특성상 직접 가서 볼 수밖에 없어서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벽화나 바닥 그림을 특수 기술로 떼어 와서 박물관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그러나 마음에 잘 품어두고 있다가 지도에 별을 찍어 놓고 언젠가 이탈리아 북부에 가게 된다면 만토바를 기억해주세요. 자기 집 잘 지키고 있는 루비노두요.
옆집 강아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오래전 살았던 강아지 이름 루비노를 지금도 알수 있고 다 같이 루비노의 그림으로 루비노가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괜히 루비노에게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책의 신'이라고 표현해 주신 부분도 책을 읽으면서 재미 있었어요. 나중에 이 책의 내용과 이 그림으로 인해 만타나, 이탈리아 북부 여행을 할 기회가 있으면 가보고 싶은 장소와 찾고 싶은 그림이 생겼습니다
저도 이탈리아 북부 여행한지가 15년이 넘어서.. 슬슬 다시 가볼 때가 됐는데 말이죠. 언제가 될까요.
두칼레 궁전과 만테냐의 작품이 정말 멋지군요! 만토바는 그저 리골레토를 통해서만 익숙해진 이름인데, 다음 기회에 꼭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루도비코 곤차가의 의자 빝에 있는 루비노도 만나보구요!
맞아요 만토바를 오페라 때문에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참에 리골레토 공연장면 찾아봐야겠네요.
와.. 카톡 대화 같은 오래전의 대화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토바를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개의 시선으로 쓰여진 부분에, 루비노가 "난 내 인간들을 사랑한다."라고 말한 부분이 좋았어요. 그렇죠. 얼마나 사랑했을까요? 내! 인간들이니까요 : )
만토바 팔라초 두칼레의 '카메라 픽타'속 의자 밑의 루비노를 보자마자 궁금해졌어요, 진짜 개 친구들은 의자 밑에 누워있는 걸 좋아하나요?? 전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진짜 좋아하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힌'이라는 노견 친구가 나오는데 이 친구도 의자 옆에 철퍼덕 누워있었거든요 ㅎㅎ 루비노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이탈리아 북부에 가고 싶어졌어요. 이야기의 힘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내년 2월 유럽 여행 일정에 이탈리아가 있었다면 아마 주저 없이 향했을 텐데, 그러지 못함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살짝 책의 뒷부분을 살짝 엿봤는데 제가 가는 곳들이 좀 있어서 너무 설렙니다! 다른 지역의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 더 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책을 늘 앉은 자리에서 많이 읽어버리는 타입이었는데, 이렇게 작가님이랑 천천히 한 챕터씩 읽는 것도 즐거운 것 같아요. 마치 크리스마스 전까지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나씩 열어보는 기분이에요! 열 때마다 새로운 개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긴 2주의 캘린더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ㅎㅎ
개들이 사람들 근처에 함께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천정이 낮은 걸 안정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식탁 밑이나 의자 밑에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그 밑에 앉는 거 아닐까요? 저한테 여행 목적지를 정할 때 중요한 건 그곳에 어떤 예술작품이 있는가! 입니다. 미술관이건, 수도원이건, 아니면 거리에 있는 공공미술이건, 점 찍어놓고 연결해서 여행지를 정해요. 우리 책에 있는 어떤 그림을 2월 여행에 보실 수 있을랑가.. 궁금하네요
읽기 시작이 조금 늦었지만 하나씩 감상을 남겨 보고 싶습니다~^^ 먼저 표지에 있는 흰 강아지가 귀여워서 폭 웃음이 났어요. "얘, 너가 그림을 삼켰니?"라고 물어보고 싶게. 작가님의 머릿말과 개의 머릿말도 좋았어요. "내 친구들 중 몇몇은 나를 그림과 조각으로 남겼다. 내가 자랑스러워서, 내가 사랑스러워서..." 기억하는 개 아르고스: 심장이 찡~~~ 저도 이제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새롭게 읽힐 것 같아요. 아르고스라고 아이디를 바꾸고 싶을 만큼 오디세우스의 개 아르고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예술과 개와 인간으로 만들어진 큰 퍼즐 판에서, 첫 번째 귀퉁이를 충직한 노견 아르고스"로 시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라도 와주시면 고맙죠!! 앞으로 차차 나올 표지 흰둥이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글부터 읽지 않고 그림을 먼저 보려고 했어요 작가님의 설명 없이 나는 얼마나 많은걸 발견할 수 있나 테스트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카톡 대화 같은 구성에서 먼저 반해버렸습니다 책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읽고 있는데 이런 깜찍한 구성도 있었네요 재밌어요 사라진 루비노 , 벌써 집에 온 아이 아이 잃어버리고 얼마나 혼비백산 했을지 눈에 선하네요 아이를 잃어버릴 뻔 한 적이 있어서..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의자 밑에 항상 있었던 ,손을 뻗으면 온기를 전해주던 루비노 이야기를 보니 애착인형 같네요 그림이 단계별로 확대되는 것은 범죄 영화 에서 많이 나 오는 CCTV 확대 하는 장면 같아요 범인을 찾아낼때 신나잖아요 이렇게 단계적으로 확대해 주면서 설명해주시니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물건에 이름 지어주는 걸 좋아해요 십년전부터 몇대의 로봇청소기에 이름 지어주었는데 우리집 아가들이 좋아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이름 부르면서 졸졸 따라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물건에 이름 지어주면 나중에 어떻게 버려요 ㅠㅠ 안그래도 못버리는데
<아르놀피니의 개> 이 장에서 작가님은 마치 탐정, 미제 사건(?ㅋ) 전담반 형사, 또는 재심 청구 변호사 같으십니다.^^ 그나마 눈에 익은 작품이 나와서 (말씀하신대로) 반가웠고 이런 다양한 해석이 있다니 흥미로웠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저도, 결혼식 장면은 아니다에 한 표를...
그중 미제사건 전담반 형사가 젤 맘에 드네요 ㅋ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림을 삼킨 개> 함께 읽기 다섯 번째 날 읽을 장은 '화가의 파트너가 된 개들'입니다. 이 장에서는 개도 이야기하고, 화가 티치아노도 이야기합니다. 개 입장에서 짧게짧게 단락을 쓰다가, 그렇다면 화가가 개를 그릴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해봤어요. 티치아노의 그림엔 강아지가 꽤 많이 나오는 편인데 그 관계가 꽤나 프로페셔널한 느낌이었어요. 너 포즈 잡을 줄 알지? 나는 널 잘 그릴 줄 알지. 그러니 우리 함께 일하자. 뭐 이런 느낌? 물론 개의 이야기건 화가의 이야기건, 어떤 방식으로 그림에 대해 설명해야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의 결론이었습니다. 티치아노가 베네치아 르네상스 회화를 꽃피운 거장이고, 다음 세기에 활동한 루벤스와 벨라스케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흐름은 인상주의까지 이어진다, 이런 미술사 교과서 같은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 방법 없나? 하고 궁리해보다가, 개 입장에서도 글을 쓰는데 화가 입장에서 글을 못 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하고 겁없이 써봤습니다. 첫 번째 장벽은, 제가 미술사를 전공했지, 그림을 그릴 줄은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미술사 했다고 하면 그림 그릴 줄 알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두 번째 장벽은, 티치아노는 꽤 장수하면서 다작한 화가임에도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는 겁니다. 이 부분이 상상력이 가장 많이 필요했어요. 젊어서부터 재능이 남달랐고, 끊임없이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렸고, 당시 황제, 왕, 귀족, 고위 성직자 등등등이 그의 고객이었는데 정작 그는 베네치아 밖으로 여행도 거의 안했고, 직접 문서를 남긴 것도 극히 드뭅니다. 티치아노뿐만 아니라 이 시절 화가들 개인적인 이야기는 매우 드문 편이긴 합니다. (19세기 이후가 되어서야 화가의 일생에 드라마가 입혀지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예가 반고흐) 티치아노 개인에 대해 알려진 거 얼마 안되지만 최대한 끌어모으고(아들 둘에 딸 하나가 있었다든가), 그림에 대한 기록 최대한 끌어모아(공작이 갑옷을 돌려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든가 시계 장인을 공작부인에게 소개해주었다든가), 그림 보고 수많은 시간을 멍때린 다음 쓴 장이 이번 장입니다. 오히려 강아지 부분은 쉬웠어요. 제가 화가보다는 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이번 장은 특히 더 재밌게 보았습니다. 개와 화가의 시점에서 보니 같은 그림이라도 더욱 생생하게 보이고 또 주변적인 것까지 더 세심하게 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확실히 개가 같이 있으니 그림 속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면서 뭐랄까 따뜻한 기운이 더 느껴지네요. 특히 마지막 그림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카리타 형제회와 함께 성처녀를 성전에 봉헌함>에서 간식을 조르는 강아지의 모습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살짝 누그러뜨리면서도 더욱 현실감을 올려주는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 화가들, 그중에서도 물론 티치아노가 그 조절을 잘했던 것 같아요. 종교화에 인간적인 면 넣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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