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선 댓글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작품 속에는 ‘사랑해’ 대신 ‘해사해’로 ‘입봉’ 대신 ‘니뽕’으로 ‘폭망’ 대신 ‘퐁망’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금은 비켜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모란’과 ‘유정’이 서로에게 ‘해사해’라고 말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해사해’ 하고 말하는 마음은 뭘까, 혼자 문득문득 생각해보곤 했어요. 해사해와 사랑해의 차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쓰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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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편집자향
푸린
개인적으로 저도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사랑해는 아니지만 해사해인 그 느낌이 무엇일지..
이선진
사실 그 장면은 소설을 쓰다가 문득 튀어나온 건데요. 어렸을 때 친구와 함께 이름 궁합을 맞춰볼 때 사랑해사랑해사랑해를 외쳤던 기억에서 유래한 것 같아요. ‘사랑해’가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라면, ‘해사해’는 이름 궁합의 측면에서 실패한 결과물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등의 독립된 의미도 품고 있다는 점이 어딘가 굉장히 퀴어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질서에서 탈락된 산물에 자기들만의 의미를 새로이 덧씌워서 사용한다는 점에서요.
편집자향
오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퀴어적인 의미가 있네요. 저도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이름 점을 많이 보았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해랑사'보단 '해사해'가 낫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들끼리의 법칙(?)이 있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선 둘만의 유머가 있고, 둘만의 문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해사해'라는 단어를 통해 잘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정과 모란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고 따듯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제나무
둘만의 문법이 있는 사랑이라니... 넘 멋진 말이어요...🤍
편집자향
헤헤 제제나무님 4권에 이어 또 뵈어서 너무 반가워요! 말씀 감사합니다...♥
유령
어딘가 퀴어스럽다는 말 공감이 가요!! 해사하다는 말을 원래 좋아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 단어로 연결 짓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그냥 둘만의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그 단어가 좋아서 책을 읽으면서 혼자 발음해 보았답니다 ㅎㅎ
이선진
둘만의 문법! 이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또 저도 '해사하다'라는 단어를 원래 좋아하는데, 소설에 쓸 수 있어서 참 기뻤구요.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분들이 '해사해'라고 발음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ㅎㅎ
푸린
딴 말이지만 종이에 사랑해 사랑해 써보다가 유정이의 성씨가 궁금해졌습니다ㅎㅎ 설정상 정해진 것이 있을까요 작가님?
이선진
옹모란과 ㅇ유정의 이름 궁합을 맞춰봤을 때 '해사해'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ㅋㅋㅋ!!
푸린
앗 박유정! 어쩐지 유정이와 참 잘 어울리는 성씨인 거 같아요ㅎㅎ 작가님 작명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신듯해요ㅎㅎ
이선진
앗 ㅋㅋ 넘 힘이 되는 댓글입니다! 사실 제 휴대폰 메모장에는 사람 이름만 주욱 나열된 파일이 있어요. 삶을 살다가 귀여운 이름을 발견할 때마다 살포시 적어둔답니다.
오지
이름궁합에서 나온 장면이었다니 왠지 그립고 반가웁네요 ㅠㅠ 작가님만의 의미도 감동적이에요
편집자향
오지님 안녕하세요 ㅎㅎ 그쵸 정말 반가운 장면이었어요!
이선진
맞아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통과하신 독자분들이라면 다들 아! 이거 그거였지, 하고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썼습니다 ㅎㅎ!
제제나무
어찌보면 사랑 앞에서 가장 솔직한 사람들인데 그래서 해사 하다는 말이 그들과 참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편집자향
'사랑 앞에서 가장 솔직한 사람들'이란 말씀이 정말 좋네요!
편집자향
문득 '사랑해' 대신 '해사해'라는 표현이 여러 독자님들 마음에 잘 와닿은 것 같아 괜히 제가 뿌듯해지는 순간이네요...흐흐
앞선 질문에 이어서 추가적으로 질문드려보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작가님만의 유머와 위트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언뜻 단순한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단어들이 함의하는 본래의 뜻과 무게에서 거리를 두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말장난 아닌 말장난에 작가님이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이라거나 의도하시는 바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선진
비록 저는 물수제비를 뜰 줄 모르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종종 물수제비 뜨는 상상을 했는데요. 말장난이란 건 소설이라는 강물에 던지는 ‘작은 돌멩이’ 같아요. 유유히 잔잔하게 흐르던 강물에 돌멩이 하나가 퐁당 튀어오를 때, 순간적으로 물의 흐름이 바뀔 텐데요. 저는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던지는 말장난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기존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퐁당퐁당 새로운 리듬을 만든달까요...? 그것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본래의 뜻과 무게에서 거리를 두는 방식”이기도 할 것 같구요.
편집자향
말씀을 듣 고 보니 정말 소설을 읽으며 작가님의 농담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퐁당퐁당 작가님만의 새로운 리듬이 계속 이어지길 독자로서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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