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고전문학 읽기 일곱번째

D-29
이후로 중앙 정부는 개편된 때마다 우익 쪽으로 움직여 갔다. 처음에는 통일 노동자당이 헤네랄리테에서 쫓겨났다. 여섯 달 뒤에는 카발레로가 물러나고, 우익 사회주의자 네그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직후 전국 노동자 연맹이 정부에서 쫓겨났다. 그다음에는 노동자 총연합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전국 노동자 연맹이 헤네랄리테에서 쫓겨났다. 전쟁과 혁명 발발 1년 뒤, 결국 중앙정부에는 우익 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 공산주의자만 남게 되었다.
카탈로니아 찬가 8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스페인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예기치 못한 측면, 동시에 스페인 외부에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쳤던 측면은 인민 전선 정부의 정당들 가운데서 공산주의자들이 극좌가 아니라 극우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8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들것에 실려 전선의 내려오며 모포 사이로 눈부신 듯 바깥을 내다보는 하얀 얼굴의 열다섯 살짜리 스페인 소년을 보면서, 이 소년이 위장한 과시스트임을 증명하는 팸플릿을 쓰고 있는 런던이나 파리의 말쑥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97,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언제 공격하지?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야?" 이것은 낮이나 밤이나 스페인 병사와 영국 병사가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었다. 전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병사들이 전투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전투를 간절히 원했다. 교착 상황에서 모든 병사들은 세 가지를 갈망한다. 전투, 더 많은 담배, 일주일 간의 휴가.
카탈로니아 찬가 111,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처음에 우리는 하루에 한 갑을 지급받았다. 이윽고 하루 여덟 개비로 줄었고, 그다음에는 다섯 개비로 줄었다. 마침내 담배가 한 개비도 지급되지 않는 죽음 같은 열흘이 계속되었다. 그때 나는 런던에서 매일 보던 광경을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줍는 모습이었다.
카탈로니아 찬가 11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곱사둥이처럼 웅크린 자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검은 버섯들이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카탈로니아 찬가 130,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전선에서 보내는 이 기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무익한 시기로 여겨졌다. 나는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수동적인 물체처럼 그냥 존재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요점은 내가 이 기간 내내 고립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선은 바깥 세계와 거의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조차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었다. 대충 혁명가라 불러도 무방한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도 그랬다. 이것은 의용군 체제의 결과였다.
카탈로니아 찬가 152,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보통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사상에 있다.
카탈로니아 찬가 15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5월 3일 한낮에 한 친구가 호텔 라운지를 걷다가 무심코 말했다. "전화 교환국에서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하던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때 나는 그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카탈로니아 찬가 17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고립을 시키기 위한 정보 교류를 차단한다. 1980년의 광주가 생각난다. 독재와 공산당은 일면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구나
내가 스페인에서 본 부대 가운데 최고라 할 만했다. 나는 아라곤 전선의 남루하고 무장도 형편없는 의용군의 모습에 익숙했기 때문에 공화국에 이런 부대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만 정예 부대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놀랐던 이유는 그들의 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러시아제 소총'(이 소총들은 소련이 스페인에 보낸 것이지만, 미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여겨진다.)으로 알려진 신형 소총으로 무장했다.
카탈로니아 찬가 20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파시스트인 쿠테타군이랑 전투를 해야 할 정부군(공산당)이 같은 편인 통일 노동자당과 무정부주의자들을 향해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통일 노동자당을 불법 단체로 간 주하고 선전 포고를 한 것이라고 전해 주었다. 나는 그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때서야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석되 있는지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그 해석이 공식적인 것이 되었다. 나는 막연하나마, 전투가 끝나면 모든 책임이 통일 노동자당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통일 노동자당은 가장 약한 정당이었기 때문에 희생양이 되기에 가장 적당했다.
카탈로니아 찬가 197,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싸워서 지는 것이 아예 싸우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때도 있는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218,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스페인의 선전부가 바르셀로나 사태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할 가능성은 고 카슨 경이 1916년 더블린 봉기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할 가능성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242,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오랜기간(300년경) 독립을 위해 피 흘린 아일랜드인들. 영국의 아일랜드 자치 법안 실시에 반대한 북아일랜드 정치인 카슨경 같은 스페인의 선전부. 스페인에 온 외국 기자들은 모두 선전부의 거짓에 놀아났다.
통일 노동자당의 의용군(아직 인민군으로 재배치되기 전이다)이 우에스카 동부에 대한 격렬한 공격에 참여하여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수천 명이 전사한 것은 통일 노동자당이 불법화된 직후의 일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2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통일노동자당은 6월 15~16일에 최종적으로 활동을 정지당하고 불법단체로 선포되었다. 그 정보는 차단되어 전선에 있는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불법단체의 일원이며 파시스트가 되어 파시스트와 싸운 셈이 되었다. 공산당은 정말 비열을 넘어 악마적인 존재이다.
통일노동자당의 지도자들의 체포가 정부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독자적인 권한으로 이들을 체포되었다. 그런 행동을 한 자들은 경찰 수뇌부가 아니라 그들의 측근이며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침투시킨 자들이다. 네그린을 비롯한 각료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의 대량학살을 거부했지만 경찰에 의해 자행되었다.
통일 노동자당에 대한 비난 문제를 내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논의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내란이라는 엄청난 불행에 비추어 보면 이런 종류의 정당간 내분은, 설사 불의와 거짓 비난이 불가피하다 해도, 사소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런 종류의 비방과 언론을 통한 공세,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는 정신의 습관은 반파시스트 대의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탈로니아 찬가 25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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