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에 평범한 민병대원으로 참전한 오웰이 프랑코의 파시즘에 맞서 싸우면서 그 현장을 생생히 기록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소설.『1984년』과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역작 『카탈로니아 찬가』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영감을 주었던 스페인 내전과 아나키즘 역사상 유일한 실험 무대였던 1936년의 카탈로니아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양심의 기록이며, 혁명의 약속과 권력의 배반, 그로부터 비롯된 좌절과 환멸을 그린 작품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고전문학 읽기 일곱번째
D-29
지구여행자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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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12월 말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으로부터 불과 일곱 달 전이다. 그럼에도 이미 엄청난 거리 밖으로 멀어져 버린 시기이다. 뒤에 일어난 사건들이 그 시기를 지워 버렸다. 1935년이나 1905년을 지운 것보다 휠씬 더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나는 신문 기사를 쓸까 하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다. 하지만 가자마자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카탈로니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악하고 있었다. 혁명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
『카탈로니아 찬가』 11,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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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두가 노동 계급의 거칠거칠한 옷을 입었다. 또는 파란 작업복을 입거나, 의용군 군복을 약간 고쳐서 입었다. 이 모든 것이 신기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많았다. 어떤 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면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즉시 그 도시의 모습이 내가 싸위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또한 나는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믿었다. 그것이 정말로 노동자들의 '국가'이며, 모든 부르주아지는 달아났거나, 죽임을 당했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노동자들의 편으로 넘어왔다고 믿었다. 많은 수의 부유한 부르주아지가 기회를 엿보며 당분간 프롤레타리아 행세를 하고 있을 뿐임을 깨닫지 못했다. ”
『카탈로니아 찬가』 1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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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사람들은 많은 일에 능숙하다. 그러나 전쟁만금은 아니다.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비능률에 경악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시간을 안 지키기 때문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어떤 외국인이든 반드시 배우게 되는 스페인 단어가 마냐나 즉, ' 내일'(문자 그대로는 '아침')이다. 그들은 가능하다고만 생각되면, 오늘 할 일을 마냐나로 미룬다. ”
『카탈로니아 찬가』 2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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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국'을 수호한다는 자들이 다를 줄도 모르는 낡아 빠진 소총을 가진 이런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 무리라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졌다. 파시스트의 비행기가 우리 길로 지나가면 어떻게 될까? 그런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조종사가 굳이 이곳까지 내려와 우리에게 기관총을 갈길까? ”
『카탈로니아 찬가』 3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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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참호 밑으로 머리를 박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총알 하나가 불쾌한 소리를 내며 내 귀를 스치더니 뒤편 흡벽에 가 박혔다. 슬프게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는 그때까지 총알이 내 머리 위를 스쳐 갈 때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동작은 본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적어도 한 번은 그렇게 고개를 숙인다. ”
『카탈로니아 찬가』 37,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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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용군 체제의 핵심은 장교와 사병 간의 사회적 평등이었다. 장군에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똑같은 보수를 받았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고, 똑같은 옷을 입었고, 완전한 평등 관계를 유지하며 합께 생활했다.
”
『카탈로니아 찬가』 4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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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으로 기계화된 부대는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인민 전선 정부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훈련된 부대를 양성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아예 프랑코에 대한 저항을 시작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의용군을 비난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그 결과 훈련과 무기 부족으로 인한 결합이 마치 평등주의적 체계의 결과인 것처럼 호도되기도 있다. 새로 모병한 의용군 병사들이 군기가 안 잡힌 무리였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는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규율은 예상했던 것보다 믿을 만했다. ”
『카탈로니아 찬가』 4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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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에 사용되던 폭탄은 'F.A.I. 수류탄'으로 알려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전쟁 초기에 무정부주의자들이 생산하던 폭탄이었다. 이것은 원리상으로는 달걀모양의 밀스 수류탄과 같았으나, 레버가 핀이 아닌 테이프 조각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테이프를 떼는 즉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류탄을 던져야 했다. 이 수류탄을 '공평하다'고들 했다. 맞은 사람과 던진 사람을 다 죽였기 때문이다. ”
『카탈로니아 찬가』 5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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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엾은 보초(사회주의나 무정부주의적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가 자기 의사에 반해 징집된 병사일 가능성이 많았다.) 가 경계 근무를 하며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되풀이하여 울려퍼지는 "너희 자신의 계급에 대항해서 싸우지 말라!" 하는 구호는 가슴 한구석을 찌르지 않을 리 없다. ”
『카탈로니아 찬가』 6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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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점차 수치스러운 이야기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군이 총 한 발 쏘지 않고 도시에서 철수했다는 것. 이탈리아 파시스트들이 싸울 상대가 사라지자 가없은 민간인들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것, 그들이 민간인 가운데 일부 를 150킬로미터나 쫓아가 기관좋으로 사살해 버렸다는 것 등등 말이다. 그 소식을 듣고 전선 전체에 냉기가 흘렸다. 사실 여부야 어쨌든 간이, 의용군의 모든 병사는 말라가를 잃은 것이 배반행위 때문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배반이니, 분열된 목표니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내 마음속에 처음으로 이 전쟁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 생겼다. 그전까지만 해도 옳고 그른 것이 아름다울 정도로 명쾌해 보였는데, 이제는 달라진 것이다. ”
『카탈로니아 찬가』 69,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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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자
“ 스페인 밖에서는 이곳에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파악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면 스페인 내부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산당의 통제하에 다소간 반혁명적 정책을 취하고 있는 PSUC. 신문들도 '우리의 영광스러운 혁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
『카탈로니아 찬가』 79,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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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자
“ 이후로 중앙 정부는 개편된 때마다 우익 쪽으로 움직여 갔다. 처음에는 통일 노동자당이 헤네랄리테에서 쫓겨났다. 여섯 달 뒤에는 카발레로가 물러나고, 우익 사회주의자 네그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직후 전국 노동자 연맹이 정부에서 쫓겨났다. 그다음에는 노동자 총연합이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전국 노동자 연맹이 헤네랄리테에서 쫓겨났다. 전쟁과 혁명 발발 1년 뒤, 결국 중앙정부에는 우익 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 공산주의자만 남게 되었다. ”
『카탈로니아 찬가』 83,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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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예기치 못한 측면, 동시에 스페인 외부에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쳤던 측면은 인민 전선 정부의 정당들 가운데서 공산주의자들이 극좌가 아니라 극우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
『카탈로니아 찬가』 8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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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것에 실려 전선의 내려오며 모포 사이로 눈부신 듯 바깥을 내다보는 하얀 얼굴의 열다섯 살짜리 스페인 소년을 보면서, 이 소년이 위장한 과시스트임을 증명하는 팸플릿을 쓰고 있는 런던이나 파리의 말쑥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
『카탈로니아 찬가』 97,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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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공격하지?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야?" 이것은 낮이나 밤이나 스페인 병사와 영국 병사가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었다. 전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병사들이 전투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전투를 간절히 원했다. 교착 상황에서 모든 병사들은 세 가지를 갈망한다. 전투, 더 많은 담배, 일주일 간의 휴가. ”
『카탈로니아 찬가』 111,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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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우리는 하루에 한 갑을 지급받았다. 이윽고 하루 여덟 개비로 줄었고, 그다음에는 다섯 개비로 줄었다. 마침내 담배가 한 개비도 지급되지 않는 죽음 같은 열흘이 계속되었다. 그때 나는 런던에서 매일 보던 광경을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줍는 모습이었다. ”
『카탈로니아 찬가』 11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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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곱사둥이처럼 웅크린 자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검은 버섯들이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카탈로니아 찬가』 130,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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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자
“ 전선에서 보내는 이 기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무익한 시기로 여겨졌다. 나는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수동적인 물체처럼 그냥 존재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요점은 내가 이 기간 내내 고립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선은 바깥 세계와 거의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조차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었다. 대충 혁명가라 불러도 무방한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도 그랬다. 이것은 의용군 체제의 결과였다. ”
『카탈로니아 찬가』 152,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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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사상에 있다.
『카탈로니아 찬가』 154,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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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자
5월 3일 한낮에 한 친구가 호텔 라운지를 걷다가 무심코 말했다. "전화 교환국에서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하던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때 나는 그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카탈로니아 찬가』 175,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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