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속의 대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D-29
2주차: <벽의 틈새> 1. 인상적인 <대화>나 <문장 또는 문단>, <장면>을 짤막하게 공유하고, 어떤 지점이 끌렸는지 알려 주세요. 146면 <오늘 당신의 선행을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잊지 않겠지만 절대 당신을 모르겠습니다. 모를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영원히 모를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잊지 않고 영원히 모를, 타인의 선행. 뉴노멀의 상황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아이러니가 아닐까요. 이 문장을 위해 앞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당신의 선행을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잊지 않겠지만 절대 당신을 모르겠습니다. 모를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영원히 모르겠습니다. 약속할게요
냉담 146면, 김갑용 지음
2주차: <벽의 틈새> 4. 아름답다고 느낀 이미지(한 장면)을 공유해 주세요. <벽의 틈새>의 147면의 마지막 문단의 장면이 멋졌습니다. 그마저 떠나고, 방이 모두 비었다. 방 한가운데를 가로지는 샌드위치 패널 벽은 철거되고 새로 한 가족이 격리되었다. 그 가족은 매우 깔끔한 편으로 매일 같이 방을 청소하고 자기 집처럼 청결히 유지했으나 도대체 어디에 숨었다 나오는지 끝없이 치우고 치워도 스티로폼 알갱이 몇 알이 바닥을 굴러다니기 마련이었다. 치워도 치워도 스티로폼 알갱이가 바닥을 굴러다니는 그 장면. 모든 것이 말끔하게 처리(!)되어도,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작은, 존재감이 없는 그것들이 결국엔 폭풍 같은 한 인간이 이 사회에서 겪는 처절한 고통과 몸부림의 증거입니다. 하얀 알갱이들은 마치 소설의 입장 같습니다. 문학의 입장 같아요.
그마저 떠나고, 방이 모두 비었다. 방 한가운데를 가로지는 샌드위치 패널 벽은 철거되고 새로 한 가족이 격리되었다. 그 가족은 매우 깔끔한 편으로 매일 같이 방을 청소하고 자기 집처럼 청결히 유지했으나 도대체 어디에 숨었다 나오는지 끝없이 치우고 치워도 스티로폼 알갱이 몇 알이 바닥을 굴러다니기 마련이었다.
냉담 147면, 김갑용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3주차: 2부 ● 기간: 11월 25일(월)부터 12월 2일(다음주 월)까지 ● 범위: 1부와, <벽의 틈새>, 2부 를(7~290면)를 읽어 주세요. ● 방식: 모든 답글에 댓글을 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글뿐 아니라 다른 독자님들의 글에 자유롭게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제안: 아래의 제안 중 <한 개 이상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세요. 1~2주차의 제안을 선택하여 이야기해 주셔도 (너무) 좋습니다. 1. 인상적인 <대화>나 <문장 또는 문단>, <장면>을 짤막하게 공유하고, 어떤 지점이 끌렸는지 알려 주세요. 2. 본인 취향에 재밌게, 또는 기이하게 느껴지는 상징적인 장면이나 이미지를 하나 이상 공유해 주세요. 3. 이 소설을 한 문단으로 요약한다면?
3주차 1. 2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에서 '가족을 빠져나갈 길 없는 장애물'(p.153)이라고 표현했는데, "가족은 트라우마의 유적지"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화자가 대부분의 관계에서 거칠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가족을 조우하는 장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과 주검에 대한 묘사, 그런 아버지를 대하는 다른 가족의 모습, 그 가족 앞에서 완벽한 타인으로 비치는 화자를 보면서 착잡해지더군요. 2. 산책로의 2인용 그네에 앉은 친구와의 대화는 뭐랄까, '서로 겹쳐지지 않는'(p.163) 근본적인 외로움이 느껴졌어요. 3. 우리는 수풀이 아니야. 저렇게 자라는 데만 급급하지 않아. 이름이 없지 않아. 그래서 이름 모를 수풀이 더 높은 위치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는 사실이 외로운 거야.(p.162) 이 적품의 인물들은 이름으로 호명되지 않습니다. 그녀, 상사, 나와 너, 선생님, 교수님 등으로 명멸합니다. 고양이도요. 불특정 개인이라 독자는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자신을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고유명사,가 없는 것이 이 소설의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름이 있어서 그 캐릭터의 생생함을 갖추는 것이 오히려 거리감을 주고, 방해(부자연스움)가 된다는 듯이 말이죠.
사는 건 괴롭히고 괴롭힘당하는 거야. 어느 사람이든,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기 마련이지. 너 누구를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냉담 159면. 엄마의 말, 김갑용 지음
소설 전체에서 엄마의 존재가 희미해요, 실제로 주인공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습니다만... 저는 이 문장, 개인 존재에 대한 슬픔을 너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이 문장이 인상깊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이 문장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외부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는 주인공에게, 개인의 서글픔을 더욱 시리게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정작 이 말을 하는 엄마조차, 아들에게.. 타인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가족이라는 개념을 좀 깨준 사례 같았어요. 가족이라도 <타인>이다! 라는 입장을. 오롯이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를. 이런 엄마나 다른 가족의 모습으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다들 부모님, 가족과 친하신가요....ㅠ_ㅠ
사실 소설 읽고 작가님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투영되었나 싶었어요. 그래서 혹시 관련 인터뷰가 있나 찾아보기도 했지만 딱히 근거를 찾진 못했어요. 성장하면서 작가님 자신에게 미친 어머니의 영향이 미미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고, 화목하고 이상적인 가족보단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냉담>에서 가족의 양태를 재조명해 주었기에 좀 더 빠져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것 같진 않습니다.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여동생과 엄마가 아빠의 몸에 숲을 조성하는 이야기가 아주 괴이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에 대한 한 독자의 서평 <읽는사람> 웹페이지에 달렸는데, 슝슝님 재밌게 보실 것 같아서 공유드립니다. 여동생의 입장에서, 테라리움(Terrarium, 아쿠아리움의 상반되는 개념!)이라는 행위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소설적 상상력을 좀 더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https://www.the-reader.or.kr/fo/produce/detail?smfcId=18
너한테 보답을 바란다면 그건 돈이 아니야. 내가 부자라서가 아니야. 나는 무엇을 바라는지 계속 말해 왔어, 너는 곤란해했지. 그렇다고 잊지는 않았겠지? 네가 나를 써주기를 원해. 악역이든 별 볼 일 없는 자든 행인이든 이름뿐인 사내이든 상관없어.
냉담 163면. 친구(아마도 독자)의 당부, 김갑용 지음
여기서, 소설가인 주인공은 소설을 쓰지 못합니다. <진실>을 소설에 그려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정말... 진실을 그려 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소설 전체에서, 저는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놀이, 유희로서의 소설도 존재하고 가치가 있지만, 인간 삶과 세상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뾰족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장르일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그것을 소설을 읽으면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알 수 없는, 알지 못했던 세상의 진실을 담아내는 작가를, 독자는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존재=삶=진실>을 <써달라>고 작가에게 요구하는 독자. 저는 이 장면을 여러번 곱씹으면서 <그런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친구와 주인공의 대화> : 너한테 보답을 바란다면 그건 돈이 아니야. 내가 부자라서가 아니야. 나는 무엇을 바라는지 계속 말해 왔어, 너는 곤란해했지. 그렇다고 잊지는 않았겠지? 네가 나를 써주기를 원해. 악역이든 별 볼 일 업는 자든 행인이든 이름뿐인 사내이든 상관없어. : 너를 그렇게 쓸 수 없어. 그건 보답이 아니야. 이용하는 거지. : 맞아, 나는 쓰이기에는 평범하지. : 아니야. 너는 내가 감히 다루지 못할 진실이야. : 내가 쓰이지 않는다는 것도 진실이야.
화제로 지정된 대화
4주차: <도래한 미래> ● 기간: 12월 2일(월)부터 12월 9일(다음주 월)까지 ● 범위: 1부와, <벽의 틈새>, 2부, <도래한 미래>를(책 전체)를 읽어 주세요. ● 방식: 모든 답글에 댓글을 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글뿐 아니라 다른 독자님들의 글에 자유롭게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제안: 아래의 제안 중 <한 개 이상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세요. 1~3주차의 제안을 선택하여 이야기해 주셔도 (너무) 좋습니다. 1. 인상적인 <대화>나 <문장 또는 문단>, <장면>을 짤막하게 공유하고, 어떤 지점이 끌렸는지 알려 주세요. 2. <도래한 미래>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요? 3. 이 마지막 소설은, 앞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나요?
4주차 1. 동거인은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나는 동거인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나는 사랑에 관한 세상의 온갖 사탕발림을 믿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게 어쨌든 다뤄 볼 만한 실제라면, 나는 그것이 전하고 정해지는 것, 혹은 발생하고 소멸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배워지는 것이라고, 그 사람은 가르져 주지 않았어도 그 사람에게서 배워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내가 알기로, 배움 아래서는 열정도 냉담도 집착도 굴종도 없다. 무지와 앎만이 존재할 뿐이다.(p.313) 사람은 보고 배운대로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도 어린 날 부모님이 하셨던 말씀과 태도가 바탕이 되어 나의 사고와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임을 어느 순간 알게 되면서 본대로 배운대로 내가 사는 구나, 했었습니다. + 이 소설은 그간 제가 읽어온 소설의 구성과는 거리가 있어 읽기에 도전적이었어요. <도래한 미래>는 소설의 한 구성이라기 보다 소설이 끝나고 따로 씌여진 작가의 후기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처음 이 소설을 알았을 때, <인터뷰와 서평들>이라는 작은 책이 있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완독에 이르러서야 작은 책의 존재가 기억났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채 입 안에서 맴도는 소설이었어요.
드디어 완독을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 소설은, 마지막에 말씀하셨듯이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 스토리텔링의 전형적인 방식을 일부러 거스르는 듯한 구성을 취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읽기 방법이 존재고요. 다양한 은유와 메시지들을 의식하며 읽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 소설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많이 느끼셨길 바랍니다.
마지막 소설 <도래한 미래>는 마치, 1부와 2부의 주인공 남자가 또 다른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로 나오는데요. 작가 후기 같기도 하고, 이 소설의 전체를, 다른 스타일의 소설로 다시한번 더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문장을 인용합니다. 김갑용 작가는, 이 부분을 자신이 쓴 이 소설이 결코 <미래>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부분을 곱씹으면서, 완독 마무리합니다. 315면 나는 내게 도래하리라 예견한 미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왔다. ... 소설에는 내가 포기하고 내버린 미래밖에 남지 않았다. ... 나는 다시금 포기하고자 새로운 미래를 찾아 소설을 써나갔다. 나의 소설들은 내가 온 힘을 다해 벗어난 미래다.
나는 내게 도래하리라 예견한 미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왔다. ... 소설에는 내가 포기하고 내버린 미래밖에 남지 않았다. ... 나는 다시금 포기하고자 새로운 미래를 찾아 소설을 써나갔다. 나의 소설들은 내가 온 힘을 다해 벗어난 미래다.
냉담 315면, 김갑용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29일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들 완독을 하셨나요? 한달에 한 권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나만의 시간을 어렵게 내어 나만의 지성을 활용하여 읽어내고 나면 그만큼의 성취감도, 또 소설에 대한 안목도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도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냉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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