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1> 혼자 읽어볼게요.

D-29
타임 선정 역대 가장 사랑받은 소설 10위,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소설. 로맨스 소설이 비워둔 결혼 전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빅토리아 시대를 총체적으로 담아 낸 최고의 풍경화 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자세한 건 하나도 모릅니다. 하루님 북클럽으로 모임에서 함께 읽는 중인데 문장수집 및 기록용으로 남기려고요!
브룩 양은 또래의 여느 아가씨들처럼 주저 없이 말을 근거로 성향을 유추하며 주장을 펼쳐 나갔다. 겉으로 드러난 표지는 측정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지만 해석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상냥하고 열성적인 아가씨들에게는 어떤 표지든 하늘처럼 광대한 경이와 희망, 믿음을 불러일으키곤 하고, 지식이랍시고 손톱만큼 유포된 것에 의해 채색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가씨들이 언제나 지독한 기만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신드바드는 운이 좋아서 옳은 설명을 찾아낼 수 있었고, 가엾은 인간들은 그릇된 추리를 하다가 때로 옳은 결론에 이른다. 처음에는 올바른 논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발해 맴을 돌고 지그재그로 나아가다 보면 이따금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곳에 있기도 하다. 브룩 양이 너무 성급하게 신뢰했다고 해서 캐소본 씨가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들마치 1 p.44,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브룩 양과 캐소본의 시작...
브룩 양=도러시아=도도 실리아=도러시아 동생 브룩씨=도러시아의 큰아버지
이런 산만한 대화가 시골의 관습과 결부되어 있고, 자기 마음을 이처럼 황급히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만든 사람이 친절한 집주인일 뿐 아니라 지주이자 공문서 보관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또한 브룩 씨가 도러시아의 큰아버지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더욱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들마치 1 p.45,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그러자면 모든 것을 배워야 해.' 그녀는 숲속의 승마로를 따라서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말했다. '그분의 위대한 연구를 잘 도울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이 내 의무가 되겠지. 우리 생활에는 하찮은 구석이 전혀 없을 거야.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일 테니까. 파스칼과 결혼하는 것과 같겠지. 위대한 사람들이 진실을 보아 온 빛으로 나도 진실을 보게 될 거야. 그러면 내가 나이 들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겠지. 지금, 여기, 영국에서 어떻게 해야 숭고한 삶을 살아갈지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어떻게 해도 좋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
미들마치 1 p.50,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도러시아의 마음을 안다. 지식을 열망하는 마음. 그게 지식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상상하고 기대하며 열망하게 되고... 그 신념이 어떻게 잘못 가게 되는지.. 독자로서는 뻔히 보이니 어리석은 생각에 갇힌 도러시아가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가 바로 자신에게 구애하려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았다. 온 정신이 다른 구혼을 확신하는 데 빠져 있었던 것이다.
미들마치 1 p.51,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도러시아는 제임스 경이 아니라 캐소본에게 마음이 기울고... 모임에서 다른 분은 도러시아가 제임스 경을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의아하다고, 도러시아가 제임스 경이랑 잘 되길 바랐다고 하셨다. 나는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당당히 오해하고 쉽게 말하고 행동하는 제임스 경이 도러시아 눈에 별로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납득하고 넘겼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하니까 데려온 강아지도 선량한 도러시아 눈에는 얼마나 단순해보였을까.
"인생이란 어떤 틀에 넣어 찍어 내는 게 아니란다. 자로 잰 듯이 정확히 잘리는 것도 아니고. 나는 결혼한 적이 없고, 너와 네 가족을 위해서는 그편이 낫겠지. 하지만 실은 누군가를 위해 내 목을 올가미에 넣을 만큼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없어. 결혼이란 사실 올가미 같은 거란다. 기질도 있지. 기질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남편들은 주인으로 지배하기를 좋아한단다."
미들마치 1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브룩 씨가 캐소본과 결혼을 결심한 도러시아에게 하는 말...! 아니 브룩 씨처럼 캐소본도 그런 사람(누군가를 위해 내 목을 올가미에 넣을 만큼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없는)인데 결혼을 해버렸죠...? 결국 기질적인 문제가 바로 드러났고요... 도러시아는 여기에 분명하게 대답 해놓고(제가 시련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막상 예상과 다른 결혼 생활에 닥치니 쉽게 분노하고 행동한다. 사실은, 그치. 캐소본과 도러시아가 결혼을 안하는 게 둘 다에게 좋았겠지....
캐소본이 도러시아 보다 27살 나이가 많다고 캐소본이 마흔다섯이 넘었다고 하니(p.70) 46살이고 도러시아는 19살인 듯. 이건 아니긴 하지. 그치...
오늘 모임에서 캐소본의 대머리 이슈(?)가 있었는데 나는 캐소본이 대머리라는 건 모르고 있어서 <미들마치 1>을 다 읽고 난 후 친캐소본파였던 나는 좀 당황했었다. 근데 캐소본 대머리라는 거 진짜 어디에 나와있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도러시아는 너무나 어린아이 같았고, 매우 영리하다는 평판이 있기는 했지만 어떤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너무나 어리석었다. 예컨대 바로 지금처럼, 비유적으로 말해서 캐소본 씨의 발밑에 몸을 던지고 그가 청교도의 교황이라도 되는 양 그의 멋없는 구두끈에 입을 맞춘 이 경우에도 그러했다. 그녀는 캐소본 씨가 그녀에게 걸맞는 좋은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도록 일깨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캐소본 씨에게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될지를 염려하며 자문했을 뿐이다.'
미들마치 1 p.8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도러시아... 바보. 모임에서 ㄹㄸ님이 말씀하신 게 너무 와닿았다. 도러시아가 생각 없이 한 결혼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시켜서 억지로 한 결혼도 아니고, 본인의 신념에 맞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해서 한 결혼이 이렇게 망하는 길로 가다니 ㄹㄸ님도 스스로 똑똑하게 행동했는데 저렇게 될까 봐 너무 불안하셨다고... 나도 공감했다. 크흑. ㄹㄹ님은 도러시아가 헛똑똑이도 아니고 그냥 '헛'이라고 했는데 그냥 헛.... 나는 그냥 '헛'인지 '헛똑똑이'인지 모르겠다. '헛'이 안되려고 이리저리 용 쓰다가 '헛똑똑이'가 되는 것 같고 (도러시아를 보면) 그게 더 망하는 길로 보이고 불안하네. 책 읽을 땐 몰랐는데 모임에서 이야기 들으면서 이거 우리 엄마 이야기잖아? 싶다. (그동안 괜찮았던 사람들 다 거절하고 나중에 쫓기듯 본인보다 학력 높은 사람 아무나와 결혼... 망)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엄마의 선택을 비웃었는데... 도러시아의 이야기를 보니 이런 바보 같은 결혼은 (내 생각보다 더) 쉽고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결혼이라는 게 다 이 모양인 듯.
모임에서 ㅇㄹ님의 말도 인상적이었는데 돈이 있어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인물들(프레드, 리드게이트, 로저먼드)과 돈이 없어서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인물(케일럽)이 있다고, 그게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흥미롭.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계산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은 캐소본이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셨다는 데 이 지점도 흥미로웠다. 납득이 갔다. 그래서 내가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건조한 캐소본의 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러시아는 스스로 자초한 어리석음 때문에 나라고 생각하기 싫어서 아예 이입하기 싫었나...?)
ㅎㄹ님이 말씀하시길 대체로 <미들마치>를 읽은 사람들이 자신을 '도러시아'에 이입해서 읽는다고 하셨다. (지식을 열망하는 여성이 결혼을 어떻게 잘못하게 되는지..) 우리 모임에서도 다들 도러시아를 응원했는데 나는 왜 나이 든 아저씨 캐소본에 이입했는지 의문스러워서 계속 생각했는데 지금 퍼뜩 든 생각은 1. 도러시아가 너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서 2. 도러시아가 부유한 형편이라서 이 부분을 보고 내가 이입할 대상이 아니라고 바로 판단한 듯 하다. 아름답고 부유한 여자들이 저런 실수를 하는군하고 바로 거리두기 하고 자신이 매력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모습이 더 기만적이고 싫었는 듯... 나이 든 캐소본의 초라한 모습, 학자적인 욕망의 꼰꼰한(?) 집착, 자격지심, 주변에서 무시하는 시선 등.. 뭐 이런 점에서 캐소본에게 이입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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