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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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님의 대화: 1,2부 미션 도전해 봅니다 ^^ 📝 1부 미션 ▶ 1부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미쉬낀이었습니다 '백치'라는 제목에서 정말 지능이 낮은 바보를 뜻하는 것인지, 대체 어떻길래 모두가 '백치'라 일컫는지, 등등이 궁금했거든요 도스토옙스키의 인물 중 알료샤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인물이 미쉬낀이라 하여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간질이 있다 해도 아직까지는 그렇게 '동네 바보 형' 느낌은 나지 않는데요, 어쩌다 '백치'라 대놓고 불리게 되었는지,,,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 2부 미션 ▶ 도스토옙스키가 표현한 '러시아적인 것'에 대해, 도스토옙스키 연구자인 석영중 교수님이 『도스토옙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에 쓴 내용을 가져와 봅니다 "그의 대작들이 대부분 신문 기사에 기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모두 신문에 났던 범죄 기사에서 소재와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다. 그는 러시아 사회의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썼고, 그의 글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같은 정도로 독자의 관심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특히 범죄는 언제나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소설이 범죄소설의 요소를 특별히 많이 갖추고 있는 것은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또 한 가지, 그의 소설은 언제나 통속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다분히 포함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교육의 정도와 상관없이 독자는 언제나 어느 정도 통속적이다. 고전을 읽는 독자도 때로는 통속소설을 즐긴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간혹 유행가 가락을 읊조리곤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만고의 진리를 일찌감치 터득했다. 오늘날은 퓨전이니 크로스오버니 하는 말이 정석이 되다시피 했지만, 도스토옙스키는 한 세기 전에 이미 통속과 심오를 함께 버무려 퓨전 소설을 요리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독특하다. 가장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가장 심오한 주제와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통속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특성 덕분에 그의 소설은 시공을 초월한다." '러시아적인 것'은 통속적인 것?! ㅎㅎ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수 있지만, 이 문구가 떠올라 옮겨왔습니다~
러시아적인것이 통속과 심오를 함께 버무렸다는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냥 심오했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구요. <도스토예프키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책 재미있을 것 같네요~^^
스마일씨님의 대화: 제가 요새 큰아이때문에 정신이 없네요ㅠㅠ 가족행사로 공연날 관람이 어렵게 됐어요. 흑 저는 다음 모임 때 뵈어야할듯요. ㅠㅠ
많이 바쁘시죠? 얼마나 바쁘시겠어요 ^^ 나중에 천천히 읽으셔도 금방 따라잡으실 독력(讀力)이십니다 다음 모임에 기다릴게요 중간에도 좋으니 언제든 또 들러 주세요~
수북강녕님의 대화: 독서를 지독스럽게 한 분별력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아가씨가 오십 대 중반의 또쯔끼에게 시집을 가다니요! 흑흑
저도 이 부분은 진짜..ㅠ
은은님의 대화: 도서관에서 빌린 제 문학동네 책은 1판 2쇄(22년 11월)인데 오타랄까 아예 인물을 잘못 써놓은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미쉬킨공작과 예판친 장군이 만난 후 장군이 부인에게 가는 장면인데요, "그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특히 오늘 저녁만이라도 불쾌한 일 없이 무사히 보내고 싶었다. 이런 판국에 아주 때마침 공작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하느님이 보내주신 거야!' 공작은 부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문학동네 백치 92p.) 저 마지막 문장은 "장군은" 으로 바껴야 맞을 것 같은데 ㅎㅎ 이후 인쇄본에서는 바껴있을지 궁금합니다.
ㅋㅋ 저도 문학동네 판으로 읽고 있는데 1쇄 입니다. 저도 오타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한..ㅋ
수북강녕님의 대화: 다들 흥미진진하게 읽어 가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저도 너무 재미있네요 11.15~11.19 (5일) 2부 미션에 답해 주시면 수료증을 드립니다 멋진 답변에는 선물도 함께~?!?! ^^ ♡ 📝 2부 미션 ▶ 1부에서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등장, 주요 배경 설명이 펼쳐지고 놀라운 사건도 벌어졌는데요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격동의 시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층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러시아적인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요 <백치> 또는 다른 작품 속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러시아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 또는 숨겨진 의도 등,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선경서재님, 좋은 화두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거다! 싶은 좋은 문장을 나눠 봅니다 다양한 판본으로 읽으시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서로 다른 번역의 묘미를 느껴 보아요
2-1. "러시아 문학에서는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열광적인 신앙. 러시아인은 자연 및 흑토와 피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ㅡ. <러시아적 인간(이즈쓰 도시히코, 최용우옮김, 글항아리)>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질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깊이 다가가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미시킨이 백치라고 생각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백치는 각자 다를 것 같네요. "사람들은 나를 백치로 여기고 있지만 나는 현명한 인간이다. 저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열린책들 p149 (1부6장)" 2-2. "잘 알다시피 간질병 발작은 순간적으로 온다. 이 순간에는 갑 자기 얼굴, 특히 시선이 유난히 일그러진다. 전신과 모든 안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킨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무서운 비명이, 인간적인 모든 것을 일순간에 토해 버리려는 듯 한꺼번에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조차 그것이 바로 이 사람의 비명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 사람의 내부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은, 간질병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언가 신비스러운 듯 한, 지독한 공포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추정할 수 있듯 이, 그처럼 지독한 이상을 수반하는 공포감이 로고진을 그 자리에서 마비시켰다. 열린책들 p457" 도스토옙스키의 연관검색어 중 '간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발작이 오는 순간의 자신의 감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요. *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열린책들 다른 버전이라 발췌 페이지가 다를 듯 합니다.
선경서재님의 대화: 2-1. "러시아 문학에서는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열광적인 신앙. 러시아인은 자연 및 흑토와 피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ㅡ. <러시아적 인간(이즈쓰 도시히코, 최용우옮김, 글항아리)>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질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깊이 다가가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미시킨이 백치라고 생각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백치는 각자 다를 것 같네요. "사람들은 나를 백치로 여기고 있지만 나는 현명한 인간이다. 저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열린책들 p149 (1부6장)" 2-2. "잘 알다시피 간질병 발작은 순간적으로 온다. 이 순간에는 갑 자기 얼굴, 특히 시선이 유난히 일그러진다. 전신과 모든 안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킨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무서운 비명이, 인간적인 모든 것을 일순간에 토해 버리려는 듯 한꺼번에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조차 그것이 바로 이 사람의 비명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 사람의 내부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은, 간질병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언가 신비스러운 듯 한, 지독한 공포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추정할 수 있듯 이, 그처럼 지독한 이상을 수반하는 공포감이 로고진을 그 자리에서 마비시켰다. 열린책들 p457" 도스토옙스키의 연관검색어 중 '간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발작이 오는 순간의 자신의 감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요. *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열린책들 다른 버전이라 발췌 페이지가 다를 듯 합니다.
저마다 생각하게되는 백치는 다르다는 말 공감합니다~ 등장 인물마다 각자 어느 부분은 백치처럼 보이는 걸 보면 백치라는 말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한정되어 의도 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열린 책들 이북으로 보고 있는데요(최종 리뉴얼 2023년 2월 20일) 오타 발견해서 알려드려요~ 나스따시야 생일에서 프티죄 게임 말미에 또쯔끼 차례 끝나고 다리야 알렉세예브나가 얘기하는 부분에서 찾아냈어요 ["누가 당신에게 이런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지 말라고 그랬나요? 이렇게 현명한 사람들에게서 배워 보라고요!" 약간은 의기양양해진 다리야 알렉세예브나(또쯔끼의 충실한 오랜 지기)가 끼어들었다.] 여기서 또쯔끼의 충실한 오랜 지기를 나스따시야의 충실한 오랜 지기로 바꿔야하지 않나요?? 그리고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백치' 종이책으로 봤는데요, 문장 사이 간격이 너무 촘촘하던데 최신 판본도 그런가요?? 이북으로 볼때는 조절이 가능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종이책으로 보고 간격이 너무 좁아서 놀람요ㅎㅎㅎ
후시딘님의 대화: 저도 이 부분은 진짜..ㅠ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아프리카의 9세 여아가 생활고 때문에 50대 할아버지(?)에게 팔려가는 장면이 계속 뜨거든요 아직도 이 세상에서 매년 1,420만명의 18세 미만 소녀가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잃고 원치 않는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한다고요 또쯔키가 나스따시아를 유린한 것뿐 아니라, 공식적 제도적으로 10대 후반 20대 초반 여성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 어이없어요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으로 보건대는, 조선의 노년 임금이나 양반들이 10대 처녀들을 배우자로 맞아들인 거나 다름없겠지요...
선경서재님의 대화: 2-1. "러시아 문학에서는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열광적인 신앙. 러시아인은 자연 및 흑토와 피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ㅡ. <러시아적 인간(이즈쓰 도시히코, 최용우옮김, 글항아리)>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질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깊이 다가가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미시킨이 백치라고 생각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백치는 각자 다를 것 같네요. "사람들은 나를 백치로 여기고 있지만 나는 현명한 인간이다. 저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열린책들 p149 (1부6장)" 2-2. "잘 알다시피 간질병 발작은 순간적으로 온다. 이 순간에는 갑 자기 얼굴, 특히 시선이 유난히 일그러진다. 전신과 모든 안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킨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무서운 비명이, 인간적인 모든 것을 일순간에 토해 버리려는 듯 한꺼번에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조차 그것이 바로 이 사람의 비명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 사람의 내부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은, 간질병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언가 신비스러운 듯 한, 지독한 공포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추정할 수 있듯 이, 그처럼 지독한 이상을 수반하는 공포감이 로고진을 그 자리에서 마비시켰다. 열린책들 p457" 도스토옙스키의 연관검색어 중 '간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발작이 오는 순간의 자신의 감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요. *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열린책들 다른 버전이라 발췌 페이지가 다를 듯 합니다.
오 이 책도 흥미롭습니다! 도선생님 작품에서 '간질'은 흔한 요건이자 대단한 트리거로 등장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도 스메르자코프의 간질 발작은 대단히 중요한 모먼트였고,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나, [그믐연뮤클럽]에서 지난 1기에 단체관람한 연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에서 박준휘 배우님(유튜브 영상 첨부)이나 이기돈 배우님(사진 첨부)이 신들린 듯 멋지게 연기해 주신 바 있죠! https://youtu.be/mthAHpdApwc?si=c66E3oeo-mRJdBvs
러시아적 인간19세기 러시아 문학은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었다. 저자는 한 세기 전에 이미 오늘날의 사상적 문제를 제기했던 러시아 문학이 일반적인 문학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현상적인 격변 너머에 있는 영혼의 러시아, 이념이나 추상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서의 러시아를 파고들어 ‘러시아적인 것’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쓰인 이유다.
조반니님의 대화: 저마다 생각하게되는 백치는 다르다는 말 공감합니다~ 등장 인물마다 각자 어느 부분은 백치처럼 보이는 걸 보면 백치라는 말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한정되어 의도 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 나스따시아의 맘에 들고 간택받기 위해 안달이 난 남자들을 보면,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결국 그녀를 사기 위한 경매를 벌이는 셈인데요 (석영중, <도스토옙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中), 1부의 가장 핵심인 이 '경매' 장면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백치 같습니다 이때는 미쉬낀 역시 백치 무리에 스스로 끼어드는 모양새를 취하고요 ---------- 그녀는 토츠키가 제공하는 모든 호사를 거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즐기지도 않는다. 요컨대 그녀에게 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녀는 다만 줄기차게 토츠키를 경멸하고 냉소와 조소를 섞은 눈길을 보낼 뿐이다. 그녀는 토츠키와 결혼할 생각도 안 하고, 주변에 몰려드는 잘생긴 청년들도 거들떠보지 않고, 다만 토츠키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에는 설사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토츠키를 파멸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돈을 가진 남자가 여자를 농락하고 여자의 자유를 구속하는 상황이 졸지에 역전되어,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돈과 권력으로무장한 남자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안락에 초연한 사람은 잃을 것이 없으므로 겁날 것도 없다. 돈과 안락에 길들여진 사람은 겁에 질려 자유를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돈은 자유'라는 공식이 여기서 뒤집힌다. 토츠키는 '그녀의 미래를 보장하려는 진실한 소망에서' 그녀에서 7만 5천루블이라는 금액을 희사하겠다고 약속한다. 그것은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더럽혀진 순결성의 대가가 아니라 일그러진 운명에 대한 보상금'이라는 것이었다. (중략) 예판친의 비서 가냐, "속이 검고 욕심이 많고 참을성이 없고 시기심이 강하고 턱없이 자존심이 센" 이 청년은 이른바 "불결한 여자"와 결혼할 것을 승낙하긴 했지만 그녀의 대답 여하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예판친의 딸 아글라야에게 연정을 품고 있지만, 나스타샤가 가져올 7만 5천 루블이라는 돈이 주는 매력을 뿌리칠 용기가 없다. 한편 능구렁이 예판친 장군은 토츠키와 자기 딸의 결혼을 주선하는 와중에 나스타샤에게 흑심을 품게 된다. 그의 속셈은 비서와 나스타샤를 결혼시킨 뒤 늙은 사위의 첩이었던 그녀와 밀애를 즐기려는 것이다. 그의 입찰가는 진주 목걸이의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에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한다. 상인 가문의 호방한 장남 로고진은 아버지의 사망과 유산 소식을 듣자마자 그동안 도피해 있던 프스코프에서 즉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나스타샤를 사기 위해. 깡패 패거리와 함께 가냐의 집에 들이닥친 로고딘은 나스타샤를 보자 '입찰'을 한다. 그는 가냐에게 3천 루블을 제시하며 나스타샤와의 결혼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그는 1만 8천 루블에서 4만 루블, 다시 10만 루블로 입찰가를 올리며 나스타샤의 공식적인 입찰인으로 등록한다. (중략) 돌연 백치 공작이 폭탄선언을 한다. 방금 연락을 받았는데 먼 친척으로부터 약 150만 루블을 유산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상속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나스타샤에게 청혼한다. 결국 이 순진무구한 공작까지도 나스타샤를 사는 경매에 150만 루블을 걸고 입찰한 꼴이 된다. ---------- 전 재산을 바쳐 여자를 구하려는 헌신이라기보다는, 한심한 바보들의 행진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스따시아의 마음이 미쉬낀에게만 열린 것은 그 의외성, 금액의 엄청남, 기타 다른 부분(하인으로 오해해도 개의치 않았던 소탈함, 젊고 잘생긴 외모 ㅎㅎ)도 있었겠지만, 무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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